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큰 가르침 아직도 목마릅니다"




한국불교 세계화의 중흥조였던 숭산 스님 이후에도 해외포교는 기세를 떨칠 것인가. 혹자는 숭산이라는 구심점을 잃어버린 한국불교의 해외포교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몇 안되는 숭산 스님의 한국인 제자이자 현 서울 수유동 화계사 주지 성광 스님은 지난 3일 수덕사에서 “숭산 스님은 이미 생전에 푸른 눈의 제자 일곱명에게 선사의 칭호를 부여했다”며 “이들이 큰스님의 뜻을 훌륭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저간의 의혹을 불식시켰다.

이날 성광 스님은 “큰스님은 제자들이 필요할 때 정이든, 힘이든 모든 것을 주었고 언행이 일치했던 참스승이었다”며 “이미 당신 없이도 꾸려갈 정도로 외국인 제자들을 완벽하게 길러놨다”고 밝혔다. 스님은 “외국인 제자 중에는 스스로 제자를 만들 수 있는 권한과 법을 받은 승려인 ‘선사(禪師)’만 7명이고, 한국인 스님과 똑같이 비구계를 받고 법계고시까지 받아 조계종의 종지종통을 이을 수 있는 제자만 60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불자들의 추앙을 받아온 숭산 스님은 32개국, 120여개 홍법원에 5만명의 제자들을 길러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님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전통적인 한국사찰 태고사를 건립해 화제가 됐던 무량 스님, 하버드대 출신으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펴내고 현재 화계사 국제선원장으로 있는 현각 스님, 베트남전 세대로 반전운동을 하다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출가해 지금은 계룡산 무상사 조실로 있는 대봉 스님, 무상사 주지 무심 스님, 미국 프라비던스 젠센터 소식지인 ‘프라이머리 포인트’ 편집자인 엘렌 사이도, 폴란드 홍법원 청안 스님 등 서구 지식인 출신이 대부분이다.

한편 숭산 스님의 영결식이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봉행되던 지난 4일, ‘세계가 한송이 꽃(世界一花)’이라는 부처님의 법을 세계 속에 펼치다 간 노스님 영전에는 ‘꽃비’가 내렸다.

이날 숭산 스님이 비구계를 받았던 충남 예산 덕숭산 수덕사에는 성철 스님 이후 최대 인파인 1만여명의 조문객이 몰려 고인을 애도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숭산 스님이 세계 도처에 씨를 뿌려놓은 ‘푸른 눈의 제자’ 수백명이 참석, 스님이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조계종 종정인 법전 스님은 영결식 법어에서 “깊고 고요하여 형상은 없지만 우주만물과 더불어 벗하고, 비록 텅 비었으나 스님의 생사자재(生死自在)한 묘용(妙用)은 만상을 통해 펼쳐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겨울비가 아직도 곱게 물들어 있는 덕숭산 마지막 단풍잎을 적시는 가운데 진행된 다비(화장)식에서 사부대중 1만여명은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수덕사(예산)=정성수기자/hulk@segye.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