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中 보리수

    - 빌헬름 뮐러


성문 앞 샘물 결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수많은 단꿈을 꾸었네.

보리수 껍질에다
사랑의 말 새겨 넣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그곳을 찾았네.

나는 오늘 이 깊은 밤에도
그곳을 지나지 않을 수 없었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나는 두 눈을 꼭 감아버렸네.

나뭇가지들이 살랑거리면서
꼭 나를 부르는 것 같았네:
"친구여, 내게로 오라,
여기서 안식을 찾아라!" 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세차게 때렸네,
모자가 바람에 날려도,
나는 돌아다보지 않았네.

이제 그곳에서 멀어진지
벌써 한참이 되었네,
그래도 여전히 속삭이는 소리 들리네:
"친구여,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


<겨울 나그네>(민음사,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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