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부터 친하게 지내 온 친구가 있다. 그 아이랑 나랑은 같은 동네에 살면서 편안한 친구로 더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며, 성향도 비슷하고, 둘 다 남친이 없다...ㅠ.ㅠ

재즈와 와인과 스윙을 좋아하는 그 친구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니가 무슨 말을 해도... 너는 사랑을 안 해 봤으니까 아직 어린거야..."

잘 알지는 못해도 역사나 철학을 좋아하는 내가 좀 아는 소리를 했다가 봉변 당한 거였다.

약간은 즉흥적이고 엉뚱한 면이 있지만, 냉철하고 합리적이고 어른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내가... (물론 나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난 엄청 즉흥적이고, 엉뚱할 뿐이다. 그 예로 늘 넘어진다...ㅋㅋ) 무슨 말을 하든 다 내 것이 아니라는 말... 경험에서 나온 진실한 말이 아니라 책이나 그 외 다른 외부적인 것을 통해서 나온 그야말로 아는 체 뿐이라는....

내가 좀 당황한 것은... 어째서 내가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하는가..하는 거였다. 그 아이랑 나랑 안 세월 동안 난 단 한번도 그 아이에게 나의 사랑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볼 때 난 애인은 커녕 짝사랑 한 번 안 한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렇기에 그 애가 그 말을 한 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말로 서운한 건... 나는 사랑을 해 봤다는 거..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는 거였다. 

그 아이는 재작년에 만난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한다.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랑이지만, 너무 좋다고... 너무 행복하다고... 그가 아프면 자기도 아프고, 그가 행복해하면 자기도 행복하다고... 얼굴을 붉혀가며, 지그시 눈을 감고 행복에 겨워하며 말을 하는 그 아이를 보고... 내심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너는 말을 할 수 있지 않니... 사랑이 행복하기만 한 게 아니라..어쩌면 오히려 더 아프기도 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버린 나는 아무 말도 못하는데... 넌 아직 2년도 채 안 되었지만... 난 5년이 다 되었는걸...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래도 나는 웃었다. 그래... 니 말이 맞아.. 난 사랑을 몰라...라고 말해주며.. 말 할 수 없는 사랑은 가슴에 묻어두는 게 나을거야란 생각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겠지..란 생각에...

근데 정말 사랑을 모르면 어린걸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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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2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5-06-12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렇군요...ㅋㅋㅋ 그 얘기 슬쩍 해 줄래요... 그래도 괜히 약 올랐거든요~^^ 사랑이 전부라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는데, 정말 사람을 성장시켜주는 경험은 아주아주 많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