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요정 운디네 - 개정판 에버그린북스 9
푸케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늦은 밤, 그것도 하필이면 비탈리의 샤콘느랑 십이국기 ost 중 단소로 연주한 부분을 듣고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물의 요정 운디네를 읽으면서 말이다. 아무리 기본적인 얼개를 가진 그냥 동화라지만, 괜히 운디네의 처연한 사랑에 가슴이 시리고, 훌트브란트의 배신에 치를 떨며, 베르탈다의 배은망덕함에 분노를 느꼈다.

자유로운 삶을 살지만 영혼을 가지지 못했던 자연의 정령들은 인간과 결합해야만 영혼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 영혼은 그들의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앗아가 버린 대신 그 빈 자리를 인간의 고뇌와 사랑의 고통이 채우게 된다. 지고지순의 사랑을 믿었던 운디네는 온 마음을 다해 훌트브란트를 사랑하지만, 훌트브란트는 지조없는 사내였다. 두 여자를 품에 안고 싶어했던, 너무나 변덕스러웠던 그는 결국 운디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사랑하는 이를 죽일 수 밖에 없는 그 안타까움 가득한 상처를...

"나는 눈물로 그를 죽였어요.."

자신을 배신한 사랑하는 이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그녀가 그의 신방을 나오며 사람들에게 한 말이었다. 단 한 번의 키스로 그의 생명을 꺼트려버린 그녀는 그의 무덤 주위를 맴돌며 그와 함께 한다고 한다. 맑고 투명한 샘물이 되어.

덧붙이자면.. 우리나라 같았으면 훌트브란트와 운디네는 죽어서도 같이 있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물이 무덤을 감싸고 있으면 안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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