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무엇으로 느끼시나요?

소나무의집
      가을을 무엇으로 느끼시나요? 바람, 들판, 단풍, 하늘, 나무, 별, 점점 길어지는 밤…. 가을은 어느 하나로 오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무디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 가을이구나!' 절로 느끼는 것이 가을일 것입니다. 흉년에 식물로 대용할 수 있는 구황식물(救荒植物)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벼농사를 질 때 농부들을 무던히도 괴롭히는 피, 그리고 강아지꼬리를 닮은 강아지풀도 그 언젠가는 구황식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나무줄기, 칡뿌리, 메밀, 콩깍지 등도 그렇지요. 그런데 저는 조를 보면 구황식물이 생각납니다. 노란 조가 탐스럽게 섞인 밥을 대하노라면 그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 한 공기 담겨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갔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조가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작다고 깔보지 마라.'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더니 그 작은 조가 한 되도 되고, 한 말도 되고, 한 가마니도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내 삶의 작은 것들도 그렇게 쓸데없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저 작디작은 삶을 살았는데도 언젠가는 '그것이 참으로 실한 삶이었네'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포토 뉴스 중에서 - 글,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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