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푸른숲 비오스(Prun Soop Bios)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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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과연 리뷰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진 종교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말 하는 게 부처님 말씀과 맞는 걸까.. 이런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책을 읽고 리뷰를 쓰듯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 되는데 말이다. 어쩐지 꺼려져서 다 읽고 감명받고 혼자 소중하게 간직한 채 있었다.

나는 내가 가진 종교를 내 의지로 선택했다. 엄마가 절에 다녀서 불교를 선택한 게 아니다. 우리집은 그저 니가 선택해라.. 이런 주의기에 아빠랑 막내는 아예 무교다. 사춘기 시절엔 교회도 다니고 성경공부도 하고 그랬다. 다만 내가 불교를 선택한 건 내 의문에 답을 주는 게 불교였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빠져들어갔다.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렇기에 누가 옆에서 뭐라한들 상관하지 않았다. 거리에 나서면 개신교를 비롯하여 몰몬교, 증산도, 여호와의 증인... 알 수 없는 종교인들까지 다 나한테 말을 걸며 전도해도 나는 그들에게 그저 내가 생각하는 바대로 말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사상을 천주교를 가진 외국인 종교학자가 쓰고 개신교 신자인 옮긴이가 번역한 이 책을 읽으며 기묘한 낯섦을 느꼈다. 내가 아는 것이지만 뭔가 다른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새롭게 붓다를 접한다는 느낌이랄까...

붓다의 생애야 워낙 많이 듣고 읽어서 알고 있다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과연 나는 붓다가 말씀하신 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걸까.

내가 애초에 이 종교를 선택한 건 마음의 평화가 이유였다.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왜 '저'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걸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싶은데 왜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못하는 걸까.. 착하게 살던 친구인데 왜 저런 고통을 겪는걸까... 이런 의문들과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내 마음과 남의 고통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찾다 결국 붓다의 가르침 안에서 평화를 찾았다. (개인적인 선택입니다. 다른 종교가 나쁘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저에게 맞는 종교를 찾은 거죠)

좀 편해지고 나니, 다시 이기적으로 변하는 건가.. 아님 나이가 들어 사회에 적응하면서 담담해진건가.. 어느새 나는 붓다의 가르침을 머리로만 새기고 있었다. 실천이 빠진 믿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이 책은 붓다의 생애와 말씀을 담았다. 종교적인 모습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덕분에 나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왠지 살아숨쉬는 붓다의 모습이 그려질 것만 같다.

모두가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인간이지만 스스로 깨어나신 분이 된 붓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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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상천하유아독존'..
젊은 시절 상기 석가모니의 말씀을 한동안 마음속의 화두로 삼았었지요.


꼬마요정 2007-08-18 21:00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한 때는 불교가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삶을 더 치열하게 살 수 있는 말씀들이 가득하더라구요.. 삶 속에 진리가 있고 내 옆에 깨달음이 있다고 하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