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왕 이야기 2 - 원탁의 기사들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아웃사이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가 가진 환상과 싸워야만 했다. 어릴 적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던 박진감 넘치는 아더왕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엔 눈 먼 음유시인은 단 한번 나온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에서는 쉴새없이 나와서 노래를 불러주던 그는 이제 이 책에서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게다가 글의 어투도 점점 소설이나 전설이라기보다는 설명투가 강해진다. 밤을 새면서 읽고 또 읽었던 그런 흥분과 묘한 쾌락을 꿈꾸던 내겐 충격이었다. 1권에선 1권이라서 그런가보다..했건만..2권도 여전히 부연설명이 많다. 더구나 모험이 너무나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되어 있다. 스릴이..없다.

그래도 난 이 책을 다 읽고 3권을 기다린다. 기사들의 로망을 끝까지 다 보고 싶다. 위대한 전사인 줄 알았던 아더가 한낱 인간이었음을 인정하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란슬롯에 대한 환상도 깨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옛 시절을 추억하고 싶어서다. 곧이어 등장할 트리스탄 역시 당당하게 마주하고 싶어서다.

내용은 훌륭하다. 역시 전설은 신비롭다. 아더왕 이야기는 신비로우면서도 치밀하다. 결코 그냥 하는 이야기가 없다. 앞에 나왔던 이야기는 모두 뒤의 이야기를 예비한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두 권 읽고 아더왕 이야기를 판단하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지식은 사랑에게 먹힌다. 용기는 오만에게 살해당한다. 지식과 오만이 결합하면 겉잡을 수 없는 상처가 생긴다. 그러나 그런 상처를 보듬어 치료해 주는 것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없는 용기란 있을 수 없고, 자비심없는 지식이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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