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엘리자베스 로웰 지음, 송은미 옮김 / 신영미디어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시간의 외곽에 사는 여자라.. 아주 맘에 드는 단어의 조합이다. 나도 부족민들이 가진 시간 개념 속에 살고 싶다. 어제, 오늘, 내일,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속에 사는 게 아니라 아주 먼 과거와 내가 살고 있는 끝없는 현재, 내가 죽고 난 뒤의 미래...얼마나 행복한 시간 개념인가.

그러나 나는 현재 문명사회라 일컬어지는 알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고, 또 이미 거기에 익숙해져 있으니 다만 상상할 뿐이다. 어쨌든 나와는 다른, 우리와는 다른 시간 개념 속에 살고 있는 여자, 리사는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주 간단한 소도구로 먹을 것부터 시작해 옷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일들을 할 줄 안다. 칼이 없으면 유리를 갈아서 칼로 쓰고, 도마가 없으니 납작한 돌을 도마로 쓰고, 옷은 낡아 닳아없어질 때까지..정말 말 그대로 닳아없어질 때까지 천을 덧대고 또 덧대어 입는다. 그녀에게 있어 사치란 초원에서 어디에나 있지 않는 깨끗한 물을 느끼고, 아름다운 햇살을 껴안는 일이다. 너무나 원시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그녀는 또한 너무나 순수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이물질이 끼어드니...그가 바로 라이다.

아~주 부잣집 도령인 그는 재벌 2세 답지 않게 일하지 않는 자 먹을 것 없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는 강한 목장주다. 그는 완벽한 카리스마에 초원과 목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여자에 대해 냉소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여자란, 특히 섹시하고 뇌쇄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는 여자란 돈만 밝혀서 머리에 겨자 넣지 않은 치즈버거밖에 없는 그런 생물이다. 그런 그에게 리사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신선한 자극이었다. 결국 혼자 오해해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때묻지 않은 그녀에게 때를 묻힌다.

그러나.

언제나 로맨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던가. 결말이 좀 흐지부지 하긴 해도 재밌게 읽었다. 더운 여름 오후 선풍기 앞에서 읽기에 부적합하지 않은 책. 읽고 나니 재미있었다고 느껴지는 책. 머리 식히기에 좋은 책이었다. 대리 연애 감정도 느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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