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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1167>(7월22일)] 스푸너리즘
 
 1844년 7월22일 런던에서 태어나 1930년에 작고한 윌리엄 아치볼드 스푸너는 옥스퍼드대학 뉴칼리지에서 고대사ㆍ철학ㆍ신학을 가르치며 학장까지 지낸 성공회 성직자다. 한 번은 빅토리아여왕도 끼인 만찬에서 그가 “우리 별난 학장님을 위해”(for our queer old dean) 건배를 외쳤다. 사실 그는 “우리 경애하는여왕님을 위해”(for our dear old queen) 건배를 하려 했으나, dear queen(경애하는 여왕)의 첫 소리 /d/와 /k/를 맞바꿔 queer dean(별난 학장)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스푸너는 이런 두음전환(頭音轉換)을 통한 말실수를 일상으로 저질렀다.

 그는 ‘불을 밝히자’(light a fire)고 말하려다 ‘거짓말쟁이와 싸우자’(fight a liar)고 말했고, ‘여러 톤의 흙’(tons of soil)을 ‘노역(勞役)의 자식들’(sons of toil)로 바꿨다. 역사학 강좌를 빼먹은(missed history lecture) 학생에게는 괴기 강좌를 야유(hissed mystery lecture)했다고 야단치기도 했다.

 스푸너가 “벌레를 두 마리를 맛보다니!”(You’ve tasted two worms!)하고 한탄할 때, 학생들은 이 말을 “두 학기를 낭비하다니!”(You’ve wasted two terms!)로 번역해 들어야 했다. 그 뒤 언어학자들은 이런 두음전환을 스푸너리즘(spoonerism)이라고 부르게 됐다.스푸너리즘은 한국어에도 있을 수 있다. 식당에서 ‘삶은 닭’을 주문하려다 ‘닮은 삵’을 주문할 수도 있고, ‘소리를 작게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 ‘조리를 삭게 하라’가 돼버릴 수도 있다. ‘서러운 돈 좀 씻으라’는말은 ‘더러운 손 좀 씻으라’는 말일 터이다. 미운 놈의 ‘숨을 꺾는’것과 ‘꿈을 섞는’ 것, 어느 쪽이 더 현명할까?
고종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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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4-07-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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