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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에 젖어 무심코 지나치던 일들을 다소 물러난 거리에서 바라보면 어색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일들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종종 그런 경험을 하곤 하는데, 그런 경우 내 단점보다는 내 친구의 단점을 더 많이 보곤 한다. 아마 나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모순적인 태도 때문이겠지.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2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자기의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어쨌든 한 걸음 물러서서 내 주위를 바라보면 이 책에서의 상황과 비슷한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이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자신이 남보다 우월한 상황을 즐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고보면 이 책이 터무니없이 허무맹랑하다거나 그저그렇다거나 식상하다거나 하는 평가를 내리기 망설여진다. 어차피 사람이란 잘난 체하고 싶어하는 성품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노통이 줄기차게 다루고 있는 적이 이제는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벌써 12번째 소설을 발표하면서 끊임없이 주인공들을 괴롭혔던 적들은 늘 그대로이다. 주인공들 역시 그대로다. 강력한 적을 동반하고 있는 주인공들은 늘 소심하고 약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다. 노통 자신이 지니고 있는 적은 분명 진화할 것이다. 그 적과 싸우기 위해 글을 쓴다는 노통 역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설에 그런 성장의 모습이 더 반영되어 있길 바라는 내 마음은 어리석지만은 않을 것이다.
블랑슈와 크리스타, 그리고 앙테크리스타. 이 셋은 같다. 그야 당연히 자신의 모습들이니까 그렇겠지만, 그래서 보다 더 커버린 모습을 볼 수는 없는걸까. 언제나 결말은 주인공이 적과 닮아버린 곳에서 끝나버린다. 아직 그녀는 싸우는 중이고, 자신의 성장을 감춰야할 때일까? 하지만 적은 나보다도 더 나를 잘 아니까 나의 성장을 뛰어넘어 커버렸기 때문에 그녀는 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걸까.
별 셋의 가치는 오롯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나를 돌아봤다는 거. 그리고 다음번 그녀의 소설을 읽을때쯤이면 나의 내면이 보다 커져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