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섬 - 역신의 제단 네오픽션 ON시리즈 24
배준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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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의 희생으로 어떤 집단이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면, 이는 묵인될 수 있을까?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잘못을 고치면 그 희생자가 누리던 안락함이 사라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쉽게 잘못을 바로잡으려 할 수 있을까.


주영, 수현, 한아, 은솔 네 사람은 친구이며 수현의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왔다가 어느 섬에 정박하게 되었다. 태풍이 올 것 같은 날씨에 그 섬에 발이 묶이게 되었는데, 어떤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열 살이 되지 않아 보였고, 귀가 들리지도 않았으며 앞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하필 수현 등 일행이 먹고 있던 과자 봉지에 실린 실종 아동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였다. 그리하여 수현은 적극적으로, 주영과 한아는 마지못해 그 아이를 구하려고 했고, 은솔은 방관하거나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아이를 구해 요트에 오르려던 찰나,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힌 그들은 태풍이 몰아치는 동안 섬의 마을회관에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와 관계된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가게 되는데...


도깨비는 부(副)를 가져다 주는 재물신이기도 하고,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벌주는 신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풍어를 기원할 때 도깨비굿을 지내는 데도 있었고, 전래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도깨비 방망이가 쏟아내는 금은보화는 도깨비가 재물신임을 짐작하게 하고 욕심 부리던 영감에게 혹 하나 더 붙여준 것을 보면 벌 주는 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도깨비는 여자를 좋아하고 씨름을 좋아하며 심술궂기도 한 존재이다. 그래서 도깨비가 내려주는 재물을 탐하여 한 아이를 제물로 내 주고 그 재물을 계속해서 얻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젊은 세대는 나이 든 세대의 고리타분함이나 관습에 반항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반항은 때론 아주 좋은 방향으로 때론 나쁜 방향으로 나아간다. 평생을 섬에 갇혀 배부르게만 사는 삶과 장애를 가졌지만 밖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 중 무엇이 옳은 건지 젊은 세대는 명확하게 판단한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하지만, 사실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수현은 당차고 거침없는 사람이다. 주영은 우유부단하고 수현에게 집착한다. 한아는 수현 옆에 있고 싶지만 주영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은솔은 귀신을 본다. 이 넷은 이 섬에 있는 동안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을 마주했다. 주영은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던 것과 마주했고 자신이 가장 선망하던 대상을 넘어섰다. 우유부단하던 그녀는 언제나 선택을 질질 끌었고, 동경하는 수현을 따라했으며, 자신이 원하는 바보다는 수현의 경멸어린 시선이 무서워 수현이 하자는 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도깨비는 그녀 안에 있는 힘을 끌어냈고, 그녀는 수현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주영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번도 져 본 적 없던 수현은 드디어 넘어지고 지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제 둘은 진정한 친구가 된 듯 보였다. 


닫힌 공간에서 수수께끼와 검붉은 피, 염소의 사체 같은 것들이 거친 비바람과 함께 네 사람의 앞을 막아선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가장 꺼리고 힘들다 생각했던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심방은 제주도에서 무당을 뜻하기도 하지만 산파의 일도 하던 이들이었다. 남녀 구분이 없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런 심방이 여기 등장한다는 것은 아마 알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아기가 산도를 타고 세상에 태어나는 것처럼 이들을 인도하려는 목적도 있지 않았을까. 도깨비섬과 한 아이, 그리고 탐욕과 동정심은 우리 삶에도 늘 존재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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