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기원전 1세기 경, 동명왕의 뒤를 이어 고구려 제2대 왕이 된 유리왕은 송씨를 왕비로 맞았으나 왕비는 1년
후세상을 떠났다. 이에 왕은 두 여자를 계비(繼妃)로 맞이하였는데, 우리나라 골천 사람의 딸 화희와 한나라 사
람의 딸인 치희였다. 이 두 여인은 왕의 사랑을 두고 서로 다투어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왕은 하는 수 없이 양곡
의 동서에 두 궁전을 지어 따로 살 게 하였다.
어느날 왕이 기산(箕山)으로 사냥을 나가 이레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두 여자가 심하게 다투게 되
었다. 이때 화희가 치희를 꾸짖어 말하기를, "너는 한나라의 천한 계집의 몸으로 어찌 이렇게 무례히 구느냐?"
라고 하니, 치희는 부끄럽고 분하여 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이 돌아와 이 말을 듣고 곧 말을 달려 쫓아 갔
으나, 치희는 노여워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왕은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는데, 때마침 쌍쌍이 노
니는 꾀꼬리를 보고 왕이 느낀 바 있어, 황조가로서 외로움을 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