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은 외할머니 생신 잔칫날이었다. 늘 그 날이 되면 1년에 딱 한 번 외가 쪽 식구들이 몽땅 다 모인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 모이기 때문에 서울 사시는 큰외삼촌 일가부터 막내인 우리 엄마까지 왁자지껄하다. 더군다나 2,3년 전에 결혼한 사촌 언니, 오빠들이 모두 조카를 낳았기 때문에 더 시끌벅적이다. 쪼매난 조카가 넷 인데, 남자애들이다. 어째서 여자애는 없는 것인지. 후 =3

어쨌든 내 위인 사촌 언니, 오빠들이 대거 결혼해 버리는 바람에 다음 순서는 내가 되어 버렸다. 여기 저기서 시집가라고 난리다. 결혼 생각 없다고 하면 그 나이 때 그 말 안하면 언제 하겠냐며 놀림을 받는다. 뭐,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대꾸도 못하겠다.

이래 저래 어른들께 치이다가 조카들한테 치이다가 급기야는 중간 외삼촌 댁에 있는 -중간 외삼촌 댁에서 모였다. - 강아지 루루랑 캐롤한테까지 치였다. 아~ 서글프다. 난 애들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요즘 애들은 너무 영악해서 순진한 맛이 없다. ㅡ.ㅜ

중요한 건, 제목이 그렇듯이 그 날 내가 마신 술이 바로 그 맛있다고 소문난 발렌타인 21년산이었다. 작년에 사촌 언니 중 한 명이 친구들이랑 집에 있는 술 아무거나 골라서 한 병 다 비웠다는데, 그게 발렌타인 17년산이었더랬지. 우리 외가는 몽땅 주당들이다. 오죽했으면 사촌 언니, 오빠들 결혼하는데 올케 언니랑 형부가 술 못마시면 결혼 못 시킨다고까지 했을까. 결국 그 때 서열상 나까지 모두 폭탄주를 마셔야만 했다. ㅡ.ㅜ

그리고 5월 8일. 큰외삼촌은 중간 외삼촌이랑 막내 외삼촌이랑 아빠랑 유유자적하게 발렌타인을 마시다가 언뜻 고개를 돌렸는데, 하필 거기에 내가 있었다. 어이, 너두 다 컸지? 이거 맛있는 술이니까 너두 한 잔 해야지. 엄마랑 아빠랑 좋아라 하신다. 비싼 술 마신다고...ㅡㅡv

헉... 난 양주를 싫어하는데... 그 타들어가는 느낌... 너무 고통스럽다. 양주에 맛있는 게 어딨담...ㅜ.ㅜ

결국 한약 먹는 심정으로 잔을 비웠다. .. 어? 그런데 예의 그 타들어가는 느낌이 적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데, 또 다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ㅜ.ㅜ

비싼 술이든 싼 술이든... 양주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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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4 0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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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5-05-2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두 차암~~^^
날개님~ 레이디 소피아의 연인만 빼고는 안 읽었어요~ 히히.. 정말 그러셔도 되나요?? *.*

2005-05-24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