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5 -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
에인 랜드 지음, 정명진.신예리.조은묵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신문에서 이 책을 극찬하는 것을 보고 읽게 되었다. 사실 난 미국이 너무나 싫어서 이 책 읽는 것을 기꺼워했다. 적을 알아야 이긴다고 했던가.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미국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는 책.. 그래서 그네들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책.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였다.

꽤 두꺼웠다. 한 권당 500페이지 정도이니 읽는데도 이틀 밤을 새워야만 했다. 소설 형식을 빌어 기업가 정신을 표현했는데, 내용은 재밌었다. 미국에서는 이 책이 지적 스릴러로 분류된다는데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차에서, 대학의 강의실에서, 더러운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가들의 연회에서 그리고 침대에서까지 철학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은 단 하나! '인간의 이성은 위대하고 절대적이다.' 이 명제를 위하여 온갖 상황이 다 발생한다.

이 책은 미래의 뉴욕에서 출발한다. 얼치기 도덕주의자들, 인류애를 주장하는 위선자들의 집권으로 진정한 기업가들은 모두 파업을 선언하고 그들만의 아틀란티스로 숨어버린다. 그러자 그들에게 빌붙어 살아가던 다수의 어리석은 대중 및 집권자들은 멸망하고 기업가들은 세상으로 돌아와 세상을 재건한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창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미국 정부의 제재에 못 견더 캐나다로 이전한다고 소동을 피웠을 때 이 책의 기업가 정신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정부의 제재는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시장경제의 침체를 가져온다. 그리고 너무나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기업가들의 이윤을 떨어트리고 판단할 줄 모르는 대중들은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며 그들을 옥죄어간다고 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캐나다 이전 소동이 이 책의 상황과 비슷하거나 혹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어이가 없었다.

이 세상의 기업가들 중 이 책에 나오는 프란시스코나 대그니, 리어든처럼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만을 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모든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노리는 무뇌충같다 하더라도 대중들은 생각할 줄 안다.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활동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즉 이 책에 나오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또한 사회는 진보하는 법인데 이 책에 따르면 사회는 퇴보한다는 것인가.

옛부터 동양에서는 상업을 천시하였고, 덕분에 상인들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러한 상황을 타개할만한 구실을 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산업혁명기에 빨리빨리 어서어서 발전하자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미국과 다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미국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는지, 왜 세계의 경찰 행세를 하며 온갖 나라에 간섭을 하는지, 그리고 왜 자신의 나라 안의 치안에는 부실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

그들에게 A는 A이다. 영원히 말이다. 그들은 그들이 한 번 강대국으로서 세계를 호령했다면 영원히 그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리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제임스나 오런 보일과 같이 남을 등쳐먹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자신은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한다면서 마음 속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착취한다. 대그니와 같은 도덕률로 무장한 이성적인 인간은 그들의 이상향이다. 남의 눈을 가리기위한. 이상향으로 가는 행세를 하면서 마음껏 남의 피를 빨아먹는다.

나는 이 책에서 그것을 보았다. 이 책이 50년도에 출판되어 아직까지 읽히는 이유는 바로 그들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로맨스에 집중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사랑마저도 이성의 영역에서 통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 모성애라는 감정마저도 이성에 포함시킨 이성의 영역에서 행동하는 자들의 사회가 현재의 미국과 같은 사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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