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트라의 보물 니아스(NIAS)

 


   
시적인 바다, 울창한 열대림, 적적하리만치 조용한 해변, 아주 가끔 씩 해변의 울창한 야자수 사이로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망중한을 즐기려는 듯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만을 응시한 채 모닥불 옆에 앉아있는 이방인, 그리고 그 뒤로 높은 파도 위를 미끄러지며 환호하는 써퍼들의 구릿빛 얼굴과 하얗게 드러난 이...
일상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한가로운 여유와 원시적인 낭만을 갖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더 없이 완벽한 조건을 지닌 곳.  그런가 하면 매년 여름 세계 최고수준의 파도타기 대회가 열려 세계각국의 선수들이 이곳의 원시적인 바다와 자연적인 환경에 매료되어 방문을 거듭하는 곳.
니아스는 인도네시아의 가장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수마트라의 북서쪽에 위치한 제주도 크기의 2.7배에 해당하는 조그만 섬으로서, 수마트라 주변의 섬들 중 가장 사랑 받는 이곳은 이미 발전 할대로 발전해버려 그 순수성을 잃어버린 발리섬이나 다른 알려진 많은 곳과는 달리, 아직까지도 원시에 가까울 정도로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형태가 많이 남아있다.
 
이곳은 과거에 농경사회로 안착한 타 지역과 달리 전통적으로 사냥과 부족간의 전쟁, 그리고 외국과의 무역에 의해 유지, 발전되어왔으며 철저한 계급사회로서 각 마을은 원칙적으로 원로회의에 의해 다스려져 왔다. 계급은 일반적으로 귀족과 평민계급, 그리고 노예계급으로 나뉘어지며 때로는 전쟁에 패한 부족을 노예로 삼기도 하고 이들을 타 부족이나 외국으로까지 상품으로서 매매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한때는 이곳이 노예매매의 중심지로서 인기가 높아 17세기 중엽에는 포르투갈로 추정되는 유럽의 노예 구매기지가 설치되었고 화란 인들도 노예를 사기 위해 이곳에 빈번히 왕래하였던 기록도 아직 남아있다. 이들은 원래 매우 호전(好戰)적이라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며 한번 싸움에 접어들면 후퇴라는 것을 몰랐다.과거에는 전통적으로 마을과 마을단위, 또는 마을의 연합단위별로 수시로 전쟁을 벌여, 인간의 머리 사냥과 복수, 노예의 확보를 위한 끝없는 갈등을 빚으며 살아왔는데 당시 죽은 적들의 머리는 건물을 신축할 때 하나의 부적으로서 사용하기도 하고, 마을의 지도자를 사후(死後) 매장할 때 부장품으로서, 또한 처녀가 시집 갈 때 일종의 지참물로서 필수품처럼 사용되었던 웃지 못할 관습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관습은 19세기 초 네덜란드인 선교사에 의해 기독교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차츰 사라져 오늘날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으나, 지금도 이들 마을에서는
그 당시 전쟁 때 사용했던 철로된 투구와 칼, 창과 방패 등이 방문자의 눈길을 끄는데 특히 칼은 그 생김새가 인간의 머리를 사냥하기에 알맞도록,  목을 자르기에 적합하도록 고안이 되어있어 느낌이 섬뜩할 정도다.
이에 맞서 목이 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야자나무로 만든 굵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싸웠는데 이 목걸이의 생김새는 그저 둥글고 굵은 커다란 링처럼 생겼다. 야자나무는 원체 질기고 돌멩이처럼 단단한 나무라서, 아무리 예리한 칼로 내리쳐도 칼이 나무에 박힐망정 목에 상처는 내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도 일반적인 인도네시아 사람들에 비해 이곳 니아스인들은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소 사납게 생긴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종교는 원래 돌, 나무, 동물 등을 신봉하는 애니미즘과 조상숭배가 전통적으로 이어져 왔었으나, 이후 인도로부터 유입된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이들의 전통을 서서히 무너뜨리기 시작하였고, 19세기에 들어서 유럽 선교사들에 의해 강력하게 전해진 기독교 때문에 원주민의 생활양식이 일대 변혁이 일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이들은 자신들의 전통은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북쪽 일부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기독교를 믿으며 순화되고 있으나, 본래 성격이 과격하고 급한 탓에 금방 열을 올리는가 하면, 다음순간 서로 화해하는 것이 마치 한국사람(?)인 우리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니아스에서는 원주민들의 전통부락의 가옥형태가 대단히 특이하고 흥미로우며 과거에 있었던 부족간의 전투와 전통무용, 그리고 지도자의 담력과 능력을 가늠하거나 용맹스러운 전사를 선발하기 위해 시험대로 사용하였던 돌담 뛰어넘기 등의 관습이 방문객의 요청에 의해 실연되기도 하는데 반드시 볼 만하다.
 특히 돌담 뛰어 넘기는 높이가 2미터나 되고 위 부분의 너비가 50-60센티미터나 되는 돌담을 40미터 전방에서 달려오며 디딤돌을 한번 굴러 몸을 비틀면서 단 한번에 뛰어넘는데  이 멋진 장면은 인도네시아의 1000 루피아 짜리 지폐에도 나와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러한 관습을 지닌 전통마을들은 주로 중부와 남부의 여러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중 바오마탈루오, 헬리메타등 몇 개의 부락은 예전의 모습대로 비교적 잘 보존 되어있다.


니아스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써핑으로 유명한 라군드리(Lagundri)와 소라케(Sorake)비치로서 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며 울창한 야자 수림과 깨끗한 바닷물,조그만 카누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들과 천진한 원주민 아이들의 노는 모습, 그리고 한적한 해변을 석양을 담뿍 안으며 연인과 함께 걷는 여행자의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세계최고수준의 써핑 장소 중 하나로서 매년 6월 국제 써핑 대회가 열릴 정도로 풍부한 파도를 자랑하는 라군드리 비치에서는 대회가 끝나면 니아스의 전통적인 축제가 뒤를 잇는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각 국으로부터 여기에 참여하려고 몰려들지만 이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싱그러운 파도소리만이 진정으로 때묻지 않은 곳을 경험하려는 이방인들을 조용히 반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