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오디세우스와 부하가 표류했다는 곳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한결같이 관능적인 지중해, 그 중에서도 특히 풍광이 뛰어나며, 기후가 온난하고 온갖 산해진미가 넘쳐나는데다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곳 뿐일 수 있겠습니까. 만일 표류지가 태양이 이글거리는 사막이나 납빛으로 넘실거리는 북쪽 바다였다면 저 역시 신들의 노여움 때문이었다고 믿었겠지요. 게다가 남편의 이야기에는 증인이 한 명도 없습니다. 부하들은 식인종인지 외눈의 거인인지가 먹어치웠다거나 해서 이타카에 돌아온 사람은 오디세우스 혼자뿐이었으니까요. 사실은 칼립소인지 키르케인지 하는 여자들에게 정신이 홀려 고국에 돌아올 생각이 사라졌던 게 틀림없습니다. 저로서는 트로이 함락이라는 큰 위업을 마치고 바로 귀국할 마음이 사라진 오디세우스가 부하들과 함께 지중해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귀가가 늦어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기상천외한 표루기도 한눈 팔다 돌아온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목마의 계략을 떠올릴 정도의 남자입니다, 오디세우스라는 남자는. 그렇게는 해도 10년이라니,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의 한눈 팔기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