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젤리 파티

[eBook]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1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1월

어릴 때도,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놀이공원은 나를 설레게 한다. 거기에는 달콤한 솜사탕도 있고 미친듯이 질주하는 청룡열차도 있다. 아침부터 신나게 놀다보면 어느새 하늘은 붉게 물들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놀이공원은 나의 욕망을 풀어놓는 좋은 놀이터가 된다.

사람들을 왜 젤리로 만드는지, 그 남자는 누구인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도 그들을 젤리로 만드는 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헤어지고 싶지 않은 욕망,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욕망, 사랑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질투… 그런 욕망들이 모여서 끈적한 젤리가 되었다.

뉴서울파크의 마스코트는 꿈곰이와 꿈냥이다. 꿈냥이는 원래 붉은 벽돌집에 살았다. 턱시도 고양이를 구조한 늙은 여자는 죽었고 딸은 집을 나갔다. 집은 허물어져 뉴서울파크가 되었고 꿈냥이는 이 곳에 있었을 뿐이지만 인간의 잣대로 마스코트 캣이 되었다. 자신을 구조한 늙은 여자의 딸의 딸인 주아를 만난 꿈냥이는 그녀가 누군지 모르지만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인연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조금만 뒤를 보아도 어딘가 가느다랗게라도 연결된 끈이 있다. 고양이와 젤리 주아는 그렇게 그 끈에 의지한 채 서로를 의지하며 보듬어주며 놀이공원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젤리 주아는 “나는 떠나지 않을거야.”라고 하지만 고양이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믿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고 정을 주게 된다. 마치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 여우처럼.

이 뉴서울파크에서 젤리가 된 사람들에겐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불행한 가족에겐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안나 까레니나>의 첫 구절이 떠오른다. 임용을 준비하던 다애와 공무원을 준비하던 재윤의 연애는 씁쓸했다. 한 쪽만 합격한 연인의 연애는 깨지기가 쉽다. 그리고 아슬아슬한 인연을 잡고 있던 다애는 헤어짐을 말한 재윤과 젤리로 엉겨버린다.

청소회사 ‘광난클린’의 사장인 유현경의 사연도 안타까웠다. 그렇게 아들이 사랑스러우면 결혼을 시키지 말지 왜 며느리를 봐서 그렇게 며느리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현경은 아들이 무능한 건 생각도 안하고 며느리가 수습하고 돈 벌어주는 걸 아니꼬워하던 시어머니를 해치우고, ‘그 분’의 재림을 두고 현경과 경쟁하던 영두를 해치우고 만다. 순결한 푸른색의 락스 용액같은 사바스를 기대하던 현경은 소독약 냄새를 지워주는 달큰한 젤리와 하나가 된다.

미아가 되었던 유지는 부모의 무관심과 불화 때문에 힘들고 슬프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하기를 원해 젤리를 선택한다.

모두가 아프고 힘들고 외롭다. 젤리가 그들의 욕망을 달래줄 수 있을까? 인간이 아닌 꿈냥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떠나지 않는다니. 젤리의 말을 믿지 않는다. 물론 젤리가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젤리는 아직 너무 어려서 모를 뿐이다. 떠나거나, 떠나지 않는 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 사실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165/218) - P165

"괜찮아. 전부 언젠가는 끝날 일이야."



언젠가는 끝날 일. 힘들고 안 좋은 모든 것들은 결국 지나간다. 물론 좋은 것들도 지나간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이 멋지고 슬픈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163/218) -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