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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ㅣ 장정일 문학선집 3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장정일의 소설을 읽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400여 페이지라는 짧지 않은 길이였지만 실감하는 길이는 그보다 더욱 길었다. 그것은 분명히 책 자체가 읽기 쉽지 않다는 것 이상으로, 장정일이 이 소설에서 시도하는 것들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책의 후기에서 이 시도의 기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데,그는 ‘기호와 기의사이의 불일치와 의미증식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산포놀이'를 충분히 즐겼다’라고 말한다. 수없이 반복과 중첩, 그리고 고의적인 누락과 오기 속에서 독자와 작가는 한 편의 춤을 추는 기분이 든다. 물론 배경음은 재즈.
미묘하게 어긋나는 서술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한 서술상의 오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들이 고의적으로 반복될수록 작가 후기의 말들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다채롭고 기이한 캐릭터들의 행동 속에서는 작가의 말대로 기이하나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느낌이 분명히 존재했다. 분명 장정일의 소설은 이상하고 기이하고 현실에 없을 거 같은 이야기들을 주욱 늘어놓는 것이지만, 이 소설이, 재즈가 그렇듯이 그것은 단순한 하나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 변주의 모본은 당연히 우리의 현실과 사회와 하여튼 뭐 그렇게 돌려 말하면 뭐하냐-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그렇게 삐뚫어지고 이상하고 멍청하고 역겹고 버러지같다. 장정일은 그렇게 차라리 더 더럽고 추악하고 토악질나오는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하나의 정화를 이룩한다. 구월의 이틀이 무척 보고 싶다.
뭐 2009년은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연 결산은 생략한다. 독후감상문 한글 파일을 복사+붙여넣기해서 제목을 2010으로 바꾸는 것으로 올해의 마지막 감상문은 조촐히 마무리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