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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8 - 아더 왕의 죽음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평점 :
영광의 카멜롯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때를 기약하며.
커다란 영광을 가졌던 왕국은 그 영광만큼 무참하게 패배했다. 많은 기사들이 죽고 음모와 배신이 난무한다.
여신의 가호 없이, 신성한 상징 없이 왕국은 존재할 수 없다. 아더가 귀네비어를 잃고 신성한 왕권의 상징인 엑스칼리버를 내던진 순간, 아더는 아무도 아니다. 검이 사라진 현실에선 왕국도 없다.
란슬롯이 성배를 찾지 못했던 것은 그에게 성배는 곧 귀네비어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귀네비어보다 아름다울 수 없고, 성스러울 수 없다.
아더 왕의 왕국이 일어나 번영하고 몰락하기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멀린이 제일 가련하다. 알면서 막을 수 없고, 알면서 말할 수 없고, 알지만 또 그 상황을 맞닥뜨려야 한다. 괴롭고 괴로웠을테지. 그래서 미쳤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다시 나타나야 했다. 아아,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알지만 바꿀 수는 없었던 예언자.
"말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 거랍니다.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삶과 죽음이란 똑같은 현실의 두 가지 면모에 불과한 것입니다."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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