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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 시크:하다 】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_조승연 (지은이) | 와이즈베리 | 2018-08-20
행복과 불행에 대한 정의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불행이라고 표현하거나 불행을 행복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적을지 몰라도,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그것을 몸과 마음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일률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을까? 세계문화전문가로 소개되는 이 책의 지은이 조승연의 시각을 통해 프랑스사람들을 인문학적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본다. “나는 프랑스가 한국보다 대단히 훌륭한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프랑스 나름의 장단점이 있고 한국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지은이는 자신이 바라본 프랑스가 프랑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가 파리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파리의 젊은이들과 생활을 같이하다보니 그들을 통해 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7천만 프랑스인을 통틀어 종합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바꾼 15~20명의 프랑스인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느끼고 깨달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 담긴 글들이 모두 흥미롭다. 편안함에 대한 관점, 메멘토 모리,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 ‘차가운 우정’의 따뜻함, ‘발견’과 ‘일깨우기’의 육아, ‘성공할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 ‘연애의 문명’ 등등이다.
“프랑스인은 인생에서 깊고 심오한 의미를 찾지 않는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아름답게 묘사하고 더 잘 느끼는 방법 찾기에 집중한다.” 고등학생도 스스럼없이 ‘죽음’을 말하는 나라가 프랑스라고 한다. 국내에서 ‘죽음’을 제목으로 하거나, 키워드로 한 책들이 나온 것이 언재부터였던가?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죽음’이라는 화두를 피해왔다. ‘죽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한국보다 많은 나라가 있을까? 프랑스는 라틴 문화권에 속한다. 라틴 문화란 고대 로마시대의 문화를 말한다. 고대 로마는 죽음을 가까이하며 살았다. “지중해 문화의 철학 즉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라고 하는데, 파리야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메멘토 모리라고 말할 수 있다.”
“프랑스인에게 요리는 생활의 일부가 아닌 학문이나,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종교와도 같다. 프랑스인은 요리를 전문 분야로 독립시켜 예술의 한 장르로 만들었다.” 프랑스에선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이건, 좋은 와인을 골라내는 후각이건, 살아가는 방식까지 세련되고 멋진 것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미각이 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미식가들에겐 바이블로도 통하는 《미슐랭 가이드》이야기도 흥미롭다. ‘미슐랭’이란 이름은 원래 프랑스의 자동차 타이어 회사이다. 프랑스의 승용차가 ‘여러 동네의 맛을 보기 위한 도구’로서 마케팅 되었다는 사실도 새롭다. 1889년 프랑스 중부지방에서 미슐랭 형제가 타이어 회사를 세웠지만,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던(프랑스 내에 3,000대에 불과)시절인지라, 타이어판매가 지지부진했다. 미슐랭 형제는 타이어 판매 촉진을 위해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 주유소의 위치, 여행지의 맛집, 숙박시설과 같은 정보를 담은 여행 책자를 만들어 운전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 등재된 레스토랑은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당연히 레스토랑 사장들은 가이드북에 자기 식당을 싣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했다.
지은이가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전체 프랑스인을 단정 짓는 것엔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프랑스인들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 아울러 그들과 우리의 삶이 목표로 삼는 것 사이에서 소중한 ‘생각거리’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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