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가지 이야기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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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읽어 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샐린저의 호밀밭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 밀리언셀러이고 심지어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해질 만큼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괜찮은 소설인걸까? 나쁘지는 않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의 명성중 8할은 한 사건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건이란 마크 채프먼이라는 작자가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을 암살할 당시 손에 들고 있었던 책이 바로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에도 호밀밭이 작품성을 인정받은 좋은 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은데에는 저 사건이 미친 영향이 지대하지 않나 싶다.

사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다지 나쁠것도 좋을것도 없는 소설이다. 문학계에서는 샐린저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뽑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영향을 받은것 같지도 않고 하루키는 샐린저의 작품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하루키가 만약 샐린저의 계보를 이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좋아하거나 원해서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우연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내게 있어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렇게까지 칭송받을 만한 작품도 그렇다고 해서 욕을 푸지게 먹을만한 작품도 아닌것 같다.

아홉가지 이야기는 대학때 읽은 호밀밭을 제외하고는 두 번째로 읽는 샐린저의 책이다. 보통 J.D. 샐린저로 표기가 되기 때문에 그의 풀 네임을 몰랐었는데 이 책 덕분에 나는 J.D. 가 제롬 데이비드의 약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내가 건진 유일한 성과라고 하면 좀 과장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책을 몹시 재미없게 봤다. 아홉가지 단편이 실려 있건만. 어느 하나 '과연 재미있군'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아홉가지 중에서 에스키모와의 전쟁 직전은 적어도 무슨 내용의 단편인지 정도는 파악이 가능했으나 나머지 여덟가지 단편은 정말 너무도 형편이 없어서 책값이 다 아까울 지경이었다. 제목도 어째서 저런것들을 붙였을까 싶게 내용과 거의 무관하고 (이건 그중 제일 나았던 단편 에스키모와의 전쟁 직전도 마찬가지다. 거긴 에스키모인도 전쟁도 또 그 전쟁의 직전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거의 대화로 이루어진 단편들은 무슨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다. 꼭 남의 메신저를 훔쳐본것 처럼 말이다. (알다시피 메신저는 바로바로 대화를 하면서 봐야 무슨 소리인지 알지. 대화를 다 나누고 난 이후 제3자가 보면 대화처럼 바로바로 피드백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소 엉뚱한 대화로 보이기 쉽상이다.)

호밀밭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음에도 이 책을 산 이유는 순전히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건 호밀밭보다 훨씬 더 떨어지는 작품들이 실려있다. 뭘 말하고 싶은지는 고사하고라도 어떤 내용인지 정도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읽는 내내 머리통만 어지러워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뭐 교훈적이라던가 재미를 추구했다던가 하는 것도 없다. 이런 글을 주절주절 쓸꺼라면 대체 왜 글을 쓰나 싶을 지경이다. 물론 이건 문학적 소양이 한참이나 부족하고 무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 이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책은 절대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건 몰라도 재미있고 없고 정도는 나도 안다고 생각한다.) 혹시 J.D. 샐린저라는 이름에 혹해서 이 책을 사서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재미가 없어도 이건 좀 너무 심하다 싶게 없기 때문이다. (허나 여기서 뭔가 대단한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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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1-1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셀린저의 뒤를 이은 작가라고 평가받는 원인 중의 하나는 아마 그가 일본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의 번역자로써 명성을 얻은 것과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그의 번역은 제법 훌륭해서 지금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 까닭인지 하루키의 작품에서 셀린저의 이름이 가끔 나오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저도 이 책하고 이 책 후속권인 셀린저의 또다른 단편집을 사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도서관에 주문을 넣어야할까 봅니다.(아무래도 읽기는 해야 할 것도 같아서요,)

perky 2005-01-15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명성에 비해 평범하다고 느꼇었구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단편 'a perfect day for bananafish'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도 읽었었는데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할련지..사람들이 너도나도 좋다고 하니까, 제가 이상한가보다 생각했었는데..님 글 읽고나니 좀 위안이 되네요. ^^

칼잡이 2005-01-1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책은 못봤지만 다른 책을 통해 여기 수록된 바나나피시와 에스메를 위하여는 읽었는데, 특히 에스메를 위하여를 상당히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검토겸 서점에서 이번에 출판된 아홉가지이야기를 펼쳐보았는데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제가 본 장석주의 소설이라는 책에서 감명깊게 읽었던 <에스메를 위하여>의 마지막 문장은 '에스메여 아는가? 정말로 졸리는 잠이 찾아들 때 그 사람은 또다시 몸과 마음이 다같이 온전한 사람이 될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인데 이책에서는 무슨뜻인지도 모를, 능력 어쩌고 저쩌고 번역됐던데 한참을 이해하려해도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그리고 차알스가 '안녕 안녕 안녕 안녕' 하는 부분이 이책에서는 '헬로 헬로 헬로 헬로'던데, 원래 그 부분의 순수한 느낌이 잘 살지 않는 듯했습니다. 가장 감명깊은 문장들만 검토하고 전체 적으로 다 읽지는 않아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 두 문장의 번역만으로도 약간 실망했습니다. 참 재밌게 읽은 소설인데..

LAYLA 2005-01-16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아주.......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주_ 지루했어요.
흠...

플라시보 2005-01-1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음..그렇군요. 하루키가 호밀밭을 번역했군요. 그런데 하루키는 왜 호밀밭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이지 못할까요?^^ 이 책 바로 아래에 있는 산문집에 보면 그런 내용이 있거든요. 다소 호밀밭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perky님.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전 저만 못 알아듣나 싶었는데 님과 마찬가지라서 저 역시 위안이 됩니다.^^

솜주먹님. 음..번역에따라서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죠. 하지만 누가 번역을 어떻게 했건간에 저는 J.D.샐린저와는 코드가 안맞는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님처럼 재밌었으면 좋으련만...

LAYLA님. 전 뭐 지루한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이 단편집은 정말이지 읽으면서 대체 내가 이걸 왜 읽나 싶었습니다.^^ 호밀밭도 지루하셨다면 이건 안보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seamrh 2005-01-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 최고였다고 생각되는데...세상 참 넓군요...
어떤 작품이 좋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플라시보 2005-01-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eamrt님. 저도 호밀밭이 아주 나쁜건 아니었습니다만.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될 만큼 대단한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기준에서 그런것이고 실제로는 대단한 작품이겠죠.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꾸준하게 읽히는거구요. 다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작품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향하니까요^^ 어떤 작품이 좋았냐구요? 흐흐. 제 서재에 들락거리셨으면 아시겠지만 저는 재밌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사사 2005-01-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대 평가라기보단, 샐린저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략적이라는 게 대다수로 몰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플라시보 2005-01-2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님. 뭐 그럴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샐린저 효과라는게 정확하게 뭘 말하는거죠? 위에 제가 언급한 사건 말고 다른게 있나요?
 



철제 프레임으로 된 이케아 싱글 침대. 메인 침대로 쓰기는 뭣하고 간의 침대로 쓰면 좋을듯 싶다. 볕 좋은 봄날에 테라스 같은 곳에 저런 침대를 놔두고 드러누워서 책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앉아서는 책을 오래 못본다. 언제나 띡 드러누워서 책을 보곤 하기 때문에 아무리 편해 보이는 의자나 소파를 봐도 침대를 볼때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다. 이 버릇을 고치려 했으나 이미 너무 오래 습관이 되어서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따지고보면 그다지 고칠 필요도 없다. 내 집에서 내가 드러누워 책을 보겠다는데 누가 뭐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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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5-01-1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주님 침대 같네요...^^

플라시보 2005-01-1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흐흐. 공주님 침대라...^^

줄리 2005-01-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데이베드 라고 하더군요. 낮에 뒹글거리는 침대라서 그런가봅니다. 주로 패밀리룸에 놓더군요. 물론 이름은 데이베드여두 밤에 쓴다고 뭐라는 사람은 없다죠^^

플라시보 2005-01-1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용도 자체가 그렇구나.^^ 패밀리룸이라.. 흐흐. 대략 가족과 함께쓰는 공간은 거실정도가 전부인줄 알고 사는 저에게는 게스트룸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단어입니다.^^

sweetmagic 2005-02-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누우면 휘어질 것 같아요 ㅠ.ㅠ;;

플라시보 2005-02-1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 에이 설마요^^
 


주성치. 사실 그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이다. 성룡이나 이연걸처럼 무술대회 출신이라서 제대로 된 무술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양조위처럼 잘생기면서도 우수에 젖어 있는것도 아니며, 주윤발처럼 온화한 미소와 동시에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도 아니다. 주성치의 얼굴을 보자면 양조위과에 가깝지만 어딘가 모르게 주성치는 없어 보인다. 잘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궁해 보이는 필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서 멜로영화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정통 무술 영화를 하자니 그 실력이 한참 딸리면서 대략 비쩍 마른 몸 때문에 전혀 뽀대가 나질 않는다. 허나 주성치는 멜로영화에도 정통 무술영화에도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는 자기의 그릇을 제대로 아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자기를 써 줄수 있는 영화는 오직 자기가 만든 영화 뿐이라는 것을.  무협과 코믹을 적절하게 섞은 동시에 어디선가 B급 냄새를 풍기면서 유치와 찬란을 버무린 주성치표 영화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닳은 것이다.

주성치의 영화 중에서 아마 제일 처음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희극지왕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 발표한 소
림축구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고. 이번 영화 쿵푸 허슬에서는 확실하게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주성치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치함도 끝같곳 까지 가 버리면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주성치식 코메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성치의 영화는 상당히 유치뽕짝이다. 택도없는 스토리와 어디가서 저런것들을 다 모아왔을까 싶게 오합지졸인 등장인물들, 거기다 저렇게 티나게 촌스러운 CG를 만드느라 참 애썼다 싶을 만큼 티 팍팍 나는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까지. 다소 멀쩡한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어필할것이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하지만 주성치 영화의 이 유치찬란함은 그 중독성이 상당히 강하다. 한때 다 참아도 유치한건 못참던 나도 어느새 주성치에게 중독이 되어 그의 코메디를 100%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다 못해 오매불망 기다리기까지 하는걸 보면 과연 그 중독성은 담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주성치와 주성치 영화의 그 매력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내 생각으로는 주성치 영화와 인간 주성치의 완벽한 앙상블에 기인한것이 아닌가 싶다. 아까도 말한것 처럼 주성치는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 어찌 보면 잘 생겼다. 하지만 그 얼굴에서 풍기는 없어보임은 잘생긴편인 그의 얼굴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주성치의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일면 멀쩡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유치한데 이 유치함은 원치 않음에도 생긴 유치함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유치한 것이다. 주성치가 자신의 외모중 잘생긴 부분이 아닌 없어보이는 부분을 작정하고 영화에서 부각시키듯이 말이다. 처음부터 '자 유치해 봅시다' 하고 유치해 버리면 처음에는 뭐 저런게 다 있나 싶다가도 어느새 그 유치함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유치함과는 성질이 좀 다른 유치함. 즉 작정한 유치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작정한 유치함이 어떻게 중독성까지 유발해 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림축구에서 내공을 단단히 쌓은 주성치는 쿵푸 허슬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촌스러움과 중국인 특유의 뻥을 마음껏 보여준다. 조금 아쉬운건 주성치가 소림축구때 보다 약간 더 멋있게 나온것과 캐릭터들이 소림축구때 만큼은 골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에서는 흠이랄것도 없는게 흠이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주성치는 조금더 궁해보이면서 빈티가 나는 동시에 어리해보여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약간 약했다. 그리고 등장 인물도 개성이 넘치긴 하지만 예전처럼 확실한 캐릭터를 구사하지는 못했다. 특히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소림축구에서 둘째형으로 나와서 빈궁해 보이는 얼굴임에도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주식 달랑 한주를 가지고 팔아라 말아라 하면서 지가 무슨 증권계 거물처럼 굴었던 인물이 이 영화에서는 도끼파의 부두목 쯤으로 나오는데 그의 최대 장점인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이는 외모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 1에서 보이는 야수와 사진2의 주인집 아줌마가 보여주는 골때리는 캐릭터와 활약상은 이 영화를 유치함의 극한까지 충분하게 밀어붙여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주성치만큼 영화에다 대고 노골적인 뻥과 유치함을 쳐 댈 수 있는 인간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당분간은 주성치의 아성은 철옹성처럼 단단하리라 본다. 고급스런 코메디가 아닌 저급한 코메디라고 분류될수도 있겠지만 주성치의 코메디는 단지 저급이라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서운하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래. 설마 뭔가 나름대로 철학이 있으니까 저렇겠지' 하는 느낌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쿵푸 허슬을 무척 재밌게 봤었다. 소림축구때는 주성치가 어떤 작자인지 잘 모르고 들어온 관객들이 '뭐야 이거' 했었는데 쿵푸 허슬은 이미 주성치의 노예가 되어버린 팬들만 영화를 봐서 그런지 시종일관 분위기가 좋았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내 개인적으로는 소림축구때 보다는 약간 재미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쿵푸허슬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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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1-1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 소견으로 주성치 최고의 작품은 단연 '홍콩 마스크'죠. 막판 홍콩할매의 등장에는 정말 -_-;

깍두기 2005-01-1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바로 B급의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잘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궁해 보이는 필...주성치에게 딱 맞는 표현입니다요!

瑚璉 2005-01-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당백호점추향'을 보고 나서 이 양반의 팬이 되었지요. 저같은 사이비 팬 이외의 정통 팬들은 대개 "선리기연", "월광보합"을 최고로 꼽더군요.

비로그인 2005-01-1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림축구는 흥행작이였기에 모든 이들이 좋아하지만

뭘 보든 주성치가 나오는 건 예술이 되버립니다.


주성치를 보고 있노라면 홍명보를 보는 듯한 저만의 착각에 더 좋아져 버리지요.

비로그인 2005-01-1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주성치가 아니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영화였지요. 아하하. 저도 예전엔 "저게 뭐야?" 하면서 봤는데 이제는 주성치 영화를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그의 유치함이 너무 유쾌하더군요. 근데 어제 보니 주성치가 상당히 잘 생겼던걸요. 나름대로 몸짱. ^0^

날개 2005-01-1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성치 영화에 중독되어버린 케이스입니다..^^ 유치찬란함이 왜 그리 좋아보이는지..ㅋㅋ

LAYLA 2005-01-1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를 써 줄수 있는 영화는 오직 자기가 만든 영화 뿐이라는 것을- 이부분 지대 웃겼습니다 푸하하하 전 솔직히 이 영화 누가 돈주고 보겠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알라딘에도 이렇게 매니아가 포진하고 있는걸 보니!! 보고 싶어졌어요...근데 정말 주성치는 무슨 생각이 있어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걸까요?

수능공부하다 보면 시를 '외우게' 하잖아요 함축적의미라든지....전 그런거 배우면서

'시인들은 정말 이 의미를 담아서 시를 지은걸까? 그냥 아무없이 적어놓은거 가지고 우리가 지금 쑈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주성치의 영화도 그런생각을 품게 하네요.

흰 바람벽 2005-01-14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동생은 그 소리지르는 아줌마 캬오올~ 하는걸 따라해요.. ㅡ.ㅡ 웃겨 죽겠어요.(비슷하더이다.. ㅋㅋ)아직 영화는 못봤어요. ^^;;

플라시보 2005-01-1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그 영화는 못 봤는데..비디오로 나왔나요?

깍두기님. 그러게요. 주성치는 B급 영화를 하기에 천애의 조건을 타고난것 같습니다. 흐흐

호련님. 전 주성치 팬 아닌가봐요. 말씀하신 영화는 모두다 못봤으니..^^

벨님. 그렇군요. 근데 주성치를 보면 왜 홍명보가 생각이 나나요?

처음마음처럼님. 저도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소림축구때 보다 몸이 많이 좋아졌던걸요? 나름 운동을 했나봐요.^^

날개님. 히히. 그죠? 유치함도 아주 극한곳 까지 가버리니깐 멋지더라구요.

LAYLA님. 흐흐. 글쎄요. 주성치의 머리속에 들어가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원래 유치한걸 좋아하는데 살짝 유치하니까 반응이 신통찮아서 아예 극한까지 몰아 붙인거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 시인들에 대한 해석. 저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 제가 어떤 사이트에 장편소설을 하나 올렸었는데 그 소설에 대한 분석을 보니까 제가 하나도 염두해 두지 않았던 부분인데도 '이 소설은 이러이러하다' 라고 평한걸 보고 그럴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흰 바람벽님. 히...그 아줌마 정말 죽이죠? 머리에 셋팅롤 말고 담배 빡빡 피면서^^ 동생분이 그 소리지르기를 따라하시는군요. 후훗.

sayonara 2005-01-18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성치의 걸작은 '서유기-선린기연'입니다! 물론 '식신', '당백호 점추향' 등도 만만찮죠. ㅋ
그리고 '소림축구'에서까지만 해도 화려한 특수효과와 B급정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는데, '쿵푸허슬'은 아무리 생각해도 CG과다와 성치개그의 동어반복같았습니다. ^^;

플라시보 2005-01-1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yonara님. 저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소림축구가 조금 나았던것 같아요.^^ 님이 추천하신 주성치의 걸작들도 비디오로 빌려봐야겠습니다.^^

픽팍 2005-01-2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거 보고 왔는데;;; 확실히 cg과다에 돈지랄한 티가 확실히 나긴 했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잼나게 보았답니다. 극장에서 저 혼자만 미친듯이 웃어 버려서 앞에 앉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플라시보 2005-01-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픽팍님. 님이 가신 극장의 관객들은 분위기가 별로였군요. 제가 갔을때는 전부 주성치의 팬이여서 그런지 전부 까무러치게 웃고 난리였습니다.^^
 
The Scrap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게 취미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작가가 한 사람쯤은 있을 것이다. '저 작가가 책을 내면 무조건 사야해' 라는. 내게 있어 그런 작가는 딱 한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한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에서 열풍에 가까울만큼 큰 인기를 얻었었고, 하루키 특유의 심드렁한 문체를 흉내낸 수많은 아류작가들을 양산해냈었다. 지금은 어느정도 그 열풍이 가라앉아서 괜찮지만 한때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것은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좋아한다는 것 만큼이나 흔해빠지고 뻔한 느낌을 줬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말을 거의 입밖에 내지 않았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내가 보기에 내 사랑은 특별한데 그게 남들 눈에는 그저그런 뻔한 유행에 휩쓸린 작태로만 보이고 싶지는 않은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는 참 별것에도 신경을 다 쓰고 살았구나 싶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로 유명해진 사람이지만. 사실 나는 그의 에세이나 산문집 혹은 단편집을 더 좋아한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최고로 뽑히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노르웨이의 숲,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보다는 오히려 단편인 치즈케잌모양을 한 가난이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필기구에게 인격을 부여한 단편이 훨씬 더 재밌었다. 이 책도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이다. 그런데 여느 단편집들과 약간은 다른 성격을 띄고 있다. 에스콰이어,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스톤, 뉴욕 타임즈 등을 읽고 재밌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그 기사를 가지고 원고를 쓰는 것이다. 무라카미는 책의 서문에 몹시 수월한 작업이었다고 고백을 해 놨었다. 매 회 무엇에 대해 글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스포츠 종합지 넘버라는 곳에 연재했음) 매월 혹은 주 단위로 나오는 잡지를 통해 소재를 얻다니.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며 한편으로는 일본인 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잡지를 상당히 좋아하는 인간인데 어떨때는 잡지를 읽고 나서 나도 저 제목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서 무려 4년간 연재하는 기록을 세웠고. 이 책은 그 중에서 일부를 모은것이다.

하루키가 이 글을 쓸 당시가 80년대여서 그런지 이 책에는 그리운 80년대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별로 옛날 이야기 같지가 않다. 옛날 이야기란 으례 '맞아 그땐 그랬지' 따위의 감상과 함께 무릎을 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다지 그런게 없다. 내가 80년대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 시대에 그 잡지를 보고 연재한 글인데도 내게는 별로 80년대라는 화두로 와닿지는 않는다. 제일 마지막에는 LA올림픽이 열렸던 (1984년) 당시에 하루키가 무엇을 하고 지냈는가를 기록한 '올림픽과 별로 관계가 없는 올림픽 일기' 도 실려있다. (좀 아쉬운게 4년만 뒤에 썼으면 88서울 올림픽인데 싶다.)

사실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다지 권할만한 이유가 없다. 할랑한 산문집인데다 뭘 주장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끝내주게 재밌지도 않고 책도 얇고, 읽고나서 그다지 남는것도 없고 등등등.  그래도 나처럼 하루키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더없이 재밌고 소중한 책임은 틀림없다. 해변의 카프카 이후로 하루키의 신작을 무척이나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지금은 하루키의 글이라면 뭐든 다 좋아 하는 정도이므로 이 책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하루키 자신도 이 책에 대해 자기가 스크랩한 기사는 대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므로 읽고 난 후에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간성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종류의 글은 아니라고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 하자면 하루키 팬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될 것이고 하루키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사서 읽을 만한 메리트는 없다. 그래도 나는 어?거나 좋았다. 모처럼 하루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산문집이 아닌가. 이렇게 남는거 하나 없고 그저 약간 키득거리게 되는 글도 나름대로 무척 좋다. 적어도 나라는 인간에게는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 넷 까지 받을만한 책은 아니다. 허나 안으로 굽는 팔을 어쩔수가 없었다. 별 다섯을 주고 싶은것도 억지로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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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5-01-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좋아하면서도 입밖으로 내어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심정, 너무 이해가 가요.

그런데 저는 하루키에 대한 사랑이 좀 부족했던지...

스푸트니크의 연인 이후로는 이렇다 할 감흥을 받지 못하고, 계속 실망하다보니, 이젠 더이상 읽고 싶지 않아져버렸어요.

누군가를 진득하게 좋아하는 것, 그걸 못하는 내 탓인지,

아니면, 진득하게 질 고른 작품을 써주지 못하는 하루키 탓인지,

분간이 안됩니다요. ^-^;;

플라시보 2005-01-1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흐흐. 한때는 입밖으로 내어 말하기가 좀 뭣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당당하게 말합니다. 하루키 인기도 많이 떨어지고 해서^^

그리고 소설은 저 역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후로는 그저 그렇다고 느낍니다. 근데 저는 하루키 소설보다는 산문집이나 단편을 좋아해서 별로 상관없습니다. 꾸준히 좋아라 하고 있지요^^ 하루키도 제가 보기에는 꾸준하게 잘 쓰는 작가는 아닌것 같아요. 작품의 기복이 심하더라구요. 님 탓이 아닌것 같아요.^^

kleinsusun 2005-01-1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에게 반해서 아저씨가 쓴 책은 다 읽고 동호회까지 가입했었는데...ㅋㅋ
<해변의 카프카>에서 좌절했어요. 아저씨가 늙은건지, 내가 지친건지...
그래도 <먼 북소리>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하루키 처럼 지중해에 살러 가면 얼마나 좋을까....이 추운 겨울에...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플라시보 2005-01-1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leinsusun님. 님도 하루키의 팬이시군요. 저도 어지간한 하루키 책은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하루키 단편의 경우 출판사들 마다 각자의 이름으로 발간해서 겹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님도 혹시 그런 경험 없으셨는지... 아무튼 하루키는 작가로는 참 행복할것 같습니다. 글 쓰려고 해외도 다니고 본인은 치열하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글들이 전부 할랑하니..^^

수닐 2005-03-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글이 쉽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할랑하다는 얘기도 좀 그렇네요. 하루키가 어럽게 쓸 줄 몰라서 어렵게 쓰지 않는게 아닐겁니다. 별로 어려운 얘기도 아닌데, 별의 별 미사여구를 달고선 어렵게 쓰는 작가분들이 계시는데, 오히려 깊은 얘기도 쉽게 풀어쓰는게 더 내공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루키의 80년대의 에세이를 보면 대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만 간단하게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 시대적 어눌함을 피하고자, 그리고 아무래도 가벼운 잡지의 연재문이라 가볍고 유쾌한 어조로 썼으리라 짐작합니다.

야초 2005-03-04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애가 상실의 시대라는 책 제목을 얘기하는 걸 들은 후로 꾸준히 그의 작품들을 읽어왔었어요. 소설중에 읽은 건 상실의 시대와 댄스댄스댄스 그리고 단편 중엔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등을 읽었었구요. 저도 플라시보님과 마찬가지로 산문집이나 에세이 그리고 단편모음집을 좋아헀습니다. 슬픈 외국어,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빵공장 재습격사건 등등.. 저 같은 경우엔 책을 정말 안읽는 편인데도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 이름이 나오면 일단 들춰보고 왠만하면 구입을 해서 읽곤 했었죠. 이 책도 재미나게 볼수 있을 것 같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2001년에 오션스 일레븐이란 영화를 개봉했었다. 끝내주게 솜씨가 좋은 도둑들에 관한 얘기였는데 세세한 스토리는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그도 그럴것이 제목에서 보여지듯 무려 11명의 도둑들이 나온다. 혹자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도 있는 마당에 11명이 뭐가 그리 많냐고 하지만. 글쎄다. 꽤 어설픈 머리를 가지고 있는 내게는 11명의 도둑도 무척이나 버거웠었고. 그건 감독 양반도 마찬가지인것 같았다.

그로부터 4년만인 2005년. 오션스 트웰브 2편이 제작되었다. 그들은 이번에는 11명에서 한명 추가해서 12명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쯤 해서 뭔가 스쳐가는게 있지 않은가? 그렇다. 시덥잖은 영화들은 언제나 지들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사이즈를(고질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나를(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또는 하나도 모시기 힘든 스타를 얼마나 많이 캐스팅 했는가를 (너무 많아 예를 생략) 떠벌린다.

오션스 트웰브는 그들이 말 하는것 처럼 지난번 오션스 일레븐에서 한 명이 더 포함된 열 두명의 도둑이 등장한다. 그 한명은 바로 줄리아 로버츠. 거기다 오션스 일당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귀족 출신의 도둑은 뱅상카셀이 나온다. 도둑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 인것도 모자라서 캐서린 제타존스 (나중에 합류하나 별로 하는일은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훔쳐간 돈을 이자까지 쳐서 달라고 협박해서 오션스 일당이 다시 모이게 만드는 사람은 앤디 가르시아이다. 이렇게나 많은 스타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장점이라면 저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단 한편의 영화에서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저 스타들이 저마다 한 역활씩 하려고 할텐데 대체 모두가 다 주인공격인 영화 스토리가 멀쩡하게 흘러갈 리가 있냐는 것이다. 스타가 한두명이면 우린 그들을 극중 인물로 착각할수도 있겠지만. 브래드 피트가 나온 다음에 바로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고 뒤이어 맷 데이먼이 등장하면서 옆에 조지 클루니가 스쳐 지나간다면 그 사람들을 극중의 누구누구로 볼 수 있을까?

 오션스 트웰브는 스토리는 아예 포기를 한것 같다. 단지 양 많은 멋진 도둑들을 보여주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것 같다. 그들은 지나치게 똑똑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실제로 똑똑하게 느껴진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우기니 관객들은 '아 그런가봐' 하는 정도) 세계 최고의 도둑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싼 물건들을 할인점에서 껌 하나 훔쳐내는 것 보다 더 쉽게 훔쳐낸다. 한마디로 와 닿지가 않는다. 돈을 갚으라고 협박을 한다고 해서 훔친 돈을 순순히 갚는거나. 무모하게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거나.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영화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실은 그게 이렇게 된 거야 쑈까지 한다. 속인자는 알고보니 속았고 속았던 사람은 알고 보니 속인거였다는 식이다. 쨔쟈잔 하며 내어놓는 요건 몰랐지 마다 짜증만 확 솓구칠 뿐이다.

거기다 가장 저질스러운 농담은 바로 줄리아 로버츠를 데리고 한 농담이다. 이건 이 영화에서 아마 가장 강력하게 미는 요건 몰랐지 인것 같으니 확실하게 말은 안한다만은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대단한 카메오까지 장시간 출연시켜서 하는 짓 치고는 어설프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관객들에게 실소 비슷한 웃음까지는 끌어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잎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갈수록 뻔한 도둑, 뻔한 음모를 가지고 뻔한 영화만 만들어 내는것 같다.

줄리아 로버츠라는, 11명에 더해지는 한 명 치고는 그 앞의 11명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단히 비싼 스타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망해가는 집구석에 은숟갈 하나 던져준다고 해서 살림이 펴지지 않는것 처럼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떼거지로 나온 스타들 각각의 스타성을 살리지도 못했으며 인물에 완전히 몰입시키지도 못했다. 결국 우리는 이 영화에 있어서 단 한가지. 이렇게 잘 나가는 바쁘신 스타들을 한 영화에서 보다니 어찌나 감사한지요 정도의 감상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대충 사람들의 의견에 의하면 일레븐이나 트웰브나 마찬가지라는게 지배적이다. 죽죽 뻗어나가서 세븐틴이나 나인틴이 되어도 사정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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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1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해가는 집구석에 은숟갈 하나....아, 님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적절한 비유를 끄집어내는 겁니까. 님의 머릿속을 헤집어보고 싶어요.

플라시보 2005-01-1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이히...그거 칭찬이죠?^^ 근데 아무리 칭찬하셔도 머릴 헤집어보실 수는 없어요. 암요. 후훗.

비로그인 2005-01-1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지무지 잘 봤습니다. (좀 늦게 간 관계로 앞자리에 앉는 통에)

스토리는 기억에 없구요 (머 그 딴게 문제 되겠습니까?)

도둑떼가 일레븐인지 트웰브인지 알바 없구요 (그걸 누가 세어 보겠습니까?)

스티븐 소더버그면 머 어떻습니까? (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잎"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제목보구 머 좀 있을까하여 노심초사 기다렸는데 허망하데요.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앤디 가르시아 를 한몫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2시간 내내 벅찼습니다 (저 사람들 다 참 좋아한답니다).

덤으로 브루스 윌리스 까지 봤으니 대만족이랍니다.

플라시보 2005-01-12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션스 일레븐도 그렇고 트웰브도 그렇고 재밌는 사람은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하긴 저렇게 많은 스타가 나오는 것 만으로도 만족을 한다면 더없이 좋은 영화죠. 일단은 그 사람들이 전부다 나와서 한가닥씩 하니까요. 흐흐. 음...마지막 덤 발언은 스포일러가 될듯 한데요. 흐흐^^

paviana 2005-01-1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클루니가 이따시만한 화면으로 나오는데 줄거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저는 잘생긴 것들은 몰 해도 용서해준다가 신조입니다..거기다 덤으로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여배우인 캐서린 제타 존스도 나와서 이영화 보구 싶은데 주위에서 암두 가치 보겠다고 안해서 ㅠㅠㅠ

플라시보 2005-01-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흐흐. 저도 잘생긴 것들은 뭘 해도 용서가 됩니다만. 조지 클루니도 브래드 피트도, 맷 데이먼도 제 타입이 아니여서요. 아하하하 눈이 높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캐서린 제타 존스도 별로 줄리아 로버츠도 별로군요. 근데 정말 님께는 최고의 영화였을듯 싶어요. 좋아하는 배우가 두명이나 나와서 화면을 가득 채워주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꼭 보세요. 캐서린도 꽤 분량이 많아서 자주 나와요. (주위에서 안보려고 하면 협박을 하세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