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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레시아스의 역사 - 서울대 주경철 교수의 역사 읽기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엔 큰 기대를 안고 읽은 책이지만, 약간의 실망과 큰 아쉬움으로 덮은 책이다. 곳곳에 보이는 사견-시대를 비판하는-들이 거슬리기 그지 없었다. 자신만 깨끗하다고 생각하는걸까...
1부에선 역사학자가 보는 현실, 사회가 그려져 있다. 우리는 강자의 역사만을 배운다. 이제는 그러지말고 주위를 둘러보자는 말도 있고, 영국사회가 안고 있던 정치적 부패를 다룬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쇼야>를 보고난 뒤의 느낌이나 <카케무샤>를 보고난 후의 생각들도 그려놓았다. <먼 나라 이웃나라>의 저자가 가진 역사인식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인식에 관해서도 비판해 놓았다. 그러나 자신이 앞에서 주장한 바대로 역사를 보는 것은 상대적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위의 두 사람의 인식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각이 너무나 강하다. 결국 역사는 자신의 인식의 틀을 벗어나서 볼 수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2부에서는 문학으로 보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이 읽어본 책들이라서 그런지 한층 쉽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오이디푸스>나 <뤼시스트라테>, <메데이아>의 경우는 진부한 해석이었고, 단테의 <신곡> 역시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한 작품을 놓고 더 이상 뻗어나가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재미있게 읽으려고 했고, 실제로 재미있었다. <군주론>에 대해서는 중립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해석을 해 놓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부르주아 귀족>, <캉디드>, <유토피아>, <멋진 신세계>는 묶어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해줬고, 부르주아의 이상과 프롤레타리아의 이상이 왜 다른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는 막연하게 <유토피아>가 어째서 유토피아로 그려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 보니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유토피아>가 다름 아닌 <멋진 신세계>인 디스토피아가 된다는 사실 역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의 러시아 민족에 관한 글은 사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엮어주는 이음새 구실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각자 삶을 살고 있지만, 현재에서 과거를 덩어리로 보듯이 미래에서 역시 지금의 우리를 덩어리로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몇몇 유명한 사람들만 이름이 남게 된다. 설사 덩어리로 기억된다 해도, 이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비록 현실이 덩어리로 남게 된다는 서글픔보다 더욱 추악하다 할지라도 나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