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은 마흔 두 살이다. '나'는 스물 한 살.
어른 남자인 맥심은 '나'가 반할 만큼 멋지다. 운전도.. 넋이 나갈 만큼 잘 할 거 같다. 특히 후진...
정장이 잘 어울리고, 정돈된 가르마와 무심한 눈빛이 매력적인 남자. 그리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작은 몸짓만으로도, 혹은 상황만으로도 '나'가 알 것이라고 믿는 남자.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아~
내면에 불안을 품고 파도 소리에 진저리치기도 하는 여린 남자. 그래서 옆에서 안아주고 싶기도 한 남자. 그런 남자가 의지해오면 어떤 여자가 마다할까.
후반부에 '나'가 쓰러지자 "누가 제 아내 좀 데리고 나가주시겠습니까?"라고 할 때 진짜 멋졌다. 아아.. 제 아내를.. 그래.. 맥심 드 윈터.. 난 이미 그대에게 빠져버린 걸. 저런 남자의 시선을 받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제루샤. 그 이름이 싫어 스스로를 주디라고 부르는 그녀는 어떤 평의원의 도움으로 고아원을 탈출하여 대학에 가게 된다. 그 후원자는 학비 및 생활비를 대주는 조건으로 자신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후훗. 로맨틱하기도 하여라. 손편지는 받아 본 사람은 다 알듯이 사람을 한껏 설레게 한다.
어찌됐건 우리의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의 진가를 알아 본 참으로 멋진 사람이다. 귀족이지만 속물이 아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혼자서 해보려는 귀여운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주디를 너무 사랑한다. 지미 맥브라이드에게 대놓고 질투하는 모습을 그려줬더라면 더 신났을텐데.
여기, '나'나 '주디'같은 소녀가 또 있다. 너무나 유명한 제인 에어.
그녀는 로우드를 떠나 숀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갔다가 로체스터를 만난다. 음울한 눈빛을 가진, 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어쨌든 귀족의 멋진 남자이다.
나이나 신분은 상관없었다. 사랑하니까. 그래서 기꺼이 그와 결혼하려 했는데, 알고보니 유부남...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의 바다> 덕분에 로체스터는 나에게 미운털이 박힌 상태다. 하지만 처음 제인 에어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만 생각한다면, 이 이야기는 아름답다. 로체스터의 상태가 어떻든 제인은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레베카의 '나'가 좀 더 밧세바 같았더라면 좋았을걸. 물론 오크 역시 밧세바와 결혼하기로 하자 그녀를 '소유'한다는 느낌이 들게 행동하지만, 그래도 밧세바는 당차다. 아마 오크를 잘 설득해서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을테다. 아쉬운 게 있다면 볼드우드를 대할 때의 모습이었달까... 시대적 한계가 있겠지만, 혹은 감정적으로 무너진 상태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아쉽다. 볼드우드.. 솔직히 그런 남자 무섭다. 트로이는 나쁜 놈이고.
그녀는 스스로 농장을 경영하고자 한다. 당연히 경험이나 연륜이 없으니 실패할 수도 있지. 누구는 처음부터 잘하나. 여자라서가 아니라 처음이라서 실수하는 거다. 여자라서 자신을 추켜세우고 환심 사는 말을 하는 사람을 고른 게 아니다. 누구나 그런 사람을 고를 수 있다.
누구든 실수하고 실패한다. 그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뒤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지.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아아.. 카턴...
루시 마네뜨는 상냥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이다. 그녀는 찰스 다네이를 만났고, 사랑했다. 다네이보다 카턴을 먼저 만나 알게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네이의 심성이 훨씬 고우니 먼저든 아니든 다네이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당시 파리는 혼돈 그 자체였다. 들끓는 분노와 인간답게 살고픈 욕망, 자유롭고 싶은 갈망... 그 중 사람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분노였다. 더 이상은 억울하게 짓밟히며 살지 않겠다는.
아아, 다네이는 심성이 곱고 의리 있는 사람이었다. 부당하게 잡혀 있는 예전의 하인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파리로 향했고... 자신의 장인인 마네뜨 박사가 남긴 글로 인해 사형을 선고 받는다.
그리고... 카턴은 숭고한 결심을 한다. "내가 하는 일은 이제까지 내가 한 어떤 것보다도 훨씬, 훨씬 더 훌륭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취하러 가는 휴식은 내가 이제까지 알던 어떤 것보다도 훨씬, 훨씬 더 좋은 휴식이다."(p.567)
마지막은 사랑하는 이를 위한 희생.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도 아깝지 않다는... 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