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내가 가장 주목하고 있었던 영화는 바로 이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 열정과 애정'이었다. 허나 내가 쓴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영화에 실망을 한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1.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1편이 재밌는 경우 2편은 더 재밌어야만 재밌다고 느낀다. 1편 정도로 재밌으면 2편은 재미 없다고 느껴진다.)

2. 나이를 먹어서 (사실 1편이 개봉할때 내 나이는 스물 여섯이었다. 그때는 서른 두살 브리짓 존스의 얘기를 웃으며 볼 수 있었지만 곧 서른을 앞둔 지금은 우스꽝스런 노처녀 얘기를 마냥 웃으며 보긴 힘들다.)

3. 원작이 없어서 (1편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라는 동명의 소설책을 영화로 옮긴 것이었으나 2편의 경우는 원작이 없이 그냥 영화사에서 지들끼리 뚱땅거려서 만들었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브리짓과 마크 다씨(콜렌 퍼스) 그리고 다니엘 클러버 (휴 그렌트)의 삼각 관계는 여전히 이어진다. 하지만 뭔가 김이 빠진것 같다. 1편에서도 마크 다씨는 꽤나 괜찮은 남자였지만 2편의 몰아주기 (여자가 꿈꾸는 완벽한 남자) 는 너무 심했다. 현실에 존재할것 같지 않게 마크 다씨는 너무도 괜찮은 남자이다. 그에 비해 매력적인 바람둥이였던 다니엘 클러버는 형편없는 인간으로 등장한다. 이건 브리짓이 머리에 총을 맞지 않는 한 (오...무혀기. -안다 병인거-) 마크 다씨가 아닌 다니엘 클러버를 선택할 리가 없다. 누가 봐도 어떤 선택을 할지 당연한 영화에 갈등이 뭐가 있겠는가! 허나 제작진은 갈등없는 브리짓 존스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쌩 어거지를 써 가며 갈등요소를 만들어낸다. 더없이 완벽한 마크 다씨는 가끔 영화의 갈등 요소를 제공하기 위해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면면을 불현듯 보여주고 브리짓 존스의 오바는 재기발랄과 귀여움을 넘어서 끔찍의 수준에 다다른다. 거기다 마크 다씨와 브리짓의 재결합을 위해 등장하는 태국 장면은 어거지의 최고봉이라 일컷기에 손색이 없다.

제작진의 고초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1편은 너무나 흥행을 해 버렸지, 위에서는 전편만큼 못만들면 알지? 분위기지, 원작은 없지, 성공은 해야겠지, 여러모로 골이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객들이 '그래 니네 마음 다 알아' 하면서 너그러워 질 수는 없는 법. 저럴꺼면 왜 굳이 돈을 발라가며 해외로케를 했을까 싶은 장면들과 유아들이 보는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마냥 단순하기 그지없는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정은 안타까움마저 불러 일으킨다. 나름대로 삶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던 브리짓 존스는 오간데 없고 우리가 마주하는건 살덩어리에 주책바가지 노처녀이다. 멋진 남자친구가 없다면 니네도 얼마 안있어 이렇게 될꺼야 라는 듯이 말이다. 사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노처녀 (이 말을 싫어 하지만 혼기 꽉 찬 처녀는 더 싫으므로 편의상 이걸 쓰겠다.) 들이 보기에 상당히 불편한 영화이다. 이제 생물학적 나이로 막 노처녀 대열에 합류해서 노처녀다운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한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 영화는 노처녀의 삶이란 멋진 남자를 만나는 것이 전부인양 그려놓았다. 거기다 멋진 남자가 생겨도 뚱뚱한 브리짓은 안심을 못하고 그의 주위를 맴도는 날씬한 동료를 끊임없이 질투하고 의심한다. 그러더니만 태국땅에 가서 태국 여자들의 얘기 (남자친구가 때리고 돈뜯고 마약하고)를 듣고 느낀다. '내가 만났던 마크 다씨는 얼마나 완벽한 남자인가!' 하고 말이다. 거기다 그녀는 직장에서 더없이 무능하다. 그녀가 늘 주장하는 프로패셔널은 오간데 없고 오직 그녀의 뚱뚱한 몸매로 우스꽝스러운 장면만을 연출할 뿐이다. 그녀가 리포터로 살아남는 이유는 화면에 거대한 엉덩이를 자주 드리밀기 때문이다. 비록 그게 그녀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더라도 말이다. 또한 그녀는 그런 화면이 나가는걸 창피해하지 않는다. 다만 위에서 야단을 칠까봐 걱정을 할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위에서는 코메디보다 더 헉겁할 그 장면을 몹시 마음에 들어 하고 브리짓은 안도한다. 나이많고 뚱뚱한 여자 브리짓은 직장에서도 애정문제에 있어서도 주체적인 모습은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다.

제작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 반전을 준비한다. 그런데 그 반전이라는게 정말 어이가 없다. 뚱뚱한 브리짓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아름답고 늘씬하며 능력있는 여자는 아예 브리짓의 상대조차 되지 않는 인물로 만들어 버린다. 대체 마크 다씨처럼 매력적인 남자가 왜 브리짓 같은 여자를 만나는지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건 단지 브리짓이 뚱뚱하고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다. 브리짓은 전혀, 눈꼽만큼도 매력이라고는 없는 여자이다. 저 나이가 되도록 누군가에게 맞아죽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로 하는 짓거리 마다 실수로 가득하다. (물론 마크 다씨 같은 능력있는 남자만 만나면 그녀의 바보같은 짓거리는 문제가 안된다.)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 그리고 잘 사귀는 것은 여자의 인생에 있어 분명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문제라고 말 하는 것과 전부라고 말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 영화의 제목이 열정과 애정이건만 영화 어디에도 열정과 애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를 위해 엄청나게 살을 불리고 완벽에 가까운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는 르네 젤위거의 노력은 가상하나 영화는 영 아니올씨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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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1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만순이가 이거 본다고 1편을 억지로 보게 했는데 ㅠ.ㅠ 그리 재미없다니... 실망입니다... 전 1편도 별로였다구요...

플라시보 2004-12-1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1편이 별로였다면 2편은 당연히 더욱 더 별로입니다. 전 1편은 재밌게 봤었거든요.^^

진/우맘 2004-12-1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1편을 안 봐서 그런지, 2편을 재미있게 본 사람도 여기 있는데~^^;

BRINY 2004-12-1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편도 원작이 있긴 있어요. 브리짓과 친구가 태국까지 날라가서 나라 망신, 여자 망신 다 시키고, 마크 다시가 또 그걸 구해주는 내용이죠?

브리짓이 저랑 동년배란 설정이라서 1편은 재밌게 봤는데, 원작 속편을 읽고나니, 이거 뭐냐? 싶더라구요. 결국 여자 팔자는 남자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달렸다는 얘긴지. 남자들은 똑부러진 여지보다 브리짓같이 덜 떨어진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지. 제 남동생이 브리짓 같은 여자를 사귄다면, 만사 제쳐두고 말릴 겁니다.

플라시보 2004-12-1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흐흐. 개인 차이죠 뭐. 저도 남들이 엄청 재미없다고 욕한 영화 재밌다고 그런적 많았어요.^^



BRINY님. 어머. 원작이 있었군요. (이런 망신스러운..하하) 아무튼 저도 주변 남자중에 브리짓 같은 여자를 사귀고 그것도 모자라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만사 제쳐두고 말릴껍니다.^^

마냐 2004-12-1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브리짓이 사랑스럽지 않다는거..역시 그게 문제라니까요.

panda78 2004-12-18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짓 존스의 애인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죠. 근데 영화보단 낫지만 책도 1권만 못하더라구요. 저도 기대하면서 보러 갔는데 실망했어요.;;

플라시보 2004-12-18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그렇죠. 사랑스럽지 않다는거. 사실 1편에서는 우리의 브리짓양 꽤나 사랑스러웠잖아요. 그 스위티함이 쫙 빠져버린것 같아요.



panda78님. 음...책 제목은 브리짓 존스의 애인이군요. 책도 별로, 영화도 별로...흐흐
 


     머리가 긴 편인 나는 아무리 두발 관리를 잘 해줘도 끝부분에는 영양이 없어서 푸석하다.

     그래서 머리를 감고 물기를 어느정도 말린 다음에는 워터타입으로 된 스프레이를 뿌려주

     고 그 위에 에센스등을 발라준다.

     평상시에는 아쿠에어의 헤어 워터 스프레이를 썼었는데 이번에는 비달사순으로 바꿔봤

     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라고 하는데. 일단 성분은 여느 헤어 워터 스프레이들

    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용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사실 긴 머리라서 스프레이 형태는 분

사하려면 팔이 좀 아픈데 이건 아예 분무기 형태로 되어서 그런지 한번만 촥 뿌리면 많은 양이 골고루 분사

가 된다. 짧은 머리에는 별로 필요가 없겠지만 긴머리에는 분무기타입이 있으면 좋다. 보통의 물 분무기들

보다 훨씬 넓게 골고루, 또 가늘게 분사가 된다. 이건 순전히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용기가 좋아서 선택한

거다. 다 쓰고 나서 용기를 잘 씻어놨다가 안에다 다른 헤어 워터 제품을 넣고 써도 좋을듯 싶다. 가격은 9천

원 선으로 다른것 보다  비싸다. (보통의 헤어 워터 스프레이는 6천원에서 8천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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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12-1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이 아니라 전날 저녁에 머리감고 자서 푸석푸석 가라앉은 머리에 뿌려줘도 좋더라구요. 리퀴드 헤어 왁스보다 이게 더 사용감 좋아요.

픽팍 2004-12-1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 뿌리면 머리가 차분해 지긴 하나요? 저도 워낙 머리가 푸석푸석 거려서 와방 짜증;;;;;;;;;

플라시보 2004-12-1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저는 머리가 너무 길어서 끝까지 영양이 안가서 그런지 이 제품만으로는 푸석함이 해결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에센스를 바르거나 헤어 글로시를 발라줘야 해요^^ (님은 머릿결이 좋으신가봐요. 부러워라..^^)



픽팍님. 네 차분해지는 효과는 있습니다. 다만 너무 푸석한 머리에는 저걸 바르고 헤어로션을 바르시거나 아니면 에센스를 바르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헤어 글로시 제품을 쓰시거나요. 머리 감을때 헤어팩 해 주시면 조금 더 좋구요. (미장센 펄 샤이닝 헤어팩이 좋답니다.^^)
 


평소에 나는 색조 화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이고. 더더군다나 입술쪽은 거의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립스틱은 답답한 느낌이 들고 립글로스는 끈적인다는 느낌 때문이다. 특별히 화장을 해야 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평소에는 입술 부분 만큼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둔다. 그래서일까? 난 유달리 입술이 잘 튼다. 가을이면 입술이 건조해지기 시작해서 겨울이 되면 입술이 갈라지고 급기야는 그 갈라진 입술로 퍼 웃다가 찢어져서 피가 흐르기도 한다. (웃으며 피를 흘리다니 매우 그로데스크하다.) 그래서 챕스틱과 니베아를 비롯해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립케어 제품은 모조리 다 써봤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입술에 유분끼를 주긴 했지만 입술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찾아낸 것이 옆에 보이는 바디샵 코코아 버터 립케어 스틱. 예전에는 좀 더 고급스런 케이스에 들어있는 꿀이 들어간 제품을 썼었는데 그건 단종이 되었는지 더이상 보이질 않아서 저 제품을 써봤다. 일단 보습력과 갈라진 입술 치유력은 좋다. 하지만 입술에 바르는것은 무향을 가장 좋아하는데 저 제품은 바르면 코코아 냄새가 난다. (이름도 코코아 버터이다.) 바르고 좀 지나면 냄새가 사라지긴 하지만 역시 무향 제품이 가장 좋은것 같다. 바르면 거의 번들거림도 없고 색도 없다. 입술이 텄을때 바르면 가장 효과적이다. 가격은 5천원선.


하지만 입술이 트다 못해 각질이 일어나고 그 각직이 찝찝해서 뜯어내는 지경에 이르르면 저 제품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럴때는 오른쪽에 보이는 햄프 립 컨디셔너를 쓴다. 거의 무향에 가깝고(그냥 냄새를 맡으면 약간 한약냄새 같기도 한데 바르면 풀잎향이 아주 약간 난다.) 위에 있는 코코아 제품보다 발랐을때 조금 더 리치하다. 그래서 각질이 일어났을때 바르면 좋다. 식물과 오일성분이 들어가 있고 번들거림이나 색은 없다. 가격은 위에꺼보다 3천원이 더 비싼 8천원선. 양은 위에 코코아 버터 제품보다 더 작지만 효과는 더 좋다. 아주 심각하게 트고 각질이 인 입술이 아니라면 코코아 버터로도 괜찮지만 피가 흐르는 지경이라면 이 제품을 사용하는게 좋다.

참고로 입술이 어떤 방법을 써도 계속 튼다면 샤워나 목욕 후 입술이 부드러워졌을때 꿀을 바르고 그 위에 랩을 씌워서 1시간이나 2시간 정도 있다가 랩을 떼어내고 꿀을 닦은다음 립케어 제품을 바르고 자면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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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2-1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디샵 제품은 비싸다는 선입견때문에 안 써봤는데.... 저 햄프 립 컨디셔너는 당장 구입해야겠네요. 방금도 입술 껍질 뜯어내면서 이 글을 읽었어요. 으흐흐...이 피 냄새...TT

흰 바람벽 2004-12-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 입술이 장난 아니게 잘 트거든요. 오죽하면 한여름에도 터요. 어찌된게.ㅡ.ㅡ

별짓을 다 해 봤는데.

흠.. 또 바디샵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

ㅋ 어제 님이 권해주신 파우더랑 아이쉐도우 샀거든요. 흐~ 넘 좋아요.

아이쉐도우는 오늘 하고 왔는데. 정말 좋은거 같아요. 양도 꽤 많더라구요.

파우더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말씀해 주신걸 주더군요. ^^;; 그리고 집에 와 확인해 보니 전에 쓰던 시슬리보다 가격도 저렴한데 용량도 거의 두배 많은거 있죠.

12월이라고 가죽으로 된 수첩식 다이어리도 받았습니다. 헤~

꿀한번 해봐야 겠네요. 정말로 (그러다 꿀을 다 빨아 먹지 않을까 걱정되지만...ㅡ.ㅡ)요즘 계속 입술 뜯고 있거든요. ㅡ.,ㅡ

paviana 2004-12-1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기전에 바세린을 바르고 자는데- 저두 입술 껍질 뜯어내는 타입이라- 듬뿍 바르고 자고 일어나면 많이 좋아진답니다..님도 집에 있으면 한번 시도해보세요..

BRINY 2004-12-1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받은 버츠비 립밤 아껴아껴쓰다, 울며 겨자 먹기로 챕스틱 썼는데, 옆동네 바디샵 가봐야겠네요.

플라시보 2004-12-15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요즘 바디샵 크리스마스 특별 세일 들어갔습니다. 비싸게 팔던걸 9.900원 균일가에 팔기도 하구요.

바디샵 제품이 일반 대형 할인점에서 파는 제품들 보다는 비싼게 사실이지만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다른 바디 전문 제품들 보다는 월등하게 쌉니다. 뭐 그래도 저 립케어들이 보통 2천원 안팍인 제품들 보다는 비싼게 사실이지만요.^^ (그리고 립케어는 꼭 하세요. 입술은 찝찝해서 그런지 트면 자꾸 침바르고 뜯고 해서 더더욱 악화가 되더라구요. 나중에는 퉁퉁 붓기까지 해요.)



흰 바람벽님. 어머 파우더랑 아이쉐도우를 사셨군요. 파우더는 보통 가면 페일 옐로우를 당연히 권합니다. 가루 파우더도 괜찮구요. 나중에 혹시 여유 되시면 프레스드 파우더 페일 옐로우 (그냥 프레스드 파우더 말고 쉬어 피니쉬 제품이 조금 더 비싼데요. 양으로 따지만 훨씬 많아 이익이니 그걸 사세요. 한 3천원 차이가 날껍니다.)도 써 보세요. 앗. 그리고 가죽으로 된 수첩식 다이어리. 전 못받았어요. 어쩌지? 쉬는날 달려가서 달라고 해 봐야하나. 흐흐. 시슬리보다 양도 많고 마음에 든다니 다행입니다. 아..근데 저 진짜 화장품 판매원 같지 않나요? 왜 일케 열을 내지? (혹시 이 글을 보는 바디샵과 바비브라운 관계자분 계시면 저한테 테스팅용 제품 왕창 주셔도 절대 사양 안하겠습니다. 흐흐)



paviana님. 바세린도 효과가 좋군요. 집에 있는데 한번 시도 해 봐야겠어요. 근데 꿀은 먹어도 상관 없는데 바세린은 먹게되면 어쩌지요?^^



BRINY님. 버츠비 립밤은 한번도 안써봤습니다. 립밤은 좋기는 한데 손가락으로 뭍혀서 써야해서 손이 끈적한게 좀 그렇더라구요. (대신 스틱형보다 훨씬 부드럽고 촉촉하긴 해요. 스틱은 너무 부드러우면 잘 부러지는데 예전에 바디샵에서 나온 금색 케이스의 스틱 -꿀이 든 제품- 은 툭하면 부러졌거든요. 그건 립밤의 형태로 만들었어야 했을듯 싶어요) 챕스틱은 효과 보신분은 괜찮았는지 모르겠지만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다가 공통적인 의견이었어요. 증상의 개선 보다는 잠깐 입술을 촉촉하게 해 주는 정도였다고 할까요. 코코아 버터 제품은 비싸지 않으니 한번 시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꼬마요정 2004-12-15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전 저 헴프 썼다가.. 너무 맛이 없어서 근처도 안 간답니다. 결국 안티프라민을 떡이 되도록 바르고 자곤 하죠.. 겨울만 되면 트는 입술.. 정말 고민입니다.

플라시보 2004-12-1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아...맛을 보고 결정을 하시는군요. 후훗. 안티프라민은 좀 먹을만 한가요? 흐흐^^ 꿀 발라 보세요. 꿀은 더 맛나요.

진/우맘 2004-12-15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맛이라구요? ㅋㅋㅋ 안티프라민을 입술에 바르다니....헉....그거, 입술에 발라도 되는거 맞나요?!

플라시보 2004-12-1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저도 바세린은 들어봤으나 안티프라민은 꼬마요정님께 처음 들어 봤습니다.^^ (맛이 궁금해요. 흐흐)

biseol 2004-12-1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입술선도 불분명한데다가 그리기도 못해서 화장다하고도 입술엔 바세린 바른뒤

약간 혈색만 돌게 칠합니다.

근데 겨울이라도 터 본 적이 없던 입술이 짐 2달 넘게 입가가 찢어지고 붉어져서 그 모습이 꼭 진한 립스틱 바르고 칠칠맞게 마구 번진 형태가 되었답니다.

각질이 일어난 정도가 아니라 한꺼풀씩 벗겨지기 까지 하길 반복하고 있음..



전 위 1,2로는 안 될거 같고 바로 세번째 방법 써 봐야 겠어요. ㅡ.ㅡ



아.. 그리고 고등학교 때 친구가 입술에 안티프라민을 바르는 걸 보고 기겁했는데,

꼬마요정님두? 그것이 향(?)도 참 독특하지만 많이 얼얼해지지 않을까요? ㅋㅋ

플라시보 2004-12-1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미레님. 저런. 입술 아프시겠어요. 거기다 그 찝찝한 이물감이란... 입술은 한번 트기 시작할때 관리 안해주면 자꾸 찝찝해서 침바르고 그러다 더 급속도로 트더라구요. 3번 방법으로 부티 촉촉한 입술을 되찾으시길^^ (아. 안티프라민 바르는 사람이 정말 있군요. 전 바세린이랑 착각한게 아닐까 싶었는데.)

sweetrain 2004-12-20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디샵..지르고 싶은 것은 많습니다. (헉 이러다 크리스마스 기념 친척집 순회해서 용돈을 갈취ㅡ.ㅡ 한 후 바디샵에서 립케어종류들을 마구 질러버릴지도 몰라요)..저도 지금...말 할 때마다 입술이 아플 지경이라 립스틱 못 바릅니다ㅡ.ㅡ

연우주 2005-02-14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해외에서 바디샵 립버터를 사가지고 왔는데요. 너무 맘에 들더군요. 그래서 한국에 언제 들어오냐고 바디샵측에 전화를 했더니 안 들어온다더라구요. 왜 안 들어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향도 좋고, 바를 때 느낌도 좋은 것 같은데. 참고로 넛향이었는데 아직도 가지고 싶어 구할 길을 고민중이랍니다. ㅠ.ㅠ
 
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때 한번쯤은 복수를 꿈꾼다. 비록 여러가지 이유로 복수를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지만 상상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받았던 상처, 혹은 그 이상의 고통과 아픔과 절망을 안겨주는 꿈을 꾼다. 복수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들이대며 '원수여 내 칼을 받으라' 고 외치는. 누가 봐도 내가 지금 너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정면대결형 부터, 나의 존재를 감추고 주변 상황들을 교묘히 조작해서 그를 곤경에 빠드리는 그림자형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안전한 복수는 두번째이다. 물론 첫번째처럼 복수를 해서 상대방의 목이라도 따 버린다면 그로써 모든것이 끝이 나겠지만 알다시피 우리는 '원수여 내 칼을 받아라' 만큼이나 자주 들었던 소리가 '내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 혹은 '내 형제의 원수를 갚아주마' 이다. 복수하려는 상대가 천에 고아에 홀홀단신으로 살지 않는한. 그를 제거 한다고 해서 모든 복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응징을 당한 상대방의 주변인중 누군가가 밤마다 시퍼런 칼날을 달빛에 비추며 복수를 꿈꿀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하지만 두번째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비록 상대방의 코앞에서 복수를 해 줌으로써 상대방이 나에게 복수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두려움에 떠는 쾌감은 없겠지만 뒷탈없이 안전한 복수가 될 수 있다. 복수만 하고 나서 이 세상을 하직할게 아니라면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해야 한다. 복수도 복수지만 일단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두번째 방법에서는 복수가 복수를 낳을수가 없다. 상대방은 내가 복수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며 누가 끌어당기는지도 모르는 늪으로 서서히 몸이 빠져들어 간다. 재수에 옮이 붙었다 느끼겠지만 그 옮을 누가 붙인건지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 첫번째 복수보다는 상당히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맞장을 뜨는 짜릿함을 포기한 것은 어디까지나 복수를 하고 있는 나 라는 존재를 숨기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가 아무리 원인을 찾아내려고 해도 찾아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일이라면 복수를 당하는지조차도 모르고 복수를 당하는 상대방을, 음침한 곳에서 미소를 띄며 지켜보는 일 뿐.

장 자크 패슈테르의 '표절' 은 바로 이러한 복수를 그린 이야기이다. 주인공 에드워드는 자신의 원수인 니콜라 파브리를 파멸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도래하고 에드워드는 자신을 숨긴채 니콜라에게 복수를 한다. 그 복수라는 것은 작가인 니콜라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표절 시비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손에 피한방울 뭍히지 않고 완전하게 복수를 한다. 물론 복수를 위해 태어난 복수의 화신은 아니므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혹시나 실패할까봐 (자신이 복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거나 자신의 조작이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에 철저하게 복수를 준비한 탓인지 모든 상황은 그가 예견한 시나리오대로 완벽하게 연출이 된다. 에드워드가 니콜라에게 복수를 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은 그가 사랑했던 야스미나라는 여자를 니콜라가 차지하고 또 그녀를 죽음에 이르도록 내몰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에드워드의 복수에 기름을 부었을 뿐. 이미 불씨는 그들이 처음 만났을때 부터 서서히 지펴졌다. 애드워드는 단지 니콜라를 미워하지만은 않는다. 이런걸 바로 애증이라고 부른다의 교과서로 써도 좋을만큼 니콜라를 향한 에드워드의 감정은 복잡하다. 조용하고 소심한 에드워드. 어딘가에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큼 주목받을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 그런 그의 옆에 어딜가나 보석처럼 반짝이는 에드워드는 질투의 대상이자 스스로 끊임없이 모욕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니콜라에게 복수를 한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끝에 이루어지는 에드워드의 복수는 복수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차라리 아름답다고 느낄 만큼 완벽하다.

표절의 가장 큰 미덕은 복수의 도구로써 책이라는 다소 이채로운 소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사람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 자신이 만든것이 분명한 창작물에 대해 표절 시비를 불러 일으키는것. 그것은 가장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한 인간을 파멸시키는 길이다. 그리고 그 파멸은 도저히 회생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르고 마침내 복수의 대상자 스스로 모든것을 끝장내도록 한다. 1994년 프랑스 범죄 문학상을 받은 이 책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치밀하다. 왜 여태 이 책을 몰랐는가 싶을 정도로 나는 이 책을 잡자 마자 단숨에 읽어 치웠다. 초반부에는 약간 느슨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에드워드가 니콜라에게 복수를 준비하는 중 후반에 들어서면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다. (실제 이야기의 진행이 빨라진다기 보다 읽는이의 호흡이 빨라진다.) 이렇게 대단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몰랐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 책은 재미있다. 추리소설처럼 범인이 누구인지 끝에 가서야 알려줌으로 인해 극정 긴장감을 고도로 끌어내는 것이 아닌. 이 책은 범죄자의 관점으로 쓰여져 있다. 즉 복수를 왜 하게 되었으며 어떤식으로 복수가 진행된다는 것을 뻔하게 알면서도 추리소설 만큼이나 긴장감과 스피디함을 보이고 있으며.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놀랄만큼의 흡입력을 가진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복수하고 싶은 상대를 만난다. 그 상대가 철천지 원수이고 누가 봐도 저 둘은 앙숙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복수하고픈 마음이 시들해져 버릴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대가 가장 가까운 친구이거나 혹은 가족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복수의 상대가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항상 내 주변에 맴돌며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 어떻겠는가. 웃는 낯으로 대하면서도 등 뒤에서는 칼을 갈고 그의 불행을 들으면 겉으로는 동정하면서 속으로는 웃음이 비져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다. 이런식으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한번 시작을 하면 도저히 멈출수가 없다. 어떤 특별한 이유. 그 단 한가지로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고 복수를 꿈꾸는것 보다 조금씩 조금씩 먼지만큼 작게 쌓여가기 시작하는 증오와 미움은 어떤 요소로도 제거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마침내 표면적으로 터트릴만한 구실이 되어줄 사건이 발생하면 복수의 불은 기름부음을 받는다. 작가 장 자크 패슈테르는 이러한 상황을 이 책 '표절'에서 너무나도 잘 표현을 했다.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얘기가 작가 자신의 얘기라고 믿어버리는 것 만큼 멍청한 독자의 본분을 다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어쩔수 없이 이 책을 읽고 또 한번 상상을 한다. 이 얘기가 자신의 얘기는 아니라 할지라도 (실제로 그는 작가 로맹 가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장 자크 패슈테르는 살면서 한번쯤은 이런식의 증오와 미움을 키우고 복수를 꿈꿨을 것이다 라는 상상을 말이다. 이 얘기가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천재적이라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유치한 발상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믿어버린다. 죄가 있다면 장 자크 패슈테르가 너무나 흠없는 작품을 썼다는 것에 있으리라.

올 하반기 들어 가장 재미있는 책 한권을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 작품 '표절'은 추천을 해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을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거기다 놀랍도록 책값이 싸기도 하다.) 별 다섯을 주고 거기다 금가루까지 뿌려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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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5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즈마리 2004-12-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anks to 입니다..^^

흰 바람벽 2004-12-1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사놓긴 했는데 앞에 읽다가 속도가 안나가서 걍 던져놨거든요.

당장 당장 읽어야 겠어요~ 으~~ 흥분.긴장.기대.
추천도 콕!! ^^

플라시보 2004-12-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즈마리님. 감사해요. (흐흐. 가격이 싸서 님이 산다고 해도 부담이 안되는군요.^^)



흰 바람벽님. 처음에는 저도 속도가 좀 안났는데요.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흥미진진 (내가 이 표현을 쓰다니...) 해 집니다. 어여 읽어보세요.^^

깍두기 2004-12-1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흥미진진...그 표현 딱 좋으네요. 그 표현이 어때서 그러십니까^^

플라시보 2004-12-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깍두기님 알고 그러시는거죠? 에잇 몰라욧^^

瑚璉 2004-12-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째 패러그래프, 밑에서 세 번째 줄에 오기가 있습니다 ("에드워드" -> "니콜라"). 직업병입니다 (-.-;). 양해하세요.

플라시보 2004-12-1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련님. 지적 감사합니다. 니콜라를 에드워드로 써 뒀군요. 흐흐^^
 
아침형 인간, 강요하지 마라
이우일 외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한창 유행하는 것이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등을 규정짓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내 혈액형인 B형은 가장 개떡스럽다.) 겨우 몸속에 흐르는 피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발상부터도 웃기지만 과거 그냥 재미삼아 보는 수준을 넘어서서 특정 혈액형을 집중 공격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우습다. 사실 인간이란 너무도 복잡한 존재이다. 그런 인간을 무슨 형 무슨 형 이런식으로 나눈다는 것 부터가 말이 안된다.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 현재 처한 환경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몇 가지 특징만 부각시켜서 '형' 이라는 틀속에 집어넣는다는 것은 냉장고를 코끼리에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얼마전 서점가에 '아침형 인간' 이라는 책이 돌풍을 일으켰었다. 아침형 인간이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뭐든 하라는 것으로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앞당겨 새나라의 새 어른이 되자는 것이다. 거기에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더 많이 잡아먹는다는 둥. 혹은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유달리 일찍 일어난 사람들의 예를 들며 성공을 하고 싶거든 일단 일찍 일어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 성공한 사람이 단지 일찍 일어나는 것 만으로 성공을 했다면 이 세상에 성공 못하는 인간이 대체 몇이나 있을까? 문제는 일찍 일어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또 무엇을 하느냐인데 몇몇 성공한 사람들이 꼭두새벽에 일어난 것만을 가지고 말한다는 것은 숲을 보지 않고 풀 한포기만 보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S모 그룹에서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인 9 to 6를 7 to 4로 확 바꾸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그룹의 회장님께서 아침형 인간의 신봉자였는지 보통 출근시간 보다 무려 두 시간이나 앞당겨버린 것이다. 일의 특성같은걸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조취로 인해서 한동안 S모 그룹에 다니는 사람들은 큰 고통을 당해야 했다. 특히나 S모그룹 계열사인 유명한 광고회사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뒤늦게 모든 부서나 계열사에서 전부 7 to 4를 실천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것을 시행착오끝에 느끼게 된 S모 그룹사는 나중에는 저 원칙을 일의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한 직장 내에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라는 법칙이 들어맞지 않을텐데 그보다 훨씬 더 불특정 다수인 일반 사람들은 오죽 하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외친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서 어학원을 다니며 자기 개발을 하고 헬스나 요가를 배워 웰빙스런 생활을 하라고 말이다. 아침일찍 일어나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침잠이 많다거나 늦게까지 일을 하는 사람들, 혹은 늦게 잠자리에 드는것이 더 나은 사람들은 고려해야 할 대상에 끼이지도 못하는 분위기이다.

그런 찰나에 이 책이 나왔을때 나는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 나 역시 아침형 인간이 되기에는 너무도 늦게 잠자리에 들었으며 아침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무척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나 말고도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는 인간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반가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아침형 인간이라는 단 한 가지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쳐주는 것이 고마웠다. 굳이 아침형 인간과 그에 반대되는 올빼미형 인간으로 나누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하는 일의 특성상 혹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수십 수백가지의 인간 형태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은 그래서 아침형 인간에 완벽하게 반되되는 올빼미형 인간 이외에도 회사형 인간을 비롯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원고를 청탁했고 그 것을 모아서 엮어낸 것이다.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라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절대로 난 되지 않을테야' 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기가 처한 여러가지 환경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을 나열해 뒀을 뿐이다. 물론 제목이 제목인 만큼 내추럴 본 아침형 인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무려 18명이라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써서인지 이 책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 끼리도 이토록이나 다르고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획일화된 시스템아래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것이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모두가 똑같은 머리길이에 똑같은 옷. 그리고 똑같은 공부를 똑같은 시간에 앉아서 해야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데 세상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도 여전히 사람들은 서로 똑같아지지 못해서 환장이라도 한 것 처럼 단 하나의 이론과 단 하나의 선택만을 강요한다. 어쩌면 그 중에서도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은 가장 작은 부분인지도 모른다. 개성이 박탈된 인간들. 획일화된 인간들이 통치자에게는 매우 편할지 모르겠지만 개개인들은 죽을 맛이다. 인간이란 하물며 생김새조차도 다 다른데 그 속은 얼마나 더 다를것인가. 그런걸 깡그리 무시당한채 한가지의 길 밖에 없고 모두가 똑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사실 나도 아침형 인간 까지는 아니지만 회사형 인간이긴 하다. 직장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출근시간을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아침에 자연스럽게 눈을 뜨는게 아니라 시끄러운 기계음을 들으며 어거지로 일어나야 한다. 가끔은 잠이 덜깬 얼굴로 곧바로 욕실로 달려가 칫솔질을 하는 나를 거울로 보면 잠 조차도 지 마음대로 잘 수 없는 나란 인간이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더더욱 일찍 일어나서 어학원을 다니고 헬스클럽을 다니라고 주장하고, 아침잠이 많은 인간을 무능하고 게을러터진 인간 취급을 하는 사회 분위기는 정말로 견디기가 힘들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회의때마다 사장은 아침일찍 일어나서 자기개발을 하라고, 늘 지각을 하고 아침시간에는 대부분 꾸벅꾸벅 조는 나를 한심한 눈으로 처다보며 말한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덧붙인다. 자긴 여태까지 새벽 5시 이후에 깨어난 적이 없다고 말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난 덕에 우리 회사의 사장님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평생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사장을 할래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살면서 입에 풀칠할 정도만 버는 회사원이 될래 라고 묻는다면 후자를 택하겠다. 모든 새들이 몇 마리 벌레와 아침잠을 쉽게 바꿀꺼라는 생각은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틀린 생각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모든 인간들은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 남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기상 시간인 오후 1시 2시에 일어나고 역시 더 말이 안되는 조간신문을 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하고싶은 대로 살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누리기 때문에 무척 행복해 보인다. 굳이 이렇게 아침형 인간에 맞서서 아침형 인간을 강요하지 마라 라는 책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세상. 무슨형 인간이라고 나누는건 말도 안되는 짓거리임이 인정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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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 2004-12-1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제가 이책을 사면서 Thanks to 를 하면 더 좋을것을..... ㅠ.ㅠ

nugool 2004-12-1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형 인간이 되기 싫어요. 역사는 밤에 이루어 지는데.. ㅋㅋ 저 S모 그룹이 7to4(칠사제라고 불렀죠)할때 흐흑.. 그 광고회사 다녔었잖아요. 죽는 줄 알았어요. 정말.. 그때 다들 7시에 출근하면 엎드려 자는 사람이 태반이었다니까요. 결국은 죽어도 바꾸는 걸 안된다던 그룹측에서 입장을 조금 늦춰서 팀별로 출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줬는데 그래도 그룹측 광고를 하던 팀은 7시에 출근해야했죠. 하여튼 그러고도 날밤새고 일해야 했으니 그시절 정말 회사다니기 싫었답니다. 참!(정작할 말은 안하고 ^^;;;) 읽어보고 싶네요. 반갑기도 하구요.

플라시보 2004-12-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추천 감사드려요. 이미 읽으셨나봐요?^^



제가 그 광고회사 주변에서 살았거든요. 그 회사 보면서 '나도 저런 근사하게 생긴 회사 다니고프다' 고 생각했더랬어요. 후훗. 어쩌면 그때 님이 계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저 책에 보면 그 회사 다녔던 사람이 쓴 글도 있어요. 4시만 되면 퇴근했나 조사하러 나와서 근처에 방하나 잡아놓고 일감을 옮겨서 했다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보니까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광고하는 사람들 늦게까지 일하는데 그건 생각지도 않고 꼭두새벽 출근에 한참 일할시간에 퇴근 시킨다는게 말이 안되는 발상이죠. 더구나 일의 특성상 퇴근시간이 지켜질리는 만무한데 말입니다. 어?거나 정말 그때 회사를 다니셨다니 많이 힘드셨겠어요. 7시 출근이면 대체 언제 일어나야 하는겁니까. 더구나 여자들은 준비하는 시간이 대충 30분에서 1시간은 걸리는데 으...생각만해도 끔찍해요. (아. 책요. 재밌어요. 읽으면서 무지 좋았어요. 다들 글을 어찌나 재미나게 써놨는지..흐흐)

치니 2004-12-14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책을 읽었던 지인의 말을 기억하건대, 왠지 플라시보님 글이 더 재미있는 듯...^-^


플라시보 2004-12-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아유 아니여요. 흐흐. 저 책 진짜로 재밌었어요. 사실 제 글이 길긴 하지만 재미 면에 있어서는 좀 떨어지잖아요.^^

nugool 2004-12-1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회사 다녔던 사람.. 제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군요. 맞아요. 회사에 못 있게 해서 근처 거래처나 여관방에서 일하기도 하고. 후훗.. 벌써 오래전 얘기로군요. (맞아요, 이**에서 사신 적이 있었지요!! )

마태우스 2004-12-1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난주부터 아침에 운동하기로 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할 거예요. 전 제 뱃살과 더불어 남은 생을 살기 싫어요!

플라시보 2004-12-1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 하핫. 함께 일하던 분이면 좋겠어요. 님도 그때 여관방에서 일하셨더랬군요. 흠...그분 글써놓은거 보니 장난 아니게 힘들고, 그보다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 때문에 고생하는게 되게 억울하겠다 싶었는데 겪으신 님은 오죽하겠어요.^^



마태우스님. 어머 아침형 인간. 그 중에서도 운동을 목표로 삼으셨군요.^^ 하긴 사람마다 다 다르죠. 제 친구 중에서도 아무리 늦잠을 자려고 해도 아침 6시면 자동적으로 눈이 딱 떠진다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아침에 학원 다녀서 딴 자격증만 수두룩해요.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삶이 있는 법이죠. 근데 님이 아침일찍 일어나시는건 의외네요. 전 왜그런지 당연하게 님도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신다 생각했거든요. 흐^^

maverick 2004-12-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의미없이 보내는 시간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잠자는 시간은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전 이해가 안 되더군요 잠자는 시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없이 소중한 시간일텐데요.. 늦잠족 화이팅! (음..저는 잠자는 시간 빈둥대는 시간 둘다 전혀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