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 보석과 여인 지만지 한국희곡선집
이강백 지음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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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이다. 현실적이면서 몽환적인 이야기들.

<파수꾼>은 권력에 관한 이야기다. 정보를 독점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중을 조종하는 촌장과 진실을 알면서도 ‘질서’ 유지를 위해 진실을 묻어버린 파수꾼 ‘다’. 파수꾼 ‘나’가 늘 겁쟁이더라도 단 한 순간 용기를 내면 용감한 사람이 되는거라고,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다’는 진실을 밝힐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리떼’는 없고 사람들은 공포에 시달리며 다리가 부러지거나, 물에 빠져 죽거나, 몹쓸 짓을 당하는데 그 ‘질서’라는 건 무엇일까. 결국 권력에 순응한 ‘다’는 다시는 마을로 돌아가지 못한다. 딸기 따기 어쩌고 그리운 추억 어쩌고 하는 촌장이 너무 끔찍하다.

<보석과 여인>은 환상 소설을 보는 기분이다. 뭔가 인간이 아닌 존재가 나타나 ‘젊음’을 준다고 거래를 하자 한다. 완벽한 보석을 세공하게 된 ‘노인-그이’는 ‘남자’의 제안에 흥미를 보인다. 완벽한 보석을 만들기 위해 세상과의 인연을 끊었던 ‘그이’는 보석을 완성했으나 그 보석을 줄 사람이 없었다. ‘보석’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었던 거다. ‘진실’이든 다른 무엇이든 그 자체로 빛날 수는 없을까.

‘그이’는 완벽한 보석을 포기하는 대신 젊음과 사랑을 얻는다. 그리고 비로소 그 ‘완벽한 보석’이 완벽해지는 때를 만났다. 완벽하지 않은 삶을 살 것인가, 완벽한 순간을 맞이한 채 죽을 것인가. 하지만 사람마다 진실이나 완벽은 다른가보다. 여인에게 ‘그이’ 없는 ‘완벽한 보석’은 그저 돌덩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악마의 속삭임이란 게 참으로 무섭다.

나 : 누구였으면 하고 미리 정해 두지 않았단다. 그랬다가만일 틀린 사람이라도 오게 되면 실망할 것 같아서….
그런데 첫눈에 너를 보자 기뻤다. 그 순간 나는 정한거란다, 바로 네가 왔으면 하고, 내 뜻은 이루어졌다.
넌 그때 휘파람을 불며 왔었지??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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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2-23 0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수꾼>이 들어 있는 이이의 희곡집을 사 놓았는데, 기대하겠습니다! ^^

꼬마요정 2022-02-23 17:44   좋아요 1 | URL
짧지만 재밌더라구요. 골드문트님 기대에 꼭 부응했으면 좋겠습니다!!