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5
조한욱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기 랑케는 역사학에 과학성을 부여하였다. 랑케는 엄정한 사료의 비판 및 원사료에 대한 엄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대상으로 국가를 선정했다. 자연스럽게 랑케의 사학은 정치와 외교가 중심이 되었고, 20세기 중반 정치사는 사회사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정치사에는 몇 몇 지배자들과 영웅이 등장한다. 나폴레옹이 신성로마제국을 해체시켰고, 유럽 대륙을 정복하였다는 식이다. 즉, 나폴레옹이 이끈 군사들이 아닌 나폴레옹 개인만이 부각된다. (혼자 몇 십만의 대군과 싸우다니, 엄청난 인물이었나보다...^^;;) 사회사는 그런 영웅 중심적이고 지배자 중심적인 정치사를 비판한다.

사회사는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쓰기를 원했다. 이러한 사회사는 마르크스주의적 역사학과 아날학파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들은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이 갖는 사회적 성격을 규명하고, 평범한 대중들의 일상 생활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점차 역사가들은 사회사의 방법이나 인식론에 의문을 품으면서 단점을 수용,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많은 역사가들은 그 답을 인류학적 역사학이나 소설, 그림, 포르노그라피 등 문화적 산물의 분석을 통해 찾으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신문화사이다.

신문화사에서는 무엇이든 사료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신문화사가들은 두껍게 읽기, 다르게 읽기, 작은 것을 통해 읽기, 깨트리기 등의 방법을 이용해 민담이나 포르노그라피 혹은 무명의 한 개인의 역사를 복원시켜 그를 통해 그 시대를 알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문화로 보는 역사를 알기 위해 그 배경이 되는 정치사에서 사회사까지 설명하고, 신문화사의 등장을 역사학 내부의 필연적 요구와 외부 세계의 변화에서 설명한다. 신문화사는 결코 뚝딱 생겨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과 연구를 통해 거듭난 것이고, 학자들은 그것에서 이념적, 인식론적인 역사학의 대안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화사는 절대적인 틀을 거부하므로 한국인도 서양사를 생산하는 입장에 설 수 있게 한다. 또한 문화사는 우리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상의 세가지 이유로 우리가 문화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신문화사라는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설명하며 문화를 통해 본 역사의 방법론과 그 의미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역사는 결코 강자의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역사는 강자만을 기록하고, 지배자의 기록만을 인용하였고, 지배자보다 훨씬 많은 일반 대중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사회사의 등장으로 역사의 베일 속에 묶여 있던 일반 대중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문화사에 들어서는 과학적이고 엄숙한 느낌의 역사는 한결 가볍고 친근한 역사로 바뀌고 있다. 이제 역사는 모두의 역사로서 개개인에게 자연스럽고 친근한 학문 분야로 남아있게 될 가능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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