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앨리 스토리콜렉터 91
윌리엄 린지 그레셤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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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산 기억도 없고, 왜 샀는지도 알 수 없어서. 누가 추천했나? 광고가 맛깔났나? 도대체 왜 샀지? 굉장히 궁금해하다 읽으면 알겠지 싶어 첫 장을 펼쳤다. 제법 재미있었고 ‘스탠’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해서 바쁜 와중에도 재촉해서 읽었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 책을 산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20세기 중반, 아직 미디어가 모두를 장악하기 이전에는 유랑극단이 인기였다. 옛날 우리도 장날 풍물패나 가면극 같은 것들이 인기였듯이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카니발 유랑극단 ‘열가지 쇼’의 단원들은 한 명 한 명 특이하면서도 같았다. 그 중에서도 ‘스탠’은 영리하면서 냉소적이고 야망이 가득한 젊은이다. 그는 ‘지나’에게 접근하여 남편인 ‘피트’의 암호 수첩을 손에 넣고 둘을 이용하여 독심술을 배운다. 난 이 장면에서 미드 ‘멘탈리스트’가 떠올랐다. 주인공인 ‘제인’은 놀라울 정도로 사람을 잘 파악해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내는데 때론 얄밉지만 매력적인 인물이다. 당연히 난 ‘스탠’ 역시 ‘제인’과 비슷할거라 여겼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스탠’은 똑똑하지만 양심은 없었다. 아마 ‘피트’의 죽음과 유년 시절 부모가 준 충격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뭔가 목표에만 매몰된 소시오패스인가 싶기도 하고. 그는 ‘몰리’를 데리고 극단을 나와 독심술을 넘어 ‘심령술사’가 되어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원하는 것을 가져도 곧 다른 것을 원하게 되는 그는 심리학자 릴리스를 만나게 된다.

아마 스탠이 릴리스를 만나러 가는 건 릴리스가 의도한 것이었을테다. 릴리스는 그를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하여 쉽게 손아귀에 넣었다.

인간이 성공이라는 꼭대기에 오르기는 어려워도 올라가는 길에 떨이지는 건 쉬운 것 같다. 철저한 사전 조사로 그 사람의 약점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건 생각보다 쉽다. 하지만 가진 것도 많으면서 조심성 있고 의심도 많은 사람이라면 속이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하나 하나 천천히 환상과 속임수를 동원해서 그물 안에 넣었다고 확신한 순간 모든 것은 끝났다. 이것 역시 릴리스가 의도한 걸까? 몰리와 그린들의 그런 모습은 마치 어머니와 험프리스의 모습이 떠오를테니까.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일까. 사실은 다 뻥이고 -파리의 연인처럼- 스탠은 애초에 유랑극단에서 닭 목을 물어뜯던 가짜 기인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릴리스와 지나가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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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3-19 0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스탠의 정체에 관한 해석 흥미롭습니다.

꼬마요정 2022-03-20 00:21   좋아요 2 | URL
그냥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스탠이 초반에 아주 잘 설명해줬잖아요 ㅎㅎ 잠자냥님 글 보니 영화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요. 릴리스 너무 궁금해요!! 혹시 릴리스란 이름이 신화랑도 연관되는건지도 궁금하구요. ㅎㅎ

잠자냥 2022-03-20 08:12   좋아요 2 | URL
영화 꼭 한번 보세요. 원작과 비교해서 봐도 여러 면에서 흥미롭습니다~

꼬마요정 2022-03-20 23:54   좋아요 0 | URL
넵 영화 기대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3-20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어떤 책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죠. 이거 왜 있지? 하면서요. 하하~~

꼬마요정 2022-03-20 23:55   좋아요 0 | URL
그쵸? 분명 이유가 있어서 샀을텐데 까맣게 잊어버리네요 ㅎㅎ 그래도 있으니 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2-03-20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같은 책만 여러 권입니다.

꼬마요정 2022-03-20 23:58   좋아요 0 | URL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ㅎㅎㅎ 알라딘 서재는 이렇게 같은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곰발님은 왠지 냉철하셔서 책이 어디 있는지 알지만 꺼내기 힘들어서 다시 사신 건 아닐까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