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 삶의 속도를 선택한 사람들
김남희.쓰지 신이치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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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중심에서 떨어져나와 밥벌이가 가능할 정도의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신을 정서적으로 고양시키는 취미활동을 하며 조금은 가난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110쪽

자신을 둘러싼 울타리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가본 사람들은 안다. 하나의 세계를 벗어나도 세계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더 넓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어떤 시스템 안에서의 '낙오'나 '탈락'이 결코 인생의 실패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새로 만난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이 아니라 시스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아닐까.-310쪽

문득 대학을 졸업하는 신이치 선생님의 제자들에게 사티시 쿠마르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직업을 찾지 말고, 당신만의 직업을 창조하세요. 상상력과 창조력을 동원해 자신의 일을 찾는 거죠. 정원사, 시인, 농부, 요리사가 되세요. 우리는 늘 누군가가 직업을 주기를 기대해왔죠. 정부가, 회사가 나를 고용해주기를 원해왔죠. 그건 노예가 되고 도구가 되는 것이고 세뇌당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되고 싶은 존재가 존재가 되세요. 삶을 통해서 찾아내세요. 그 길에서 여러분을 기다릴 문제와 어려움을 환영하십시오. 쉽게 살기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어려움을 통과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닌 창조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이니 문제가 생겼을 때 행복해하십시오. 여러분은 혁명가입니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법은 자기 자신이 변화시키고 싶은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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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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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 실린 '스페인 예술만화, 한국선 청소년 유해물'이라는 기사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99579.html

 

마침 어제 밤 12시까지 눈이 빠져라하고 읽었던 책이라 급관심이 갔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한참이나 멍한 기분이 되어서 입이 무겁게 가라앉아버렸다. 말은 하고 싶은데 생각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기껏 입에서 튀어나오는 어휘는..."과연 명불허전의 책이다" 정도였다. 파란만장, 우여곡절,변화무쌍의 삶을 살았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삶이 결국은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노년에 이르러서는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관료적인 양로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인데, 그 주인공의 인생역정이 우리 부모 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의 절망적인 한숨소리까지- "죽고 싶다. 농약 좀 사와라."- 떠올라서 무거운 마음이 계속 이어졌다.

 

누군가는 이런 민초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다. 큰 줄기만을 본다면 성행위 장면 따위는 그냥 한 부분으로 묻혀 버리고말아 크게 부각되지도 않는다. 그것도 굴곡진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오히려 그 부분만을 떼어내어 생각한다는 자체가 매우 우습고 졸렬하다. 이 책을 설마 '의식화' 서적으로 분류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위의 기사에서 지은이 알타리바(책 주인공의 아들)의 말에 백배 공감이 간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출간됐다. 이 작품을 통해 전쟁, 난민수용소, 독재 체제의 참상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윤리’라는 잣대를 든 한국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음란성’밖에 보지 못한 것 같아 슬프다”

 

'윤리'. 지겨운 어휘다.

 

 

마침 읽고 있는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의 몇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p204...시는 기억술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 시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은 왕성했던 생명과 순결했던 마음을, 좌절과 패배와 분노의 감정을, 마음이 고양된 순간에 품었던 희망을, 내내 기억하고 현재의 순간에 용솟음 쳐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기억이 없으면 윤리도 없다고 예술은 말한다. 예술의 윤리는 규범을 만들고 권장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순결한 날의 희망과 좌절, 그리고 새롭게 얻어낸 희망을 세세연년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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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졸업하다 -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에세이
김영희 지음 / 샘터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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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를 읽은 건 20년 전의 일이다. 큰 소리 한번 못내고 쭈뼛거리며 왜소할대로 왜소하고, 아주 보잘 것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심스럽게 살고 있을 때 읽은 책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한동안 내게 미열같은 흥분에 빠지게 했다. 세상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마음가는 대로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용기 비슷한 것도 얻었다. 그만큼 김영희라는 분의 삶이 자유롭게 보였고, 그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 다섯 자녀를 품에서 떠나보내고 이제 홀로 남아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특히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진하게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다섯 자녀라니...일찍부터 가족관계에 진저리를 치며 자식이라곤 달랑 하나 밖에 낳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뭐랄까, 참 비겁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70쪽)...자녀는 부모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우연히 인생길에서 내 앞에 나타난 자연 현상과 같은 것인데.....인간이 인간에게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욕망이라고 나는 일찍부터 생각했다.

 

자녀는 '자연 현상'과 같은 것. 잠시 숙연해졌다. 다섯 자녀의 성장기를 읽으며 때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특히 둘째 아들 장수 이야기가 마음을 저리게 했다. 이렇게 다섯 자녀를 키웠기에 닥종이 인형작가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녀이야기에서  큰 감동을 받다보니 나머지 2/3는 좀 싱겁게 보이는데, 그건 편향된 내 취향 탓이지 싶다. 모르겠다. 나도 이 분처럼 70살이 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을 지.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딱 그만큼만 세상을 알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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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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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라는 장애를 잘 극복하고 당당하고 아름답게 사는 분의 글이다. 어찌어찌해서 미국의 최고 교수가 되었다는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단순하고도 평범한 진리들을 온 몸으로 실천하였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 닿았다. 늘 어느 구석엔가 부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그 무엇이다.

 

p.24....긍정의 에너지는 정말 막강하고 전염성이 강해 긍정적인 사람 곁에 있으면 덩달아 유쾌한 '긍정 바이러스'에 전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런 나의 의도가 학생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다니 기쁘기도 하지만 일단 놀라움이 앞선다.

 

p.114...내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나에 대해 '유쾌한 사람','타인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정 교수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됩니다"라고 말해준다. 이런 평가를 들을 때마다 내게 다른 사람의 기분을 밝게 해주고 웃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늘 주변 사람들과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과연 이 분이 보통의 장애인처럼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살았더라면 지금처럼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에 읽었던 석지영교수의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다. 한국에서였다면 그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는...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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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 - 산악인 패션 디자이너 임덕용 이야기
임덕용 지음 / 정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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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미친 산사나이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 마초같은 배짱이 흥미진진. 개인적인 기록의 성격이 강하여 글을 읽는 맛은 아쉬움으로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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