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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소했던 일 ㅣ VivaVivo (비바비보) 37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평점 :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대만권의 소설이라 흥미가 가서 읽어보았다.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보여서 대만의 영화(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던가)같은 분위기가 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처음엔 사소했던 일>은 오히려 미나토 가나에가 생각이 날 정도로 오묘했다.(물론 좋은 의미로)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다. 불편하고 불쾌한 일에도 말이다. 좋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그 시작도 좋지 않을까? 그건 아닐거다. 어떤 일들은 그 시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처음엔 사소했던 일'들이 나중에는 정말 '크고 심각한 일'이 될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건의 시작은 7학년(한국으로 치면 중1)교실에서부터다. 한 학생, 린샤오치가 볼펜을 잃어버리는데, 그것이 다른 학생, 천융허의 필통 속에서 발견된다. 사실 이것은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도 그 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에 급식비, 버스카드, 회식비, 학급비가 차례로 사라진다. 아무런 단서도 없지만 반 아이들은 천융허를 의심한다. 처음엔 사소했던 일이 점점 커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시각에서 차례로 들려준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도난품들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진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무척 사실적이며, 일어날 법하게 느껴진다.
내가 책을 읽기 전 생각했던 것은 순정만화 같은 몽글몽글한 감정인데, 이 책이 묘사하는 것은 오히려 생생하며 날이 서 있다.(그래서 더욱 감명 깊다.) 그래서 읽고 나면 어쩐지 찝찝하고 불쾌해지는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이야기를 한 것이다. 어쩐지 무심코 열어 본 상자에 무언가 끔찍한 것이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흥미로웠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책에는 이렇다 할 결말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들의 소재가 흥미롭게 여러 형태로 펼쳐져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 이야기들이 하나로 잘 뭉쳐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이야기에 빠져 들었고, 금세 다 읽었다. 아마 이 책을 쓴 작가가 그 나이 대의 청소년들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리 묘사가 적절했고, 훌륭했다.
우리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생각하는 '대만의 어떤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의미가 있고 깊이가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