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흐르는 시간의 무덤일 뿐 입니다
< 현 경 >
아직은 찬 바람도 아닌데
휭하게 벌려진 옷깃 사이로
별빛을 가르며
지나쳐 버리지 못하고 찾아드는
생각 하나 있습니다
어느날엔가
할말 너무 많은데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 보일까봐
입술 다 터지도록 깨물어 가며
떠나는 당신 뒷 자락에서
눈길 떼지 못하던 그날
그날도
떠나는 시월의 덧 없슴에
달빛은 저 만치서 다가오는
밤 바다 파도 소리에
서러움을숨기고
사랑 잃은 내 가슴은
바람결에 뒹굴다 지쳐
도시골목 모퉁이에
상처로 남은
낙엽들의 숨소리 사이로
아픔을 묻었습니다
그때는
당신이 떠나고 없는 세상은
존재 할 수 없는줄만 알았고
사랑 잃은 내 삶은
숨쉬어야 할 이유도 없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덧없이 흘러
또 다시 떠나가는 시월이
이별을 준비하는 하고
속절없이 떠났던 당신 처럼
또 하나의 가을도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에
난 알았습니다
우주를 태우는 태양보다 뜨겁고
대륙을 삼켜 버리는
허리케인 보다도 더 세차게
몰아 치는 사랑도
흐르는 시간 앞에선
지나간 과거의 무덤일 뿐이란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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