천 명의 눈 속에는 천 개의 세상이 있다 - 세상을 보는 각도가 조금 다른 그들
가오밍 지음, 이현아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 천 명의 눈 속에는 천 개의 세상이 있다 】 - 세상을 보는 각도가 조금 다른 그들
_가오밍   (지은이) | 이현아 (옮긴이) | 한빛비즈 | 2017-06-30
 



다소 독특한 소재와 형식의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인터넷 서점의 도서 분류는 인문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또는 심리이야기로 되어있으나 오히려 ‘르포 문학’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지은이 가오밍은 “왜?”라는 질문을 추구하며 다양한 학문을 접하던 중 정신질환 환자와 심리장애 환자 등 주변인들의 내면세계에 강렬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지은이는 2004년에서 2008년 사이 각종 루트를 통해 정신병원, 공안부 등의 기관을 탐방한다. 자신의 여가 시간을 ‘비정상적인 집단’의 탐방에 올인 한다. 그리고 이를 정리해 ‘중국 최초의 정신질환자 인터뷰집’인 《천 명의 눈 속에는 천 개의 세상이 있다》를 출간했다. 2016년 개정판을 번역한 이 책은 중국 최대 인터넷 서점 당당왕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장기간 올랐다. 누적판매부수 500만부를 돌파했고,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었던 화제작이다.

 



‘세상을 보는 각도가 조금 다른 그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세상도 그들을 ‘조금 다른 존재감’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은이가 처음 만난 환자는 망상증 환자다. 그는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자 소설을 쓴 작가라고 생각한다. 발병한지 4년이 넘었고, 3년 전에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약물치료는 효과가 없었고, 그의 가족은 곧 포기할 것 같다는 지은이의 표현이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지은이에게 그(지은이)는 그(환자)의 소설 속 인물이라고 한다. “당신은 그저 내 소설 속 인물일 뿐입니다. 당신이 나타난 이유는 나(환자)때문이에요. 내 소설의 주인공에게 심리적인 반응을 더해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어나가기 위해서죠. 음, 그러니까 전체 스토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진짜 소설가 같은 분위기다. 이 환자와의 인터뷰 끝은 특히 개운치 않다. 환자는 다소 호전되어 지은이와 첫 인터뷰 후 6개월 뒤 퇴원관찰이 결정된다. 그가 퇴원하는 날 다시 병원을 찾은 지은이에게 그가 귓속말을 전한다. “처음 만난 날 그 탁자 기억해요? 탁자 밑을 살펴봐요.” 지은이는 한참을 뒤진 끝에 탁자를 발견하고 밑을 샅샅이 살피던 중 손톱으로 긁어 비뚤비뚤 새겨진 글자 몇 개를 간신히 읽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지은이와 그가 처음 만난 날짜와 한 줄의 문장이었다. “6개월 뒤 떠난다” 뭐지? 이 허탈감과 배신감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꾼 꿈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여인이 있다. 게다가 그녀는 꿈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녀의 꿈은 현실과 똑같이 시간의 흐름과 인과관계에 따라 연속성을 띤다. 그녀의 꿈엔 섀도맨이 등장한다. 그는 꿈속에서 그녀를 끌고 건물에서 뛰어내린다. 병원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같이 죽으려고 한다는 것이다.“섀도맨의 생김새는 끊임없이 변해요, 마치 한 얼굴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빠르게 바뀌는 것처럼요.” 그녀의 말이다.

 


무척 많은 인터뷰이들이 등장한다. 지은이가 인터뷰를 위해 양자물리학 교수를 대동해야 할 정도로 박식한 17세 소년. 건장한 체격의 남자지만 여린 여성과 함께 하는 다중 인격자. 모든 사람이 각양각색의 동물로 보이는 명랑하고 예쁜 소녀(심지어 그녀 자신은 두더지라고 한다). 검은색 우비를 입고 꽃무늬 우산을 들고 어둡고 습한 구석에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있는 전직 여교사(자신이 버섯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녀는 돌이나 화초와 대화를 나눈다. 수시로 문을 걸어 잠그고 알몸으로 유체이탈을 시도하는 직장인. 두개골 천공을 해서 영적 능력을 향상시켜보겠다는 사내(돈을 받은 의사는 천공시늉만 했을 뿐인데, 그 후 그에겐 계속 귀신이 따라붙는다고 한다). 지은이와 인터뷰를 마친 후 일어서는 데 뒤통수를 때리는 말을 던지는 여인. “어느 날 당신이 미친 나를 본다면, 사실은 당신이 미친 거예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는 “미쳤다!”고 표현한다. 굳이 병원 신세를 안지더라도 우리는 종종 이 말을 하며, 들으며 살아간다. 단지 내 귀에 직접 안 들렸을 뿐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심리학자 허태균의 《가끔은 제정신》과 찰스 C. 맨즈의 《순간적 제정신》이 생각난다. 우리는 어쩌면 정상과 비정상, 보통과 특이함 사이의 경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 쪽동네에서 자주 머무르는가에 따라 제정신이 자리 잡는 시간 또한 다를 것이다. 일각에선 정신질환 환자 자신이 해피하다면, 그의 즐거움을 방해할 필요가 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고, 가족과 사회에 어떤 부담을 주지 않는 상태라면 그냥 둬도 좋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문제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가족들은 불안하고, 주위사람들은 피하게 된다. 소외감은 불안감으로, 불안감은 자해나 폭력으로 변할 수도 있다.


지은이가 이 책의 초판에 쓴 서문을 다시 읽는다. “이 책을 읽기 전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문자와 겉모습의 안개에서 벗어나 더 넓은 마음으로 이 신기한 세계의 본질과 접촉하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당신이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가지길 더더욱 바란다. 자신만의 생각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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