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백 - 갑질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바로잡다
박창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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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땅콩회항'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한공의 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들의 '땅콩 접대' 서비스를 문제삼아, 출발하던 비행기를 돌려 공항에 다시 돌아와 승무원을 내리게 한 희대의 갑질 사건 말이다. 나 또한 당시 이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정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재벌의 전형적인 갑질 횡포였고, 그 이후로 나타날 한진 일가의 수많은 '미친 짓'의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 또한 이 사건을 쉽게 잊었다. 아니. '언론에서 보도할 때만' 기억하고 남은 기간동안은 잊었다는 말이 되겠다. 여기에 더해 '한진 일가'의 재판 결과 따위만 기억하고, '진짜 피해자들'은 잊었다는 말도 추가하고 싶다. 이 책은 '땅콩회항'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인, 당시 땅콩 접대 서비스 때문에 공항에 남겨지게 된 '박창진 사무장'이 쓴 '땅콩회항' 사건 전후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이 책의 제목 <플라이 백>은 '회항'을 뜻하는 항공 용어이다. 일차적으로는 '땅콩 회항' 사건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 더해 박창진 작가 개인의 삶의 측면에서 보면,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 작가의 삶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나의 의미를 더 추가하자면 '대한항공의 비정상적인 경영과 직원들을 대하는 어긋난 방식'을 '정상으로 돌릴때까지 싸우겠다'는 의미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플라이 백>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부는 박창진 작가 개인의 이야기다. 어떻게 항공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항공사에 다니며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 내용, 마지막으로 그 자부심이 꺾이게 된 회사의 행태를 서술한다.

작가는 항공사에 입사해 승무원이 된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겼고 열심히 일했다. 이는 회사 내부의 평가를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된다. (사내 모델은 물론, 그의 팀이 대한항공 전체 팀 중 인사평가 1위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한항공 경영 방식의 비정상적인 면을 목격하게 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차갑게 식는다. 여기에 소개된 대한항공의 비정상적인 구조는 작가가 직접 겪은 것들만 나열되어 있다. 아마 그가 듣기만 한 것들은 제외한 듯 한데,(법적인 이유일 것 같다) 실제로는 여기에 묘사된 것 이상으로 비정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는 땅콩회항 사건 자체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자신이 겪은 일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의도한 방향 대로 잘 서술했다고 생각한다.)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어떤 상황이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사건이 진행되었고, 그 사건 이후 회사에서 박창진 작가를 어떻게 '다루었는지'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 장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서 몇 손 안에 드는 재력과 인력을 가진 엄청나게 큰 '회사'라는 존재가 한 '개인'을 공격하는 방식이 이토록 치졸하고 옹졸하다는 것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존재가 언제든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마지막 3부는 그 이후 대한항공 내 일어난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한진 일가 갑질 폭로 채팅방'이 생기게 되며 직원들이 연대하고, 광화문 광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박창진 사무장은 2장을 통해 회사에서 자신이 어떻게 따돌림을 당했고 직원들이 자신을 외면하는지 철저히 느꼈다. 회사측에서 '내부고발자인 그와 가까이 하는 사람 또한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만드니 주변인들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혹은 비겁하게) 방관인, 혹은 회사의 방식의 동조자가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일들을 통해 동료들에게도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사람들 또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힘 없는 개인이라는 것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생기며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직원연대노조'를 결성하며 직원들과 연대하며 현재도 회사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시선에서 대한항공(경영진)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플라이 백>은 평범한 한 회사원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휘말리게 되며 한 명의 영웅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내부고발자'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박창진 사무장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보다 '정답에 가까운' 행동을 했으며, 그 결과 그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그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으며, 영웅이 된다. 내가 본 그는 '어렵지만 옳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보고 있으니 오직 존경심밖에 생기지 않았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셀 수 없이 많을 만큼 여러 번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그 답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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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 박영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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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가 보면 우후죽순격으로 출간되는 2종류의 책이 있다. 첫째는 유명 캐릭터(디즈니라던가)들을 전면에 내세운 아포리즘 도서다. 처음 나올 때는 이런 걸 누가 보나 싶었지만, 서점을 점령한 것을 보면 분명 소비되는 독자층이 있는 듯 싶다. 다음으로는 '개인을 따스하게 위로해주는 제목'으로 출간되는 책들이다. 제목만 봐도 독자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같지만, 그 말들이 너무 식상해 어쩐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체 어떠한 매력이 있길래 그렇게 많이 출간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 후자의 종류라고 할 수 있는 책,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를 읽어보았다.

책을 읽기 전, 작가 이름이 '장민주'이기에 한국인 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니 외국(대만) 저자의 책이었다.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저자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작가가 되어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으며, 그것의 증상은 어떠했고, 그 우울증 때문에 겪은 일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을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싶어 대학에서 심리학까지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우울증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일기나 수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울증 때문에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그리고 우울증이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막연하게 '우울증에 걸린 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느낀 것들을 말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힘든 마음(우울증)을 견뎌냈는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깊이가 다소 아쉬웠다. 이론적인 면에서 부족했다는 게 아니라, 글의 대부분이 현실에서 조금 떠 있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솔직하게 글을 썼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어쩐지 마음에 와닿는 글은 아니었다. 조금 더 자신을 내려놓고 털어놓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겉도는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우울증에 대한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책이 심하게 우울하지는 않기 때문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종류의 책을 왜 읽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편견(양산형 책은 읽을 가치가 없을 것이다)은 다소 깰 수 있었다. 감정적으로 다소 어려운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 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새삼 '취향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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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고 입학 그 후 - 음악, 전공해도 괜찮을까? key 고등
김민서 외 지음 / 키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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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이 담은 내용

<서울예고 입학 그 후>는 서울예고 음악과 1학년 학생 15명과, 그 학생들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 구성

1장은 서울예고 음악과에서 1년을 보낸 1학년 학생 15명 자신의 이야기다. 학생들이 직접 어떻게 악기를 전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 서울예고 입시를 할 때의 경험,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등을 말한다.

2장은 15명의 학생의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학생들이 처음 음악을 하게 되었을 때의 심정, 함께 입시를 치르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부모의 재정적, 물리적 도움이 필수라고 한다.)을 말한다.

3장은 15명의 학생 중 5명의 학생의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들은 보통 학생을 따라다니며 함께 입시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해당 학생이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의 자신의 심리'에 대해 말한다.

4장은 15명의 학생들의 레슨 선생님 혹은 서울예고의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학생들의 이야기는 물론 음악을 하게 되면 나중에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5장은 간단하게 서울예고의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3. 감상

우선 내가 평소에 만나기 힘든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좋았다. 고1이라면 17살의 많지 않은 나이인데, 그 훨씬 이전부터 음악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열심히 레슨을 받고 예중-예고에 진학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나도 악기 하나쯤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었다.

하지만 고작 17살인데 세상을 다 안다는 듯 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을 때는 마음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언제나 그때를 살아야 한다. 17살에는 17살을 살고, 34살에는 34살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17살임에도 27살이나 57살을 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즐겁게 읽기 힘들었다.

부모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는 게 자신의 인생인지 아이의 인생인지... 물론 음악을 한다는 결심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인생의 주체는 '나 자신'이 아닐까. 여기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진로'를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사명이며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을 하는 듯 보여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소에 만나기 힘든 종류의 사람들과 짧게나마 이야기를 한 느낌이 든 점은 좋았다. 최근 몇년 새 내 화두 중 하나는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다. 보편적이며 포괄적인 기록보다는 개인의 디테일한 기록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한 지적 만족감을 준 책이었다. 기획력 자체에 큰 박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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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대한민국까지, 재판으로 보는 세계사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콜라보 3
권재원 지음 / 서유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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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미있는 제목의 책은 '법'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법'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법'이라는 게 인류가 처음 생길 때부터 있던 개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류가 발전하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법이 발생했고, 그 법에 따라 우리는 많은 영향을 받았다.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은 역사 속에서 법이 어떤 형태로 영향을 주고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이 다루는 '법'의 개념은 현대의 '법'의 개념뿐만이 아니다. 우선 1~3장을 통해서는 서양인 고대 그리스, 로마 사회의 개념부터 동양인 고대 중국의 재판, 그리고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재판 등을 다양하게 다룬다.(역사 속 법 & 재판) 이후 4~6장은 근대와 현대 그리고 미국의 재판을 다룬다.

여기서 다룬 모든 재판들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사건들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발언을 했던 소크라테스는 물론, 조선의 환국, 갈릴레오의 종교 재판, 미국의 OJ 심슨 사건, 그리고 박정희 정권의 사법 살인 등 다양한 재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법과 재판 혹은 사법권에 대한 이론을 다루는 책이라기보다는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재판들을 골라 함께 법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법의 이론 등에 대해 궁금한 사람보다는, 법(재판)과 역사 모두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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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해요 철학하는 아이 12
엘로디 페로탱 지음, 박정연 옮김, 이정화 해설 / 이마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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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해요>는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쓴 동화이다. 제목 그대로 (작가의 페르소나인듯한) 소심한 주인공 소녀가 등장한다. 책의 원제 또한 timide(소심한)이다.



소심한 소녀는 처음에는 자신의 소심함을 불편해한다. 사람들 앞에 설 때 자신이 없고, 하는 행동에 당당하지 못한 소심함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소심함을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소심함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러한 주인공 소녀의 소심함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화가 진행되며 주인공 소녀는 소심함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로 한다. 소심함을 부정적이거나 바꿔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세상에는 다양한 기질의 사람이 있는 것이고 소심함 또한 좋고 나쁜 게 아닌, 그냥 다른 하나의 기질인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스스로를 소심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린이 독자를 고려한 동화이다보니 이 책의 분량은 아주 적고,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짧지만은 않다. 물론 성인 독자가 진지하게 읽기에는 다소 가볍고 짧은 책이긴 하지만, 자신의 기질과 성격 등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책을 진지하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좋은 동화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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