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영  전 (雲英傳)                   -  미 상 -

  줄거리   

 

조선조 선조 34년(1601) 봄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청파사인(靑坡士人)유영이라는 선비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용의 옛집인 수성궁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싶어 하다가 춘삼월 기망(旣望)에 비로소 그 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인적이 없는 깊숙한 서원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 잠이 들어 버렸다.

 

잠을 자고 있는 사이, 한 곳에 이르니 어떤 청년이 아름다운 여인과 대좌하여 무엇인가를 속삭이다가 유영이 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여인은 곧 시비를 불러 자하주와 성찬을 차려오게 한 후 세 사람이 대좌하여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유영이 그들의 성명을 물으니 청년은 김진사, 여인은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이라 한다. 이에 유영이 안평대군 성시의 일과 김진사의 슬퍼하는 곡절을 물으니 운영이 그들의 사연을 먼저 술회한다.

 

안평대군은 학문을 좋아하면서도 방탕한 왕자였다. 때로는 문신을 모아놓고 시주(詩酒)로 흥을 돋우기도 하였으며, 궁녀들에게 시를 가르쳐 주어 서로 화창(和唱)하여 즐거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궁녀들은 나이가 들수록 구속적이며 무미건조한 궁중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궁 밖의 참된 인간생활을 그리워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안평대군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운영이라는 궁녀는 궁중생활에 대한 번민이 가장 컸다. 안평대군은 궁녀들을 일체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엄중했다. 만약 외인이 궁녀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고 엄명을 내려 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궁녀 운영은 안평대군을 찾아온 소년 선비 김진사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김진사의 신선과도 같은 재모에 반하여 그를 사랑하게 되고, 김진사도 정숙한 운영에게 정을 보낸다. 그 후 김진사는 밤이 되면 궁의 높은 담을 넘어와서 운영과 사랑을 속삭인다. 물론 무녀와 궁인들과 노비의 도움으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전하고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의 사랑이 점점 깊어 김진사의 출입을 알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위험을 걱정했다. 운영과 김진사는 몰래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워, 노비 특(特)을 통해 가보(家寶)와 집기들을 모두 궁 밖으로 옮기게 된다. 그 후 재화와 보물은 특의 간계에 의해 모두 빼앗기게 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안평대군은 크게 노하여 궁녀들을 문초한 후 죄가 운영에 미치자 운영을 하옥시킨다.

 

하옥된 운영은 자책감과 함께 자신의 사랑이 실현 불가능함을 알고 차라리 죽어 저 세상에 가서 다하지 못한 정을 이어보는 것이 더 나으리라 마음 먹고 비단 수건에 목을 메어 자살하고 만다. 김진사는 운영의 죽음 소식을 듣고 극도로 비관하여 운영이 남겨 놓고 간 재물을 팔아 장사를 치러 절에 가서 운영의 명복을 빈 뒤, 식음을 전폐하고 울음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운영의 뒤를 따라 자결하고 만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자 김진사와 운영은 슬픔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천상의 즐거움이 이승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다만, 옛날의 정회를 잊지 못하여 이곳을 찾아 왔다고 하며, 유영에게 그들의 사랑을 세인들에게 전해 달라는 당부를 한다. 이야기가 끝난 세 사람은 다시 취하도록 마시고, 유영이 취함을 타 졸다가 문득 깨어보니 새벽이 밝았는데, 옆자리에는 김진사와 운영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자만 놓여 있었다. 유영은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상자에 감추어 두고서는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 다녀 그의 마친 바를 알지 못하였다고 한다.

※ 운영전은 궁녀들의 구속적인 궁중 생활과  김진사와 궁녀 운영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고전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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