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오후 8시 53분. 호텔 앞 도로 건너편에 7층 건물을 짓고 있는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이 큰 반원을 그리며 작업하고 있다. 닿을 듯 창문 앞으로 크레인이 다가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 가까이서 타워 크레인을 바라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저 크레인 작업이 먼저 끝날까, 내 일기가 먼저 끝날까?

키르기스스탄 🇰🇬 의 전체 인구는 약 700만 명, 수도인 비쉬켁의 인구는 약 100만 명. 1991년에 독립한 신생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은, 가족 중의 한 명은 외국으로 일하러 가고, 학교에서는 키르기스스탄 언어를 따로 가르치면서 러시아로 수업을 하고, 자동차는 외국의 중고차를 수입하나 식구별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고, 중국인이 많이 들어와서 사는 바람에 집값이 네 다섯 배로 급등하고 있으며, 예전엔 선풍기만으로도 여름을 났으나 지금은 에어컨 없이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기후변화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며, 한국의 지방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많으며, 중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레닌 동상을 철거하지 않았으며, 2002년과 2010년에 민주화 혁명이 있었다고도 한다. 이런 이야기는 오늘 현지 가이드와 함께 시내 투어를 하면서 주워들은 내용이다. ‘아이다‘라는 이름의 현지 가이드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한국에서 살다가 지금은 온가족이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밝고 친절하며, 씩씩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이었다. 함께 나온 20대의 아들은 한국에서 중학교 졸업 이후 이곳에서 공부했다고 하는데 적응 과정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았다.

아직도 창밖 가까이 크레인이 왔다갔다 하며 작업하고 있다. 기이한 광경이다. 저 작업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잠을 자면 안될 것 같다.

사진1. 알리아르차 국립공원
사진2. 레닌 동상
사진3. 마르크스와 엥겔스
사진4. 오쉬 바자르
사진5. 가문비나무
사진6. 민주화혁명 기념비
사진7. 버스정류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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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 수도 비쉬켁 도착. 더위와 추위를 거쳐 다시 더위에 시달리다.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차량은 사우나 같아서 욱하는 성질을 부리고 말았다. 길잡이 왈, 수입된 침수차량이니 기대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인도에서도 그렇지 않냐고.. 날씨에 시달려, 위염에 시달려, 먹는 것도 마음껏 못먹어, 약은 아침마다 한줌씩 먹어, 높은 고도에 적응하느라 낑낑거려.. 앞으로 장기 여행은 힘들지 않을까, 여행 은퇴가 다가오는구나 싶어 쓸쓸해진다. 몸이 고달프니 작은 일에도 과도하게 예민해진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란 것도 결국은 나의 부족함에서 유발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되씹고 또 되씹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하루였다. ‘작은 것을 아끼면 사람을 잃는다.‘ 30년 전에 들었던 경구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공동묘지를 최대한 민첩한 동작으로 찍었다. 명소 못지 않게 눈길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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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로 국경을 넘으면 지은 죄도 없는데 살벌한 통제와 검문검색에 괜히 움츠러들고 조심스러워진다. 여권에 출국도장이나 입국도장이 찍힐 때까지 무해하고 겸손한 얼굴을 해야 한다. 좀 우습지만 어쩌겠는가. 무서운 건 사실이니까.

중국 신장위구르의 카슈가르에서 키르기스스탄 타쉬라밧까지 온종일 이동했다. 타쉬라밧은 해발 3,200m로 캐러반 사라이(대상 숙소)가 있던 곳. 이 황량한 스텝지역을 말이나 낙타를 타고 혹은 걸어서 생업을 영위했던 옛 사람들을 떠올리며 소박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캄캄한 밤하늘의 별은 강원도 산골에서 볼 수 있는 별의 두세 배 정도? 쏟아지는 별에 압도당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보다도 잠을 푹 잤다. 민폐를 끼칠까 두려워 거의 굶다시피 한 탓에 몸은 쪼그라들었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물론 기분마저 개운했다.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세상은 나한테 관심이 없건만 나는 왜 손바닥만한 가상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 가소롭다.

오늘은 해발 3,752m의 토르갓패스를 넘어 이식쿨 호수에 도착했다. 도중에 밥 먹으러 풀밭으로 출근(?)하는 말 무리와 목동, 양치기 개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너희들은 행복하겠구나, 좋은 곳에서 태어났구나... 이 무슨 부러움?

이식쿨 호수는 제주도 면적의 3.4배 되는 크기로 말이 호수이지 바다로 보인다. 한창 개발 중인데 머지않아 오늘의 한적함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호수 자체가 내 눈에도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로 보이니 말이다. 이곳의 이름은 출폰아타, 해발 1,633m. 제목 ‘타쉬라밧..‘에 그냥 끼워넣는다. 내일은 내일의 글을 쓰자.

**퀴즈: 마지막 사진은 어떤 화장실에서 찍었는데요. 무슨 내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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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9-23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봐도 광활함이 느껴집니다.
너무 멋지네요.
마지막 사진은
말이 화장실 안을 볼 수 있으니 조심하라?
근데 코는 돼지코처럼 보이기도 해요 ㅎㅎ
혹시 화장실 밑에 사는 돼지?

nama 2026-09-23 08:44   좋아요 1 | URL
땡! 정답이 아닙니다.

페넬로페 2026-09-23 10:28   좋아요 0 | URL
정답 알려주세용^^

nama 2026-09-23 23:43   좋아요 0 | URL
돼지가 되지 마세요(어지럽히지 마세요.)
자신이 어지럽힌 쓰레기는 직접 치우세요... 이런 뜻이래요.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인식하는 이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한 단면이네요.

카스피 2026-09-23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봐서는 원숭이 출입 금지 같은데요 ㅋㅋㅋㅋ
그런데 현재 계신곳이 중국 신장 위그를 지역이라고 하시는데 맨 마지막 사진의 문자는 러시아 끼릴문자 같습니다.소수민족 동화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중공 당국이 자국의 언어인 간자체가 아니라 러시아 문자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좀 의외인것 같습니다.
러시아 관광객을 위한 우대 조치인지 궁금해 지네요.

nama 2026-09-23 08:47   좋아요 0 | URL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 왔다고 위에 썼는데요. 그러니까 당연히 키릴문자가 되겠지요.
정답이 아닙니당. ㅎ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종착점이자 실크로드의 진정한 시작점인 카슈가르. 옛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듯한 고성은 온통 상점들이 꽉 들어찬 쇼핑거리가 되었다. 그래도 실크로드라는 불후의 명성을 지닌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이곳을 찾는 유럽인은 주로 프랑스인들이라고 한다. 왜일까?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라는 책 때문이란다. 1권조차 읽다 말았으니 아는 체 하기도 부끄럽지만 이제는 제대로 읽을 수 있으리라. 읽어보리라.

오늘은 명성이 자자하다는 일요시장에 다녀왔다. 이곳은 상상력을 가미할 필요가 없는 곳, 단박에 실크로드의 땅이었음을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소이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우리는 운 좋게 일정이 따라주었다.

역시나 눈에 띄는 외국인은 프랑스인들이었다. 샤슬릭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프랑스 아줌마에게 맛있냐고 물어보니 고기를 씹으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맛있다고 한다. 단체여행만 아니라면 나도 먹어보련만. 혹여 배탈이 나서 민폐를 끼칠까 두려워 먹는 것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호텔로 돌아온 후 길잡이가 알려준 식당에서 양고기 샤슬릭을 먹었는데... 그동안 억어본 양고기 구이 중 최고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도 먹을 걸.. 뒤늦은 후회.

남들 여행기에 먹는 얘기 나오면 인상 쓰곤 했었는데 진짜 맛있는 거 먹으면 입이 근질거리는구나...겸손한 깨달음. 카슈가르에서는 실크로드 흔적보다 양고기 꼬치구이를 찾아야 하는구나.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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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소스트에서 4,693m의 쿤제렙 고개에 있는 국경을 넘는데 하루가 걸렸다. 오늘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종착점인 신장 위구르의 카스가르에 도착했다. 국경에서부터 따지면 이틀 걸린 셈인데 중간에 산천유람하느라 시간이 더 걸리긴 했다.

어젯밤에는 위의 세 문장을 쓰고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눕고 말았다. 고도가 높아 쉽게 지치고 점점 여독이 쌓여간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곤륜산맥, 파미르 고원을 거쳐오는 길이 만만할 리가 없다.

역사적인 오아시스 도시인 카슈가르(카스)에 도착하자마자 밥부터 먹고 야시장을 탐방했다. 급한대로 사진 옃장 올린다. 짬이 없다.

아래 사진 중 노란색 과일은 여기 특산물인 무화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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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당국의 소수민족탄압으로 외국인은 쉽게 여행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용케 파키스탄을 통해서 입국하셨네요.신장지역의 양고긴는 유명한 것은 알았는데 바다에서 먼 시장지구에서 생선도 시장에서 팔 줄은 몰랐습니다.아마 민물생선인가 보네요.

nama 2026-09-20 23:58   좋아요 0 | URL
신장 위구르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 못 갈 것도 없어요. 저는 8년 전에 우루무치에 갔었어요. 그때보다는 공기가 가볍게 느껴져요. 위구르족이 한족에게 동화된 건지, 감시국가 기능이 더 강화된 건지는 잘 몰라요. 이곳은 오지라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 분명해요.

잉크냄새 2026-09-2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이 참 좋네요. 오리 위에 피어오르는 김까지 순간 포착되었네요.

nama 2026-09-21 00: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