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시골 살래요! -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딸의 편지
ana 지음 / 이야기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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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시골 살래요! -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딸의 편지

_ana (지은이) | 이야기나무 | 2018-06-20

 

 

나는 현재 서울에서 좀 떨어진 지방의 소읍에 살고 있다.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40%라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나도 곧 그 통계 범위에 들어설 것이다. 누군가 어르신들의 직업을 물어보면 농업이라고 할 가능성이 많다. 어제 저녁 퇴근길, 노부부가 밭에서 무엇인가 하고 있다. 인사를 드리고 무엇을 하시나 봤더니 밭의 작물들에 물을 주고 계신다. 검은 비닐 틈사이로 밭작물에 고무호스의 물이 스며들어간다. 언 땅에 오줌 누기 같은 물줄기다. 비는 안 오고, 태양은 내리쬐고, 작물들이 마르다 못해 타들어간다. 시골은 이렇게 자연의 변덕에 예민하다. 도시 생활자들에겐 그저 덥다한마디로 표현되는 일상이, 시골에선 타들어간다로 바뀐다.

 

 

이 책의 지은이 ana(본명은 이아나)의 자기소개를 들어본다. “12년간 서울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삶의 공간을 찾고 있어요. 서울 생활을 하면서 서울이 참 좋기도 했지만 전 늘 쉽게 지쳤던 것 같아요. 일과를 마치고 제 방에 들어오면 늘 뭔가 맞지 않는 옷,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내가 과연 농촌 시골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불안했어요. 그런데 이 교육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농사가 중심이긴 하지만 시골살이를 잘하는 방법도 함께 가르쳐 줄 것 같더라고요. 반농반X라는 개념도 소개되어있고... 이 교육을 통해 저를 실험해보고 싶어서 오게 됐어요.” 이 소개는 지은이가 20169월 순창에서 농촌 생활학교를 시작하면서 팀원들에게 전한 것이다.

 

 

외국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30대의 싱글 여성과 농촌은 아무래도 조합이 순조롭지 못하는 듯하다.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하긴 지은이는 농촌 생활학교를 입소하기 전, 지은이 자신보다도 엄마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느냐가 큰 고민이었다. 날짜가 다가오자 결국 귀농이라는 단어는 빼고, ‘생태교육으로 포장한(틀린 말은 아니지만)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매일 편지를 쓰자. 엄마부터 이해할 수 있게 6주간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편지를 띄우자.” 그렇게 지은이는 6주간의 기록을 남겼다. 글과 사진을 통해 남긴 기록들은 6주간의 기록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매우 소상하다.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농촌생활 6년차가 쓴 글처럼 사물과 자연과 사람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깊다.

 

 

입학선물로 낫과 냉장고 바지를 받고 시작한 6주간의 교육은 강의와 실습으로 이어졌다. 지은이는 난생 처음 하는 일들을 많이 접한다. 근처 텃밭 작물들로 요리한 음식 만들어먹기, 농기계 다루기, 황무지를 일궈 텃밭 만들기, 비닐하우스 설치, 김장배추 모종심기, 고추장, 청국장, 식혜와 전통주인 부의주(浮蟻酒) 만들기, 가마솥용 화덕 만들기, 평상 만들기 등등.

 

 

이 책이 다른 귀농서적과 다른 점은 필자가 미혼의 30대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이래도 귀농할끼가?’라는 글들이다. 12년 전 강원도 화천으로 귀농해 살다가 2010년부터는 폐교된 학교를 이용해 농사를 가르치는 화천현장귀농학교(8개월 과정)’를 만든 박기윤 교장 선생님을 통해 귀농 현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과연 농촌이 살기가 좋으냐? 귀농은 정말 희망적일까? 시골에 살면 정말 건강해질까? 등을 화두로 삼고 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3가지로 정리된다. 1) 지역 원주민들과 100% 똑같이 살려고 하지 말자(나는 기본적으로 타인과 다르다). 2) ‘내가 왜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나?’에 대한 이유(그 초심을 잊지 말자). 3) 귀농, 귀촌의 희망은 각자가 현재 지닌 삶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귀농을 계획하거나 준비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지은이처럼 도시가 아닌 도시 밖 세상에서의 삶은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결국 새로운 나를 만나고, 그 나를 보듬어 안아주며 적응하고 살아가는 삶이 될 것이다. 지은이의 그 새로운 길을 힘껏 응원한다.

 

* 반농반X ; 농업을 통해 정말로 필요한 것만 채우는 작은 생활을 유지하면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X)’을 동시에 추구하는 삶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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