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뭘 위해서 그러는 건데?"
……
나는 계속 그 질문을 떠올리고 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이 사건에 ‘주고받음‘이라는 개념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딱 한 가지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남편에게 털어놓기에는 너무 난해하다. 게다가 지금 그를 깨울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러니 대신 당신에게 말해 주겠다. 어쩌면 맨처음 내가 차에서 뛰어나간 건 나 자신을 던져 버리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길 쪽으로 향하던 그때, 사방은 어두웠고, 강물처럼 어두웠고, 내안에 있던 어떤 오래된 감각을 충분히 휘저어 놓을 만큼 어두웠다. 그 어둠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 몸을 일으키게 돕고 있던 나는 어쩌면 어떤 영혼의 쌍둥이였는지도 모른다. 오래전의 어느 날 밤, 어느 강변의 난간에 앉은 채 술에 취해 울고 있던 내 몸을 뒤로 끌어당겨 주었던 모르는 사람의 쌍둥이. 오늘 그 여자의 몸을 흔들면서, 어쩌면 나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던 예전의 내 몸을 흔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순간 속에는 어떤 등가성이,
어딘가 기이한 상호 관계가 새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을 향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속삭이면서, 나는 어쩌면 슬픔과 고통에 잠긴 우리 모두를 향해, 그 여자의 고통을 향해, 그 남자의 고통을 향해, 그리고 나자 - P219

신의 고통을 향해, 마법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 마법은 드디어 제대로 작동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다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괜찮아졌을 수도 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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