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미국'이 일본을 배신한 3가지 이유

[기고] 일본의 외교도발 완전히 뿌리뽑을 '한국의 4가지 전술'
[프레시안 장성민/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대표]미일동맹과 한미동맹, 그리고 한중공조
  - 일본의 외교 도발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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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3국간에 펼쳐진 역사왜곡문제와 영토분쟁을 지켜보고 있었던 미국이 드디어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그 내용은 우리의 귀를 의심케 만든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일간 2+2 워싱턴 회의를 열만큼 일본과 외교군사적으로 절정의 허니문을 즐겼던 미국이었다. 그리고 한일간에 독도문제로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았고, 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분쟁화시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까지도 훤히 알고 있었던 미국이었다. 그런 나라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방한직전 방일중에 가진 한 대학(상지대학)에서의 연설에서, 동북아에서 믿을만한 국가는 오직 일본뿐이라는 정치적 제스쳐를 내보이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었다. 미 국무장관의 이같은 주장은 방한중에 가진 기자회견장에서도 재천명됐었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단호하고도 단호해 보였다.
  
  그런 미국이 불과 며칠만에 자신들의 외교적 수사를 뒤집기 시작했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서서히 발을 빼는 듯한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다가 급기야 부정적 입장으로 돌변하고 있다. 아니,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이 주변국들과 분쟁에 빠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심까지 표명했다. 사뭇 흥미로운 미국의 동맹관리 외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관심을 더욱 끄는 부분은 일본의 태도이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의 암시가 국무성 대변인의 언급을 통해 흘러나오자마자, 일본의 모리 전 수상(한일의원연맹 회장)은 고이즈미 수상의 “화해 메시지”를 담은(?) 자신의 편지를 자민당의 한 젊은 참의원을 통해 한국의 집권당 대표에게 보냈는가 하면, 이 달말쯤 모리 전 수상 자신이 직접 고이즈미 수상의 친서를 갖고 방할 할 예정이라는 일본측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겉과 속이 다르고, 병 주고 약 주는 일본외교의 전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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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문제,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로 대한민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후, 이런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제 화해 메시지를 갖고 오겠다는 일본 외교의 속내를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리고 무엇을 읽어야 할까? 핵심은 세 가지이다.
  
  첫째, 미국을 읽어야 한다. 미국이 주변국들과의 불화와 분쟁을 이유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자마자, 한국에 화해 메시지를 들고오겠다고 허겁지겁 서두르는 일본외교의 조타수가 바로 미국이란 사실을 읽어야 한다.
  
  이를 역으로 해석할 경우, 지금까지 일본이 독도영토분쟁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보다 공세적으로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미국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심리적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후쇼사 왜곡역사교과서를 만든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한 지도급 우익인사가 “우리 뒤에는 미국의 부시가 있다. 동요 말라”고 한 발언에서도 확인되었다.
  
  즉, 미국은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강한 나라가 어떤 힘을 얻게 되고, 동맹관계가 약한 나라는 어떤 상황에 빠지게 되는가를 한국정부와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보다 절박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경우 한국은 냉전 때 우방으로 지냈던 일본에게서조차도 외교적 위협과 공격을 받아 영토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그리고 그만큼 안보적 기반이 취약한 나라라는 “안보 경종”을 한국에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주한미군이 동북아 안정의 균형자라고 줄곧 강조해왔다. 그런 미국이 왜 한국과 일본이란 두 동맹국간의 영토분쟁에는 팔짱을 낀 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적 태도를 입장을 취했을까? 바로 여기서 우리는 미국의 속내를 읽어야 한다.
  
  둘째, 미일 동맹의 연대성이 얼마나 밀접한 단계에 와 있는가를 읽어야 한다. 9.11 직후 미국이 탈레반과 전쟁에 돌입하자 일본의회는 해상자위대를 인도양으로 파견하여 미-영이 주도하는 전함에 물과 연료를 제공토록 허용했다. 일본의회가 자국군대를 해외에 파견토록 결정한 것은 2차대전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배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소탕하는 미전투기의 공격능력에 또 하나의 엔진을 달아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1세기 반테러전을 향한 미일동맹협력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일본은 이라크침공 전쟁에서도 미국편에 섰다. 그리고 “부시의 전쟁”에 전폭적인 지지의 목소리를 보냈다. 2003년 2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침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얻어내려 노력하고 있을 때,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의 정당성을 주장한 두 국가 중 하나였다. 다른 한 나라는 호주였다. 2003년 9월에 일본정부는 이라크 나시리아에 1천명 규모의 자위대 파병을 결정했고, 자위대는 2003년 말과 2004년 초에 평화유지군 명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미일동맹에 관한 한 일본은 유럽의 영국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고, 미국은 일본을 동북아의 영국으로 만들고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시침(時針)이라면, 일본의 한반도 정책은 그 시침을 돌리고 예고하는, 그리고 시침보다 빨리 돌아가는 분침(分針)이다. 미 국무성이 오랜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는 일본은 독도와 왜곡역사교과서 문제에서 우리에게 매우 공세적인 외교전략을 폈다. 그러나 미국이 침묵을 깨고 더 이상 일본이 주변국가와 분쟁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우려를 표하자마자 일본은 우리에게 화해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미일간의 외교적 긴밀성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란 나라는 자국의 국익을 팽창시킬 수 있는 힘과 틈바구니를 발견하게 되면, 미일동맹을 틈타 언제든지 가차 없이 자국의 실리를 추구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읽어야 한다.
  
  셋째, 우리 정치인들의 외교적 수준을 읽어야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회에 독도특위를 구성하자고 아우성을 지르며 분노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일본의 한 젊은 국회의원이 화해 메시지를 가져왔다고 해서 여야 당 대표라는 분들이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만나 환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정치인들의 외교적 수준을 읽어야 한다. 마치 일요일에 미 국무장관의 예방을 받는 우리 대통령처럼, 각 당의 비서실장도 아닌 당 대표라는 분들이, 중견급의 자민당 간부도 아닌 젊은 국회의원의 예방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정치인들과 외교관들, 기업인들과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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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왜 미국은 갑자기 침묵을 깼을까? 그리고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원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을까?
  
  첫째, 미국의 최대 우려 사항인 북핵 문제 때문이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아직도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6자회담이 가장 합리적 해결기제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정부가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독도분쟁은 한일 양국을 감정대결로 치닫게 만들었고, 과거사 문제로 중국까지 일본과 적대적인 외교적 관계로 발전해 나갔다. 미국은 자칫 일본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둘째, 나아가 이것을 계속 방치할 경우 북핵 6자회담은 미-일을 한편으로 하고, 남-북-중-러가 다른 한편이 되는 2:4의 대립구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은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에서 반일감정이 극에 달한 타이밍을 잡아 일본의 좌충우돌식 외교분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 것이다. 북핵문제에 관한 한 일본보다는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한중 양국으로부터 우호적인 감정을 얻고자 한 것이다.
  
  셋째, 한국이 미국에서 자꾸 멀어져 중국 쪽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전례 없는 외교 공세의 배경에는 미일동맹에 의한 미국의 보이지 않는 힘의 뒷받침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한-중 양국은 미일동맹에 대응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상호간의 외교군사적 공감도를 높여 나갔다. 한국의 국방장관이 중국 국방장관의 초청으로 방중하여 군의장 사열까지 받은 것은 좋은 예시인 것이다. 여기에다 일본편에 서있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결국 반미감정을 한층 강화시켰다. 한국 내에서는 반미의 감정이 더욱 고조되었다. 일본으로부터 영토분쟁에 휘말려 외교적 공세를 받으면 받을수록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군사적 힘을 절감할 줄 알았으나,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은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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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는 일본의 외교적 도발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까? 4가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첫째, 한국정부는 일본정부로부터 왜곡 역사교과서에 대한 일정한 시정의 약속과 다시는 독도문제를 쟁점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기 전에는 일본의 화해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일본이 보내는 화해 메시지의 핵심은 독도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것과 왜곡역사교과서의 시정에 대한 의지여야 한다.
  
  둘째, 일본이 요청하고 있는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가 먼저 있든지, 아니면 '다음 일본 수상'과 만나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셋째, 중국정부와 협조를 긴밀히 해야 한다. 일본은 지금 양국 모두와 영토분쟁 및 과거사 왜곡 문제에 걸려있다.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양국공조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양국은 일본이 영토문제와 역사왜곡문제를 ‘또다시’ 도발하는 경우에는 북핵 6자회담장에 일본과 함께 앉을 수 없다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넷째, 일본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다. 대미편승은 일본 외교전략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한국외교는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동맹에 대한 자국의 의무를 최소화하면서 동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국의 안보를 극대화하는 동맹게임전략을 잘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장성민/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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