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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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정말 두려운 질병이 많다. 스물 아홉 살에 복통으로 한동안 고생하다가 내시경을 받게 되었을 때 들었던 두려움이 생생히 기억난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약 암에 걸리면 치료비로 얼마를 줄 수 있겠냐고 농담처럼 물었다. (위궤양 판정을 받긴 했지만 다행히 위는 건강한 편이었다.) 

30살이 넘고 어엿한 30대 중반이 되며 크고 몸이 전처럼 활기차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큰 병들은 물론 전부 무섭지만 그 중 '치매'만큼 무서운 병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 혹은 내가 언젠가 치매에 걸린다는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근무 중이던 저자 웬디 미첼은 58세에 초기 치매(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사실 요즘 나이로 58세는 그닥 많은 나이라고 할 수도 없다. 평균 수명을 90살 정도로 가정하면 고작 인생의 2/3를 산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또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 먼저 막연한 두려움과 충격을 받게 된다. 병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치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리고 작가가 특별한 점은 자신의 치매 경험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했다는 점에 있다.  작가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나서 이 책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쓰기로 한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치매와 맞서 싸우거나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거나 하는 모습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물론 작가 자신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존재인 치매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두려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서는 작가의 모습은 정말 감독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지 않은 일은 언제든 우리를 찾아올 수 있지만, 그것을 불행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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