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4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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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개주막 기담회도 4권이 나왔다. 3권에서 연암과 함께 청나라에 다녀 온 선노미는 그 곳에서 겪은 끔찍한 사건 때문에 조선으로 돌아왔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정당방위였다고는 하나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선뜻 삼개주막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선노미는 정처없이 헤매는데, 헤매는 와중에도 기이한 일들은 일어났다.


우생 스님의 도움으로 암자에 머물게 된 선노미는 그 곳에서 <지옥도>를 본다. 앞서 나왔던 배우자를 보지도 않고 그릴 수 있었던 화가의 아버지가 그린 것 같았다. 박현은 자신이 그린 그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자 그림을 그리지 않으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상은 악인들이 가득한 곳인가, 사람들이 겉은 온화한 미소로 위장한 채 속은 시커먼 짐승이 되어 한 소녀를 유린하는 것을 알게 된 박현은 <지옥도>를 그린다. 그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들이 벌을 받을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 기이한 이야기 속에서 선노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죄책감과 반성. 이미 저지른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고 털고 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암자를 떠난 선노미는 밤에 추위를 피해 서낭당에 들었다가 사당패를 만났다. 그 곳에서 덕임과 길상을 알게 되고, 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는다. 여전히 기이한 이야기 속에서 선노미는 뜻밖에도 세진을 보게 된다. 세진은 선노미가 삼개주막에 있을 때 만났는데, 자신의 아버지가 사실은 진짜 아버지를 배신하고 자신을 키웠다는 과거를 마주하자 과거 속에 갇혀 버린 도령이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지만 길상도 세진도 선노미도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진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선노미는 사당패를 떠난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으로 가기 위해. 아직은 못 간다 하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했으니까.


그렇게 돌아갈 듯 못 돌아가면서 떠도는 선노미는 '보름달 마귀'를 만나게 된다. 앞서 나왔던 추악한 내면을 드러내 실행하게 만드는 '가면'을 만난 것이다. 지금 봤으면 싸이코패스라고 진단받았을 놈이 '가면'을 만났으니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범죄가 일어난 산을 지나다가 범인으로 몰릴 뻔한 선노미는 오작인인 병오를 만나고 같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다시금 삶과 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추악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이 잘못된 것을 알기에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고 실행하지 않을 뿐이다. 


다시금 길을 떠나게 된 선노미는 어느 주막에 들렀다가 반월댁의 눈에 든다. 아들을 잃었다는 그녀는 선노미에게 일을 주고 주막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역시 주막에는 여러 사람들이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이한 사건들도 함께 나타났다. 무용은 사람들의 능력을 사고 파는 신기한 장사치이다. 혹시나 여러분도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함부로 자신의 능력을 팔거나, 다른 이의 능력을 사지 않길 바란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하니까. 만기는 남들보다 냄새를 잘 맡는 능력이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난 삼아 그 능력을 팔았다가 죽을 뻔 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되돌리려고 했다가 끔찍한 능력을 사고 만다. 이 이야기의 말미에 배우자의 그림을 그려주는 노인이 나온다. 그 노인의 선택은...


선노미의 고뇌와 방황을 이해해 준 반월댁은 선노미에게 집으로 갈 것을 권한다. 그리하여 선노미는 다시 방랑길에 오르는데, 때는 겨울이라 오돌오돌 떨던 선노미는 우연히 기방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 곳에서 앞서 만났던 사당패를 만나게 되고, 기생 연홍과 친분을 쌓는다. 가장 인기가 많은 기생인 연홍에게도 사연이 있었고, 그 기방에서 겨우 살아가는 퇴기인 홍매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물론 당연히 인간의 탐욕과 추악함이 빠지지 않는다. 역시 사연은 누군가의 욕심이 누군가의 삶을 짓밟는 것이고, 누군가의 눈물로 만들어진 누군가의 웃음인 것이다. 다 불타버렸으면. 홍매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풀면서 선노미와 덕임은 다시금 생에의 의지를 다진다. 아, 이 이야기에서는 타내를 만나다. 선노미의 첫사랑이자 엄마인 분이의 정인 말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 버렸지만, 선노미의 고백에 중요한 말을 남겼다. 네 인생을 살아,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렴.


기방을 떠난 선노미는 어느 마을에서 종훈을 만난다. 선노미에게 언문을 가르쳤던 그는 그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곳에서 잠시 지낼 수 있게 된 선노미는 차돌이를 알게 된다. 하지만 가정사에 개입하기 어려웠던 그는 전전긍긍 계속 주변만 맴돌았는데... 그 때 이랬더라면, 이렇게 했더라면 이라는 말은 부질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계속 매여있다면 앞으로 갈 수 없으니까. 그 때 하지 못한 일을 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나마 죄 지은 자가 합당한 벌을 받게 되면 그나마 한이 풀리지 않을까. 그러면서 차돌이 남긴 낙서, 그림들을 통해 이야기로 위로 받았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선노미 역시 위로 받는다. 이제 돌아가야지.


인연은 그렇게 돌고돌아 선노미에게 돌아왔다. 앞서 만난 이야기들이 그를 사람들이 사는 세상 속으로 끌어냈고, 청나라를 다녀오게 했다면, 이번에 만난 이야기들은 방황의 끝에서 그를 잡아 줄 이야기들일지도 몰랐다. 결국 소중한 것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일테니. 

"무서운 건 귀신이나 마귀가 아니다. 인간이 제일 무서워"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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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2-25 0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미야베 미유키 소설 미시마야 변조괴담이 생각나게 하기도 하네요 여러 사람 이야기를 듣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하는가 봅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 또 나올 것 같네요 자기한테 있는 게 소중하죠 사람은 거의 그걸 모르고 다른 걸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꼬마요정 님 성탄절 마음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3-12-25 14:07   좋아요 1 | URL
네 5권도 나올 것 같아요. 선노미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서 겪는 일들이거나, 집에 돌아가서 겪는 일들이겠죠? 이런 이야기는 시리즈로 드라마로 나오거나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좋겠어요. 일본도 기이한 이야기들 많아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희선 님 성탄절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