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을 읽다 - 빅데이터로 본 우리 마음의 궤적
배영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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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을 읽다>는 "혐오, 불안, 행복, 분노, 여가, 비혼, 저출산, 혼밥, 명절, 김영란법, 적폐, 갑질, 누진제, 가짜 뉴스, 대학, 북한, 취업, 미세먼지,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 현재 한국 사회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20개의 이슈 키워드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책이다.

읽기 전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빅데이터'라는 기준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분석을 할 때 개인의 통찰력보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증거로 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근거로 제시하는 '빅데이터'의 기준은 크게 'SNS'와 '뉴스 기사' 두 가지이다. 예를 들어 '혐오'가 주제인 경우, '혐오'라는 키워드가 SNS에서 언급되는 양이 기간별로 어떻게 변화하며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글의 내용은 어떤지 살핀다. 뉴스 기사의 경우에도 '혐오'가 들어간 기사의 양은 얼만큼 되며, 그것들이 다루는 내용은 어떤지 등을 분석한다.

'빅데이터'라는 기준은 개인의 통찰력보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이 주제들을 풀어가는 방식에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내용물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빅데이터들이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그것을 분석하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제들을 분석하는 방식과 깊이는 너무도 얕고 조악했다.

단적으로 작가는 '여성혐오'를 미소지니misogyny의 개념이 아닌 '여성을 싫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글을 썼다. 실제로 작가가 여성혐오의 개념을 명확히 인지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의 뜻을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큰 오류다. 그런 가정 속에서 '지금, 한국'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더불어 이 책의 '빅데이터'가 기반으로 하는 SNS가 트위터라는 것도 아쉬웠다. 각 SNS별로 특징과 특성이 다른데, 하나의 SNS만으로 그 키워드들을 분석하는 것은 명백히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가장 큰 이 책의 아쉬운 점이었고, 그 외에도 키워드들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깊이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 책의 근원이 '신문 칼럼'이었기 때문에 분량의 한계로 내용들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결국 변명일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라는 고급 재료를, 가장 싼 라면에 다 때려 부은 듯한 느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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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 3,500km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다
이하늘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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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는 평범한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던 한 부부(저자)가 결혼식 대신 자전거와 하이킹으로 미국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은 과정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결혼식 대신 1년 반 정도 동안 아메리카(북미+남미, 미국-멕시코-과테말라-벨리즈) 여행을 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3,500km 정도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147일 동안 걸은(+자전거) 부분만 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사연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이야기)은 "무슨 돈으로" 혹은 "그래도 결혼식은 해야지" 같은 말일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자신의 기준보다 타인의 시선, 세상의 상식에 따르길 강요하는 나라는 없으니까.

이 책은 그런 시선에 대한 강한 반론이다. 이 책은 작가의 부부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선택하게 된 과정들에 대해 솔직히 밝히고 있다. 자신들의 부부가 어떠한 생각에서 이런 선택을 했고, 그러한 과정속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더불어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는 낯선 여행지에서 겪은 일들과, 그곳을 걸을 때 주의해야 할 점, 그곳이 매력적인 이유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히고 있다.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그곳은 사실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걷는 게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 길은 훨씬 긴데다 더 야성적인 듯 보여서 작가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다른 사람이 가진 그만의 생각이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졌는데, 이 책은 한 권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애팔래치아 트래일을 다룬 다른 책으로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 유명한데, <나를 부르는 숲>은 읽지 않았지만 빌 브라이슨의 책 여러 권 읽은 경험상 그 책에서 빌 브라이슨이 얼마나 투덜거릴지 눈에 선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나를 부르는 숲>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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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아트 컬렉터 - 저 같은 직장인도 미술품을 모을 수 있을까요
김정환 지음 / 이레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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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된 이후 내 마음 속에는 막연한 꿈같은 게 하나 생겼다. 바로 좋아하는 작가의 미술 진품을 하나 정도는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음악이나 책같은 경우는 아우라를 가질 만한 진품이라는 개념이 없다. 책은 모두 같은 책이고, 음악도 모두 같은 앨범이다. 내가 가진 CD와 음악가가 처음 만든 CD는 같다. 하지만 미술 작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앤디 워홀처럼 스탠실로 엄청나게 찍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것들도 하나의 진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맨 아트 컬렉터>는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다른 사람들처럼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은 부자의 고귀한 취미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업무 중 우연한 기회로 미술품이라는 것을 누구나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미술품들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가 처음 산 작품은 100만원 정도였다고 하는데, 사실 평범한 직장인도 명품이나 고급 전자 기기를 살 때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투자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멀리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직장인이 예술품을 사모으는 것이라는, 다소 낯설고 이질감 느껴지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예술품'을 조금만 다른 것으로 생각하면 극히 보편적인 책이 된다. 그 '예술품'을 '아이돌 덕질', 'IT 기기 얼리 어댑터', '캠핑' 등으로 바꿔보면, 우리 주변의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취미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멋지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 수 있는 분야를 극히 익숙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바꾸는 순간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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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뭔데 아니… 내가 뭔데
후지타 사유리 지음 / 넥서스BOOKS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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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뭔데 아니... 내가 뭔데>는 방송인으로 유명한 후지타 사유리씨가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을 모아서 낸 책이다. 일종의 에세이로 볼 수 있겠다. 찾아보니 2015년에 사유리 작가가 쓴 <눈물을 닦고> 라는 책을 개정하여 낸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첫째로 놀란 점은 사유리 작가의 글솜씨. 한국어는 사실 사유리 작가의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매끄럽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물론 편집자의 힘이 컸겠지만, 평소 사유리 작가의 SNS를 봐도 꽤 매끄럽게 한국어를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것을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로 표현하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적당히 멜랑꼴리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책의 내용은 사유리 작가가 외국에서 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에 대해 쓴 것이다.  



사유리 작가의 글솜씨에는 놀랐지만 내용은 사실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공감은 구체적인 설명 속에서 생겨난다. 글의 대부분이 막연한 내용들이었다는 게 아쉬웠다. 그런 막연한 아포리즘과 금언들은 속담만으로도 충분하다. 보편적이라는 말은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모두'는 결국 내가 아닐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유리 작가에게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다소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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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김규만 지음 / 푸른영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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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서 느는 것은 더 넓은 세계를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인 것 같다. 낯설고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며, 설레는 일이다.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타클라마칸>은 쉽게 가보기 힘든 타클라마칸 사막에 다녀온 한의사인 작가가 쓴 여행기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중국의 서편에 위치한 사막이다. 매우 광활한 붉은 사막이며, 그 면적은 영국보다도 크다고 한다. 작가는 이 사막을 자전거를 타고 종단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 책에 적어 넣었다. 



작가가 직접 타클라마칸을 여행하며 쓴 글들과 찍은 사진을 모았기에 이 책은 무척 생생하다. 거기에 더해 직접 방문한 곳들의 역사적 의의와 현재 모습들을 잘 정리해놔서 내용의 깊이 또한 있다.  

사실 해외에 간다는 것은 그곳을 생생히 경험한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사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러한 사막에 대한 막연한 형태가 조금이나마 형체를 갖게 되는 것 같았다.  



나도 물리적 거리상 쉽게 가보기 어려운 곳들을 여행하는 꿈을 늘 꾸곤 한다. 이곳 타클라마칸 사막을 비롯해 남미, 아프리카 같은 곳 말이다. 그곳에는 어떠한 풍경이 있으며 어떠한 역사와 흐름을 가졌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비록 지금은 가기 어렵지만 이렇게 책으로나마 경험했다는 점이 무척 설레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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