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2 - 진실로 용기있는 자는 가볍게 죽지 않는다
사마천 지음, 김진연 옮김 / 서해문집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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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 숙제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듯 하다. 그들이 충신의 대명사라는 사실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후대 선비들은 백이, 숙제를 칭송하여 그들의 충절을 그린 글들을 많이 지어 신하의 모범으로 삼았다. 그런 그들을 조선조 세조 시절, 사육신 중 한 명인 성삼문이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라는 시조에서 비웃고 있다.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것인들 긔 뉘 따헤 났나니.

[풀이 - 수양산을 바라보며, (남들은 지조 있다 하는) 백이와 숙제를 한탄하노라.
굶주려 죽을지언정 고사리를 캐어 먹어서야 되겠는가?
비록 산과 들에 절로나는 것들이라 하지만 그 누구 땅에 난 것인가?
(절대로 나 같으면 고사리를 캐어 먹으며 살지 않겠다.)]

또한 사기에서도 백이, 숙제가 절개와 충의를 지키다 굶어 죽었다 하니, '하늘의 도리라는 것은 옳은 것인가, 잘못된 것인가' 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사마천은 뒤에 공자의 말씀을 들어 부귀를 위해 살면 소인이요, 거기에 굴하지 않고 초개같이 살아간다면 군자라 하여 다시 백이, 숙제를 칭송한다. 사기 2권에서 제일 청음 등장하는 사람이 백이와 숙제이며, 진실로 용기있는 자는 가볍게 죽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알 것이다. 정비석의 소설 「초한지」에는 그들의 삶이 영웅적으로 그려져 있고, 어른들이 자주 두시는 장기 역시 그들의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항우와 유방 모두 가볍게 죽지 않았다. 승자였던 유방은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로서 죽었고, 항우는 비록 패했으나 후대에 이름을 남겼다. 유방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참모 장량은 신선이 되었다는 풍문을 남겼고, 소하는 건국공신 제 1위로 사냥개를 길들인 사냥꾼이라는 명성을 들었다. 그러나 소하는 의심많은 유방에게 고초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상국이라는 신하의 최고 위치에서 죽는다. 그에 반해 질도는 충직하고 절도 있었으나 끝내 참수형을 당한다.

사기와 같은 배경에서는 가족보다 나라를, 부인보다는 친구를, 자기 목숨보다는 주군의 목숨을 중히 여기는 것이 충절이요, 당연한 도리였다. 특히 왕들의 애첩은 대부분이 질투가 많고, 왕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필요악인 듯 위험에 처해 있어도 왕을 지키기 위해 그녀들은 버림받았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목숨이 없건만, 그 시대는 그런 시대였다. 물론 반역죄 등 일가족이 모두 처벌받을 때에는 여자는 노예로 팔려가고 남자는 죽임을 당하였다. 궁형을 당하여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사마천의 세계에서는 항상 남자는 복수한다. 그러나 여자는 복종한다.   

이 책을 읽고, 과연 충절이란 무엇인지, 의인처럼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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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han 2006-04-05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기 2,3 권에 대한 글에 thanks to 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성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갖으시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사마천의 궁형에 대한 컴플렉스로 이해되는 부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여성, 외국인 ,장애인 등)에 대해 편견없는 시각을 갖으시길 바랍니다.

젊은분인것 같아, 좀 더 넓은 시야를 갖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주제넘은 글 올립니다.

꼬마요정 2006-04-0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여자는 복종한다고 적어놓았던 것은 비꼬기 위함이었습니다. 저의 표현력이 부족하여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셨나봐요... 사기에서 그리는 여자들은 대부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남자가 다스리기 위해 태어났고, 그 남자를 다스리기 위해 여자가 태어났다는 말도 있는데, 사마천의, 아니 그 시대 사람들이 느끼던 여자에 대한 편견이 몸서리쳐지게 싫더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지려고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땡쓰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