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스 웨이 - 넬슨 만델라의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박영록 옮김, 넬슨 만델라 서문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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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사람의 자서전을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이다. 자서전이라는 건 잘 포장된 자기 자랑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서전을,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의 자서전을 읽는 건 그닥 좋지는 않아 보인다. 산 사람은 분명한 어떤 목적 때문에 자신이 한 일을 부풀려서 화려하게 포장하고, 죽은 사람은 숭배된다.  

이 책도 그러려니 했다, 처음에는. 그런데 신문에서 이 책에 대해 쓴 걸 읽었다. 이 책을 쓴 건 리처드 스텐절. 타임지의 편집장을 지냈고, 나름 객관적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괜찮다는 평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서전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위인전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살아있지만 그는 위인이니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인종차별이 심하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종차별정책을 끊고 여러 인종이 화합해가는 데,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데 큰 공을 세운 게 넬슨 만델라라는 사실도. 그리고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다. 모두가 투표권을 가진 최초의 민주 선거에서 당당하게 선출된 진정한 지도자이다. 

언제나 그렇듯 위대한 일을 이루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원칙이 있고, 놀랍게도 그 원칙들은 비슷하다. 그래서 위인전을 읽는 건 일종의 도덕책이나 영웅의 시련과 극복을 다룬 서사시를 읽는 것과 같다. 어쨌든 이 책은 그의 신념, 성향 등을 15가지로 나누어서 제시한다. 만델라가 걸어 온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가지의 길. 멋진 말들과 가슴에 새겨놓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말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말은.. 그는 영웅이지만 사람이라는 거다. 사람들은 영웅을 보면서 완벽을 기대한다. 어떤 작은 실수도 영웅의 실수는 크게 보여진다. 영웅은 결국 만능한 신으로까지 보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한순간에 저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래서 만델라는 영웅으로 남기보다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한다. 그가 이룬 것들은 모두 그가 사랑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민들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룬 것이니까. 

그리고 또 가슴으로 감동했던 건 만델라가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바로 물러났다는 점이다. 13장에 나오는 대로 만델라는 종신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음에도 임기가 다하자 물러났다. 물러날 때를 아는 그에게 엄청난 존경심이 들었다. 권력이라는 괴물은 사람의 신념을 잡아먹는 법이라 우리나라에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도 종신 대통령 해 먹으려고 발버둥친 놈들이 많지 않은가. 어떻게든 그 권력을 유지하고자 온갖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 만델라는 정당하게 손에 넣은 권력을 정당하게 돌려주는지 너무 멋졌다. 그는 정말 진정한 지도자였다. 

내가 놀랐던 건 외국에서 평가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위상이었다. 만델라 다음으로 존경하는 인물로 많은 외국 지도자들, 정치인들은 고 김대중 대통령을 꼽았다. 우리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나열해 본다면 당연한 평가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인종차별은 없었지만, 식민지배에 분단에 내전에 쿠데타에 민중학살에.. 이런 상처를 안고 있는 나라에서 변절하지 않고 민주화투쟁을 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 그런 날이 금방 온다면 좋겠다. 그런 날이라면 우리나라에도 민주화가 활짝 피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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