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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평점 :
'삶을 되돌아보는 일은 곧 사랑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문구는 이 책을 설명하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새벽 5시 15분 닐스 비크는 일어났고, 마지막 하루를 살기 시작했다. 그는 죽은 아내의 흔적과 자신의 흔적을 차분하지만 조금은 감정적인 채로 정리했다. 불타는 매트리스를 보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닐스 비크는 평생을 섬과 육지를 배로 연결하는 페리 운전수였다. 그는 이제 그의 삶에 흔적을 남긴 이들을 되살려냈다. 자신이 구했던 개 '루나'부터 말이다. 그는 배를 몰며 자신이 배에 태웠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 상황들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모든 곳에 아내 마르타가 있었다. 자신보다 먼저 죽은 이들을 차례대로 만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들은 가슴 한 켠을 시리게 하면서도 뭉클하게 했다. 사람이 죽기 전 펼쳐진다는 주마등보다도 더 개인의 의지가 가득한 인사라고나 할까.
최선을 다해 살아간 사람의 마지막에 이렇게 사랑의 흔적이 가득한 것이 아름다웠다. 후회도 많고 실수도 많았지만 결국 모든 것에 애정과 관심이 있었고 결코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과 삶은 맞닿아 있으며 슬픈 기억도 있겠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이 그 삶과 죽음을 끝이 아니게 만드는 것 같았다.
닐스 비크는 어쩌면 자신이 불태웠다고 생각한 매트리스 위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영혼이 자신이 평생 몰았던 페리에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의 기억을 태우고 저승으로 가는 강, 삼도천이든 스틱스 강이든 건너가는 걸지도.
남은 이들은 사랑했던 닐스를, 사랑했던 다른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각자의 강이나 바다를 건널 것이다. 그렇게 끝과 시작은 다르지 않고 같은 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