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청목 스테디북스 1
단테 지음, 신승희 옮김 / 청목(청목사)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호메로스, 세익스피어, 괴테와 더불어 세계 4대 시성이라 불리는 단테의 명작인 <신곡>은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한 것을 다룬 작품이다. 지옥편 33곡, 연옥편 33곡, 천국편 33곡, 전체서문 1곡, 모두 총 100곡으로 이루어진 이 장대한 시는 인간세상을 초월하여 신의 영역을 탐구한다. <신곡>은 단테가 죄 지은 자들이 그 죄값을 치르기 위해 끝없이 고통받는 지옥과 정죄를 목적으로 하는 연옥과 하나님과 같이 있는 축복의 세계 천국을 두루 여행하고 돌아와 쓴 서사시이다. 처음 그가 지옥에 떨어졌을 때는 지식의 상징인 베르질리우스와 함께 지옥과 연옥을 여행하며, 천국으로 올라가는 그 곳에서는 신앙의 상징인 단테의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와 함께 여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모 마리아가 계신 곳을 보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갈 때는 성 베르나르도의 인도를 받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죄 한 번 짓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죄"라는 것에 대해 의문점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십자군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천국에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실망하고 말았다. 죄와 복은 엄연히 다르다. 죄는 복으로 사해지는 것이 아니라 죄값을 치러야만 그 죄는 사해지는 것이고, 그 복은 지은 만큼 복으로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십자군 전쟁 당시 십자군들이 저지른 만행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성격의 것들도 있었다. 특히나 4차 십자군은 아예 콘스탄티노플로 진격하여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었다. 같은 기독교 국가를 약탈하고 곤경에 빠트린 그들이 어째서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내가 또 다시 생각해 본 점은 각기 지옥과 연옥, 천국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마호메트라고 알고 있는 무하마드 -이슬람교의 교조-는 8번째 지옥의 9번째 구덩이에서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분열을 일으킨 자들이 그 죄값을 받고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서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씻어지지 않는 상흔을 보았다. 지옥의 가장 깊은 곳인 제 9옥에는 루치펠과 가롯 유다, 부르투스, 카시우스가 영원한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유다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부르투스와 카시우스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카이사르를 찔러 죽인 게 그렇게나 큰 죄였던가. 어떻게 생각하면 독재를 막기 위한 시도였을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 더 느낀 것은 일종의 모순이었다. 구원받은 자는 지옥에 있는 자에 대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순교자인 스테파노는 박해자들이 구원받길 기도한다. 또한 단테가 지옥에 있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 곳에 올만한 죄를 지었으니 그 곳에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들을 냉정하게 대하는 모습에 목련존자 이야기가 생각났다. 목련존자는 불도를 닦으며 생활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모친이 지옥에서 아귀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어머니를 구하고자 지옥으로 내려간다. 그 곳에서 자신의 모친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게 되는데, 목련존자의 자비심과 고통 받던 이들이 참회한 결과였다. 스님들이 공양 후 밥그릇을 깨끗하게 하여 물을 땅에 붓는 이유도 지옥의 아귀들이 배가 고프니까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불편하고 화가 났던 것은 바로 "오타"였다. 어찌나 오타가 많은지 처음에는 내용 연결이 잘 안 되어서 고민했는데, 자세히 보니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만들어 놓고,  ~의가 되어야 하는데 '은, 는'을 붙여놓았다. 그 밖에도 기본적인 단어 오타가 많았다.

동, 서양의 차이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전이라고 반드시 읽어보라는 작품들 중에 우리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는 작품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나에게는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같은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신앙을 두텁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대로 된 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메트리오스 2004-08-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편을 읽으면서 제일 이해가 안 갔던것이 마지막 지옥 부분이었어요. 굳이 죄를 따지자면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보다 더한 사람도 많은데...
게다가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순전히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에 태어났단 이유만으로 지옥에 가 있는 것도 좀 이해하기 어려웠고요.

꼬마요정 2004-08-2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지요..
그래도 단테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교와 신앙은 사람을 철저하게 지배하나봐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