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Eros)와 프쉬케(Psyche) Ⅰ- 아름다운 프쉬케



  이 이야기는 기원전 2세기경 로마 작가 아플레이우스의 '황금 나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아플레이우스가 쓴 것인지, 기원전 2세기에 그가 지어서 쓴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작가가 로마 사람이므로 신들도 로마 이름으로 되어있다.
 



 사랑에 빠져 청년이 된 에로스

옛날 어느 왕국의 왕에게 아름다운 세 딸이 있었다. 세 딸이 모두 미인이었으나, 특히 막내딸 프쉬케(Psyche)의 아름다움은 먼 나라에까지도 소문이 날 정도로 뛰어났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기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최고의 찬사(讚辭)를 아끼지 않았다.

자연히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신전을 참배하는 자들의 수가 급격히 줄더니, 급기야는 제단을 돌보는 사람도 없게 되어 향불은 꺼지고 제단은 황폐해졌다.

몹시 노한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Eros)에게 프쉬케가 가장 비천한 사내를 사랑하도록 하여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라는 명령을 했다.

어머니의 명령은 받은 에로스는 우선 잠든 프쉬케의 입술에 쓴물(있는 것을 없게 하는 물) 두어 방울을 떨어뜨렸다.
이로써 프쉬케의 입술은 어떤 사내의 얼굴도 붉히게 할 수 없었다.
그런 후에 에로스는 다시 프쉬케의 어깨에 금화살촉을 살며시 갖다 대었다.


 에로스와 프쉬케

마침 그때 자고있던 프쉬케가 큰 눈을 뜨고 에로스쪽을 바라보았다. 에로스는 한편으론 놀라고, 또 한편으론 너무 아름다워 무심결에 프쉬케을 찌르지 못한 화살을 치운다는 것이 자신의 손을 찌르고 말았다.

그 순간 에로스는 프쉬케를 보고 사랑에 빠져서 쓴물로 제 상처를 해독하는 것도 잊고 오히려 프쉬케의 머리카락에 단물(없는 것을 있게 하는 물)을 뿌려, 그 아름다움을 거두기는커녕 한층 더 아름답게 해주었다.

프쉬케는 나날이 더욱더 아름다워지는데 이상하게도 누구 하나 그녀에게 청혼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했으나 그것은 숭배에 가까운 사랑으로써 감히 아내로 삼을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평범한 아름다움을 가진 두 언니들은 모두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프쉬케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자신의 미(美)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녀의 운명을 두려워한 부모들은 아폴론의 신탁에 문의했다.

신탁의 대답은 그녀의 남편은 날개가 달린 무서운 괴물로써 바위산 꼭대기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쉬케를 떠나는 에로스

신탁이 내린 이상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프쉬케는 운명에 순종하기로 하고 산에 올라갔다. 산에 혼자 남게 되어 두려움에 떨고 있던 프쉬케를 서풍의 신 제퓌로스(Zephyros)가 꽃이 함빡 핀 골짜기로 인도해주었고 그녀는 점점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곳은 아름다운 숲이 있었고 더 들어가자 굉장한 궁전이 있었다. 궁전에 들어간 프쉬케는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목소리로 그녀를 안내하는 하인들의 시중을 받았다.
프쉬케의 남편은 어두운 밤에만 찾아왔고 날이 밝기 전에 떠나갔다. 그러나 그의 음성은 사랑에 충만하였고 그녀의 마음에도 같은 애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자 하였으나 그는 그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프쉬케는 부모님과 언니들이 자신의 소식을 듣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을 것을 걱정하였다. 그래서 어느날 밤 남편에게 그것을 이야기했고 그는 언니들이 프쉬케를 보러 오는 것을 허락했다.
언니들이 궁전에 찾아왔을 때 프쉬케는 목소리만 들리는 수많은 시종들로 하여금 언니들의 시중을 들게 하여 목욕도 하고, 음식도 먹고, 여러 가지 보물도 자랑하였다.

동생의 화려한 생활에 질투심을 느낀 프쉬케의 언니들은 남편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만드는 질문을 계속했고, 남편은 무서운 괴물이며 언젠가 프쉬케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니들의 말에 개의치 않으려 했으나 프쉬케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남편을 의심하는 프쉬케

밤이 되자 그녀는 등불과 칼을 준비했다. 그리고 남편이 잠들었을 때 등불로 남편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녀의 눈앞에 보인 것은 무서운 괴물이 아니고 신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매력 있는 신이었다.
그의 금빛 고수머리는 눈과 같이 흰목과 진홍색의 볼 위에서 물결치고 어깨에는 이슬에 젖은 두 날개가 눈보다도 희고, 그 털은 보들보들한 봄꽃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프쉬케는 남편의 모습을 넋을 잃고 보다가 그만 등잔의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을 에로스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잠에서 깬 에로스는 말 한 마디 없이 흰 날개를 펴고 창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프쉬케는 정신없이 남편을 따라 나갔다. 그러자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기가 사랑의 신 에로스라는 걸 밝히고, 슬픈 어조로 이별의 말을 했다.

"이제는 영원히 그대와 이별할 수밖에 없소. 사랑이란 신뢰가 없는 곳에서는 자라날 수 없는 것이니까."

에로스가 떠나간 뒤 그녀가 있던 자리는 궁전은 없어지고 정원도 사라지고 그녀는 넓은 벌판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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