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켜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예전엔 이 시가 너무 좋아서 외우고 다녔다. 요즘은 그런 열정도 없나? 만사가 다 귀찮다니...더위 먹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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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 2004-07-2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월의 "招魂"은 소월의 시 가운데서도, 한국 시사(詩史)에 있어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소 옛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혼을 부르는 시인의 절절함은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에서 기어이 눈을 흡뜨게 합니다.
오랜만에 소월의 시를 읽었네요. 잘 읽었다는 말을 남깁니다..

꼬마요정 2004-07-2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오랜만에 소월의 시에 가슴이 두근거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