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가 된 알고리즘 - 인공지능, 예술을 계산할 수 있을까?
이재박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공지능이 등장한 이후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의문 혹은 질문 중 하나는 '과연 인공지능이 창의력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알파고가 '그 동안의 바둑 기보들을 통한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통한 분석 혹은 발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파고의 승리를 (그럭저럭)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영역, 일테면 예술의 영역은 어떨까? 인간의 고매함에 대한 많은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 인공지능과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영험한 영적 계시'같은 것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인공지능이 만든 것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려도 그것엔 소울이 없기에 감동이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당장 유튜브로 달려가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을 찾아, 들어보자. 댓글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지만 감동은 없다'는 소리를 달아놨을텐데, 그 음악을 인공지능이 만들었다는 내용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누구도 사람이 만든 음악과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을 구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빈치가 된 알고리즘>은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책이다. 인공지능이 과연 창작과 예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며, 현재 기술 발전 수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인공지능 창작의 원리는 바로 '알고리즘'에 있다. 지금까지의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의 패턴을 학습하여, 재조합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실 사람의 예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도 처음 악기를 배울 때, 다른 멋진 음악들을 들었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의 창작 행위에도 알고리즘이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에 '아무튼 감동은 없음'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고매한 영혼같은 건 믿지 않는다. 아직은 폴 매카트니가 CPU보다 작곡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인간보다 바둑을 잘 두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처럼. 이 책은 그런 시대에 대한 분석서이자 예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엔 정말 두려운 질병이 많다. 스물 아홉 살에 복통으로 한동안 고생하다가 내시경을 받게 되었을 때 들었던 두려움이 생생히 기억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약 암에 걸리면 치료비로 얼마를 줄 수 있겠냐고 농담처럼 물었다. (위궤양 판정을 받긴 했지만 다행히 위는 건강한 편이었다.) 

30살이 넘고 어엿한 30대 중반이 되며 크고 몸이 전처럼 활기차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큰 병들은 물론 전부 무섭지만 그 중 '치매'만큼 무서운 병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 혹은 내가 언젠가 치매에 걸린다는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근무 중이던 저자 웬디 미첼은 58세에 초기 치매(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사실 요즘 나이로 58세는 그닥 많은 나이라고 할 수도 없다. 평균 수명을 90살 정도로 가정하면 고작 인생의 2/3를 산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또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먼저 막연한 두려움과 충격을 받게 된다. 병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치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리고 작가가 특별한 점은 자신의 치매 경험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했다는 점에 있다.  작가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나서 이 책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쓰기로 한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치매와 맞서 싸우거나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거나 하는 모습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물론 작가 자신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존재인 치매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두려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서는 작가의 모습은 정말 감독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지 않은 일은 언제든 우리를 찾아올 수 있지만, 그것을 불행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
루시 나이즐리 지음, 조고은 옮김 / 에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니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아직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그냥 나이에 대한 생각 자체를 잘 안 하는 편) 30대 가되며 소화 기관에는 조금 문제가 생기기는 했지만(위장), 그것도 가끔만 그럴 뿐이고 전체적으로 건강에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없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도 대체로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나이듦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해본 적이 없다.(할머니,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어려서 돌아가셨고 외할머니와는 소원함)  



하지만 이 자전적 만화(그래픽 노블)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루시 나이즐리는 나와 조금 다르다. 20대의 만화가 루시는 자신과 가까운 90대의 조부모(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하며 이 만화를 만들게 된다. 

우선 요양원에 있던 루시의 조부모가 크루즈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나이가 많은 조부모와 함께 그들을 보살피며 여행을 떠날 사람을 찾게 되는데, 마침 시간적 여유도 있고 여행을 소재로 만화도 그려볼 생각인 루시가 선뜻 나선다.  

루시는 조부모, 특히 할아버지와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어서 선뜻 보호자가 되길 자처했다. 루시의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비행기 조종사)이었다. 루시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군생활을 하며 쓴 기록물(일기)을 가족들 중에서도 자신과 특별히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나눠주었는데, 루시가 그 중 하나였다. 루시는 그 기록을 감명 깊게 읽었고, 이 여행을 통해 할아버지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90대의 조부는 생각만큼 건강하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도 노쇠하였고, 정신적으로도 노쇠(치매)하였다. 할아버지는 루시의 생각처럼 전쟁에 대해 깊이 기억하지 못했다.  



이 만화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여행기이지만, 그 내용은 크루즈에서 열린 멋진 파티나, 배가 정박하며 구경한 멋진 도시의 풍경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이든 가족을 챙겨가며 여행하는 것에 대한 생생한 르포라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드는 것, 그리고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것에 대한 깊이있고 울적한 사색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장점,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러한 경험들을 지극히 담담히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책을 보는 내내 작가가 겪은 어려운 상황들이 생생히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감정이 넘쳐흐른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자신의 생각과 사고들을 담담히 자세히, 그리고 거리를 두고 기록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적당한 거리 덕분에 작가가 처한 어려운 상황들에 오히려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하는데,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매체든 자신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자기 자신에 대해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작가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남들과 더욱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멋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성의 진가
모데라타 폰테 지음, 양은미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의 진가>는 16세기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 모데라타 폰테가 쓴 문학(소설?) 작품이다. 이 책은 가든파티에 참석한 기혼녀, 과부, 미혼녀, 약혼녀 등이 남자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대화 형식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모데라다 폰테는 그 대화를 통해 당시 사회의 남성-여성에 대한 인식과 현실을 그리고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 대화의 대부분은 '남성의 소유물 혹은 부수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으로 인식되고 있는 당시 시대상을 비판하거나, '남성의 허례허식과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판의 지점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다지 감명 깊게 읽지는 않았다. 시대가 너무 바뀐 탓이며, 현실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여성은 차별을 느낄 만큼 남녀가 평등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별은 여전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의 주제와 내용들이 너무나 일반적인(보편적인) 수준이며, 그것은 이미 한국의 페미니즘이 거쳐간 것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 담론들은 조금 더 진보했다고 생각하며(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지만), '지금 여기'를 담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한국의 특수성'을 담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400년 전 책이기에 담을 수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16세기라는, 지금 생각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이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시기에 쓰여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의의를 가질 것이다. 저자의 여성 차별에 대한 인식은 지금의 시각으로 읽어도 충분히 날카로우며 적절하다. 

모데라다 폰테는 400년이 지난 이후에도, 작가 자신이 비판적으로 인식했던 당대와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장담은 못하겠지만 아마 '그럴 줄 알았다'는 냉소를 지을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쾌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
홍일곤.강영수 지음 / 라온북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언제일까? 그 정답은 '없다' 이다. 

나는 첫 해외 여행을 스물 여섯에 처음 해 보았다.(대학 4) 당시에는 꽤 늦은 시기라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그때라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 뒤로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번의 해외여행이 기폭제가 되어 다른 해외여행들도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의 부부 저자 두 분도 마찬가지이다. 두 부부 저자 중 남편인 홍일곤 작가는 퇴직한 이후 50대에 처음 해외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에 재미를 느껴 역시 퇴직한 아내 강영수 작가와 함께 해외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부부 저자의 세계 여행은 산티아고 순례길부터 몽골, 중국, 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남미까지 이어진다. 이 책은 두 부부의 여행의 기록이다.  



글들이 담백하고 진솔하게 써 있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굳이 자신들의 경험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점이 좋았고, 자신들의 여행을 특별하다고 우기지 않아서 좋았다. 담담히 어떤 방식으로 여행했는지를 정리한 글들이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늘 바뀌곤 하는 나의 꿈들 중 바뀌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세계여행일 것이다. 남들은 다소 늦었다고 말할 지도 모를 50대 이후에 세계 여행을 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나도 새삼 세계여행을 꿈을 이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