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홍 3 - 청실홍실, 완결 화홍 2
이지환 지음 / 청어람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도대체 조선조 몇 명의 왕이,왕후가 짬뽕된 것인가? 희란은 장희빈이 모델일터이고, 그럼 욱제는 숙종이었다가 세종이었다가 연산군이 되기도 했나? 대비의 머리에 바둑판을 던진 건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척을 질 정도였으니. 우리의 중전 소혜마마는.. 명성황후인 것도 같고, 인현왕후인 것도 같고, 소혜왕후인 것도 같다. 나오는 갖가지 사연들도 옛 이야기책에서 봤던 일들이 많았다. 정말 조선왕실을 갖다 놓은 묘사와 궁궐 안 갖가지 암투들, 그리고 묵묵히 인내하는 중전과 내심 외로움을 타는 왕과 못된 희란. 적절한 조합과 짜임새 있는 구성, 그리고 창작을 보며 참 재미나게 읽었다. 다만 소혜가 너무 빨리 욱제를 용서했다는 점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하긴 그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소혜가 조금만 더 욱제를 애타게 했어야 하는건데. 아쉽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욱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자취를 어머니의 사촌누이인 희란에게서 찾는다. 헛된 야망에 부풀었던 희란은 간교한 계책을 세워 계획적으로 욱제에게 접근하였고, 어린 그를 좌지우지하여 권력을 손에 쥔다.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아이를 낳아 끝까지 욱제의 아이라고 우기면서 세자에 책봉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을 때, 욱제는 중전을 맞아들인다. 그다지 어여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마음씨와 곧은 절개, 소양을 갖춘 소혜가 삼간택에서 간택되어 중전이 되어 잘생긴 욱제를 보고 그를 사모하게 되지만, 희란에게 마음을 준 욱제는 소혜를 소박놓는다. 그러기를 2년이었나. 점점 소혜를 바라보게 된 욱제는 그간 어찌나 괴롭혀 왔던지 자신만 보면 움찔거리며 두려워하는 소혜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자 강짜를 부린다. 예전부터 소혜에게 억지를 쓰고, 짜증만 부리고, 화만 내던 그가 지가 한 짓은 생각도 못하고 소혜더러만 잘 하라고 투정 부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시나무로 태장을 치고 싶을 정도이지만, 원래 왕이란게 그런 족속이 아니었던가. 어쨌든 갖가지 술수를 부려 둘 사이를 막는 희란과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욱제 덕에 소혜는 자진을 시도하여 뱃속에 있던 아이를 잃게 된다. 소혜의 자진 소동에 그제사 사랑을 깨달은 욱제는 그녀에게 정성을 다하지만, 계속되던 그의 만행(?)에 이미 소혜의 마음은 닫혀있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결국 여차저차해서 둘은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게 된다.

소혜는 강단 있는 여인이다. 외유내강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게다가 영리하기까지 하다. 예를 내세워 희란을 쫓아낼 때도, 희란의 아이가 복동이를 죽여 회초리로 칠 때도, 왕이 죽어가는 것을 성심을 다해 살려낼 때도, 그 때 희란의 아이로 하여금 보위를 잇게 하려던 신료들에게 일침을 가할 때도 강하면서 절도 있게 위엄을 세운다. 멋진 중전이다. 안타까운건, 왕의 사랑이 없었을 때는 말 한마디 제대로 안 먹혔는데, 왕의 총애가 있으니 어떤 말이든 먹힌다는 거. 그 시대는 그렇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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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3-05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 쓴 이야기긴 하지만, 너무 짜집기가 많이 되어 거부감이 들더군요.. 차라리 가상이야기라 하지말고, 실제 한 왕후를 모델로 만들지..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체나 구성은 참 뛰어났죠..

꼬마요정 2005-03-0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이에요~ 작가 말로는 욱제는 권상우가 모델이고, 소혜는 문근영을 모델로 그렸다고 하더라구요.. 도저히 연상이 안 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