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갯머리 송사
`베갯머리 송사`라는 속담이 있다.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삭이며 청한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원래 침변교처(枕邊敎妻)에서 유래 되었다.
`아내를 가르치는 데는 베개를 베고 함이 좋다'는 뜻으로, 너무 딱딱하게 가르치면 그 효과가 적으니 누운 자리에서 함이 오히려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남편을 설득하는데 눈물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되어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변하였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베갯머리 송사'의 원조는 고구려의 호동왕자이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이야기는 우리 선조의 대표적인 러브스토리이다.
건장한 젊은이 호동왕자와 아름다운 낙랑공주는 운명적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홀딱 반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다.
호동왕자의 아버지인 대무신왕은 오래 전부터 낙랑국 정복을 계획해 오고 있었다.
어느날 낙랑공주를 데리고 도성인 국내성으로 돌아온 호동왕자는 자명고와 자명각을 반드시 없애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부왕의 명령을 받은 호동왕자는 낙랑공주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 이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상 `베갯머리 송사'의 시초가 된다)
사랑의 덫에 걸린 낙랑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자명고를 찢었고 결국 낙랑국은 멸망하였다. 또 공주는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뒤에 시름에 빠져 있던 호동왕자는 제1왕비가 대무신왕에게 터무니 없는 끈질긴 모함을 하여 자결하게 된다.
예나 이제나 베갯머리 송사에는 당할 장사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2천년의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비극은 `베갯머리 송사'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호동왕자는 `베갯머리 송사'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