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키스와 필레몬 Baucis and Philemon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이 세상에 대홍수를 일으키기에 앞서,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그네로 변신하고 지상에 내려왔다. 사람들은 문을 꼭 닫아 잠그고 그들을 냉대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프리기아의 어느 산허리에서 가난한 농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필레몬과 그 아내인 바우키스가 사는 오두막을 찾아갔다. 노부부는 나그네를 대접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다. 식사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으나 거기에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포도주를 아무리 마셔도 그 병이 가득 차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노부부가 나그네를 대접하기 위해 한 마리 밖에 없는 거위를 잡으려 했을 때,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이를 만류하고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면서, 앞으로 지상에서 일어날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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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식사로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대접한 바우키스와 필레몬.
- 바르톨메오 스아르디. (케른, 발라프 리하르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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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노부부를 산으로 데려가 정상에 올랐을 때는 이미 그 지방 일대가 물에 잠기고 노부부의 오두막만이 남아 있었다. 두 신은 이 오두막을 화려한 신전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리고 제우스는 필레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아내와 같이 여생을 제우스 신전의 신관으로 지내고 싶다고 하고, 또 어느 한쪽이 먼저 죽어 살아남은 사람에게 슬픔을 주지 않도록 부부가 함께 죽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우스는 그 소원을 받아들여 그들이 죽었을 때 떡갈나무와 시나에나무로 변하게 만들었다.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들은 노부부가 천상의 손님을 경건히 대접한 것을 기념하여 그 가지에 꽃다발을 걸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